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민주언론시민연합 등 48개 언론단체로 구성된 '이명박정권방송장악저지행동'(이하 저지행동)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신태섭 KBS 이사 해임 결정을 "이명박 정권의 치밀한 언론장악 시나리오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초법적이고 몰상식한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저지행동은 2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 이사 해임은 원천 무효"라며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최근 점차 노골화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움직임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 "국민 전체와의 전쟁 선포"라는 등의 격한 표현을 쓰며 시종일관 성토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과 박성제 MBC 본부장, 노영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운영위원장 등 언론단체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신 이사 해임은 공영방송을 국영방송으로 타락시키기 위한 작전"
저지행동은 성명을 통해 "방통위는 신태섭 이사가 교수직에서 해임되면서 KBS 이사 자격을 자동 상실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터무니없는 발상"이라며 "이미 해임처분무효가처분신청이 제기된 상태임에도 방통위가 신 이사를 기습적으로 해임한 것은 누가 봐도 공영방송을 국영방송으로 타락시키기 위한 '작전'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저지행동은 또 "신 이사 해임은 언론노동자와 시민사회진영이 제기한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며 "표적감사로 KBS 정연주 사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했고 여의치 않자 범법자 낙인을 찍으려 검찰을 동원해 사실상 '청부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KBS 이사장을 사퇴시키고 친 한나라당 인사로 바꿔치기한 것도 모자라 고분고분하지 않은 이사들을 몰아내기 위해 노골적인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의 '신태섭 축출'은 거슬리는 KBS 이사를 도려내기 위한 이명박 정권의 견강부회식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KBS 이사회를 장악한 뒤 정연주 사장을 옥죄어 결국에는 쫓아내겠다는 음습한 시나리오의 진행과정이라는 것.
발언에 나선 문효선 미디어행동 집행위원장은 "방통위의 의도적인 KBS 장악음모가 착착 진행돼 이제는 이사회가 거의 무력화되기 직전까지 왔다"며 "공영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시키려 하는 음모에 대해 많은 단체들이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순혜 미디어기독연대 집행위원장도 "신 이사를 해임하고 친여 성향의 강성철 교수를 선임한 것은 이사회를 통해 정 사장을 물러나게 하기 위한 수순으로 이뤄진 것인 만큼 정 사장 사퇴도 곧 가시화될 것"이라며 "정말 말도 안 되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시리즈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기호 KBS PD도 "국민들이 이룩한 민주주의의 성과가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무섭게 느껴진다"면서 "신 이사 해임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이 어떤 의도인지 명백히 다 아는 만큼 즉각 중단하지 않을 시에는 KBS 전 구성원의 거센 저항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대가 언론독립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범국민저항 만들어낼 것"
한편 이날 모인 참석자들은 공영방송 KBS 흔들기, YTN 낙하산 사장 선임, 검찰을 동원한 MBC <PD수첩> 압박 등 최근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언론독립 훼손 행위에 대해 "민주주의의 목을 졸라 질식사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라며 "범국민적인 저항을 이어가 기필코 추악한 음모를 분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제 본부장은 "이명박 정권의 일 처리 방식은 한마디로 후안무치"라며 "모든 국민에게 호소해 반정부투쟁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박 본부장은 "즉각 방송장악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이 거리에서 외치는 정권퇴진 구호가 구호로 그치지 않고 진정한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함성으로 변할 것임을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최상재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이 지금과 같은 폭거를 계속해서 진행할 경우 국민전체와 맞부딪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리는 범국민운동의 차원에서 모든 시민들과 함께 언론독립투쟁을 벌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대갑 EBS 지부장도 "이제는 기자회견을 하며 입으로 외쳐서는 해결이 될 것 같지 않다, 회견을 통해 우려했던 바가 계속해서 현실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기필코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를 막아내야 한다, 시대가 우리에게 언론 자유를 지켜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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