조금 전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알고 보니 '사기전화'였다. 지난 번에도 당한 적이 있는데 또 내가 실수할 줄이야! 남편이 외출하고 혼자 있는 낮 시간, 이때가 바로 사기전화가 극성을 부리는 시간이다.
따르릉 전화소리에 아무 생각 없이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낮 12시가 되기 몇 분 전이었다. 자동응답시스템인 ARS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체국입니다. 우편물이 반송되어 ~" 뭐 이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확인하시려면 0번을 눌러주세요"라고 했고 나는 그 음성대로 0번을 눌렀다.
"예, 우체국입니다~"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주변에서도 마치 우체국 사무실인 것처럼 전화 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에서도 전화를 받는지 "예 우체국입니다~"하면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하고 의심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순간은 진짜인 줄 알았다.
"우편물이 반송되었다고 하는데 무슨 우편물인가요?"
그러자 그쪽에서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하고 물었고 나는 이름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그쪽에서 다시 "사용하고 계신 핸드폰 번호는 몇 번이죠?"하고 물었다. 나는 또박또박 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는 다시 확인하는 의미에서 내 핸드폰 번호를 말했다. 그쪽에서 "신청하신 우체국 카드가 반송되었는데요"하고 말했다.
아니 무슨 카드? 내가 카드를 신청한 적이 없거늘. "저 카드 신청한 적 없는데요"하고 말하자, 그가 하는 말, "카드 신청하신 적이 없다구요? 그럼 부정~" 말끝을 흐리더니 전화를 먼저 끊어 버렸다. 멍청하게도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사기전화를 받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남편한테 전화를 걸었다. "우체국 카드를 신청한 적이 없는데, 우체국 카드 신청한 우편물이 반송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더니 "당신, 사기전화 받은 것 같네"하는 게 아닌가.
아차, 그렇구나. 어쨌든 우체국에 가서 확인을 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가까운 우체국으로 발걸음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우체국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사기 전화를 받은 것이라 했다. 핸드폰 번호를 가르쳐 주었는데 피해 같은 것은 없을까 물어봤더니 핸드폰 번호를 가지고는 사기를 칠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참 황당했다.
내가 이런 데 속아 넘어가다니, 참. 불과 두 달 전에도 사기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날은 공휴일이었다.
오후 4시가 좀 넘은 시각, 걸려온 한통의 전화. 의료보험공단이라면서 환급금을 찾아가라는 것이었다. 덧붙여 말하기를 오늘까지 찾아가지 않으면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의료보험공단이라면 내 이름은 아닐 테고 남편의 이름으로 되어 있으니 나는 얼른 남편을 불러 전화를 받게 했다. 그쪽에서 통장번호를 묻는지 남편은 통장계좌번호를 불러주었다. 우리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공돈이 들어오게 되어 내심 기뻐했다.
이틀이 지나도 통장엔 환급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남편은 의료보험공단에 전화를 해보고 사기전화를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우린 어이없게도 사기전화에 당한 것이다. 남편은 안전을 믿을 수 없다며 인터넷 뱅킹도 하지 않는 사람인데 어이없이 당한 것이었다. 꺼림직해서 쓰던 통장을 파기하고 새로 통장을 개설했다.
그랬는데, 또 다시 사기전화에 내가 속아 넘어간 것이다. 벌써 두 번째나 이런 일을 당하니 아무래도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 할 것 같아서 112에 전화를 걸었다. 사기전화를 두 번씩이나 받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쪽 경찰에서는 예방 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경남 양산 전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지금 난리라고 했다. 보이스 피싱 사기범들은 주로 중국인들이나 대만인들로 현재로서는 별다른 기술적 대안이 없으므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했다.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알려 준 것이 전부이지만 썩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핸드폰 번호를 바꿔 버릴까 생각도 해 본다. 이들은 주로 대부분 낮 시간, 주부들한테 전화가 걸려오고, 모르고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은행에 볼 일 있어 갈 때면 CD기 옆에 붙어 있는 신종 사기수법에 대해 붙여 놓은 글을 몇 번 본 적 있지만 이런 식으로 당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얼굴 없는 범죄, 보이스피싱에서 '나는 절대로 당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6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보이스피싱 범죄 발상 집계 건수는 5702건으로 피해액 총합이 596억 원이었다고 한다. 이 신종사기수법은 점점 지능화하고 있다. 전화사기(일명 '보이스피싱')의 유형은 대체로 국세청, 국민연금관리공단 등을 사칭해 현금지급기로 세금 환급을 유혹하는 경우와 카드사, 은행, 채권 추심단을 사칭해 카드요금이 연체되었거나 도용당했다며 계좌번호나 카드번호 입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또는 거짓납치와 사고의 경우인데, 자녀의 전화를 미리 꺼놓게 하고 "납치를 했다"거나 "사고를 당했다"고 속여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는 경우, 검찰, 경찰, 금감원 직원을 사칭해 범죄에 연루됐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동창회 종친회 명부를 입수한 후 회비 송금을 요구하는 경우, 택배회사, 우체국이라고 한 후 우편물이 반송된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대학에 추가합격했다며 등록금 입금을 요구하는 경우, 가전회사, 백화점을 사칭해 경품행사에 당첨됐다며 계좌번호를 요구 하는 경우 등 아주 다양한 수법으로 사기를 치고 있다고 한다.
불과 얼마 전에는 옥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사건으로 나라가 떠들썩했다. 어디서 내 개인정보가 누출되어 떠돌거나 악용되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개인정보 보호가 시급한 지금, 점점 지능화되고 있는 신종 사기수법인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신종사기수법인 보이스피싱을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지 않을까. 얼굴없는 범죄 보이스피싱, 당신은 안전한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피해예방 10계명
제1계명 이미홈피, 블로그 등에 전화번호 등 자신 및 가족의 개인정보를 게시하지 않는다.
제2계명 종친회, 동창회, 동호회 사이트 등에 주소록 및 비상연락처 파일을 게시하지 않는다.
제3계명 비상시 자녀 등 가족에 대한 연락을 위해 친구나 교사 등의 연락처를 확보한다.
제4계명 금융 및 공공기관은 전화를 이용하여 계좌번호, 카드번호, 주민번호 등 정보를 요구하지 않으므로 일체 대응하지 마시라.
제5계명 환급지급기를 이용하여 세금 또는 보험료 환급, 등록금 납부 등을 하여 준다는 안내에 일체 대응하지 마시라.
제6계명 동창생 또는 종친회원이라고 하면서 입급을 요구하는 경우 반드시 사실관계를 재확인 하라.
제7계명 발신자표시가 없거나, 있어도 001, 008, 030, 086 등 처음 보는 국제전화 번호인 경우는 의심하여야 한다.
제8계명 자동응답시스켐(ARS)전화를 받은 경우 상담원 연결을 하지 말고 해단 기관에 전화를 걸어 사실여부를 확인하라.
제9계명 계좌이체, 신용카드사용 내역 등 본인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바로 인지할 수 있도록 휴대폰 문자서비스(SMS)를 적극 이용하라.
제10계명 속아서 전화사기범들 계좌에 자금을 이체했거나, 개인정보를 알려준 경우 즉시 관계기관에 신고하라.
※ 거래 은행에 지급 정지 신청, 카드사에 신고,
금융감독원(국번없이)1332, http://minwon.fss.or.kr)
※ 신고접수 받는 수사기관에 신고
- 경찰청 : (국번없이)1379, http://www.police.go.kr
- 검찰청 : (국번없이)1301, http://www.spo.go.kr
※ 한국정보보호진흥원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 (국번없이)1336, www.1336.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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