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나라를 개인의 사유물로 착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착각의 원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종교와 교회 권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집단적 광기를 드러내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데, 종교적 신념이 가세함으로써 최소한의 비판 수용도 허용치 않는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수경 스님 "이명박 정부 종교 편향, 상식 저버린 행위"
시국법회 공동추진위원장인 수경 스님(화계사 주지)이 격문을 썼다. 오는 23일 저녁 7시 30분에 열릴 예정인 '주권재민과 정교분리 헌법수호 시국문화제'를 앞두고서다. 수경 스님은 시국문화제를 준비하면서 현 시국 인식을 담은 A4용지 3쪽짜리 인쇄물을 전국 사찰에 보냈다.
스경 스님은 이 글에서 "이 땅에 정법의 기운이 쇠하지 않도록 산중을 지키시는 원로 대덕 스님들과 지금 이 순간도 수행과 전법에 여념이 없으신 스님들께 합장 정례를 올리면서 불안한 시국과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처할 지혜를 구하고자 이렇게 글을 드리게 되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현재 나라가 처한 상황이나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해서는 달리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좋으리라 생각한다"면서도 "한 마디로 참으로 암담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행'의 의미는 무엇인지, '중생구제'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한 게 아닌지 하는 회의마저 든다"고 포문을 열었다.
23일 시국문화제 |
'주권재민과 정교분리 헌법수호 시국문화제'가 오는 23일 저녁 7시30분 조계사 백송 앞마당에서 열린다.
시국법회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날 문화제에는 가수 안치환, 김현성, 이수진 씨와 국악가수 전명신 씨가 나와 공연하고, 정희성 시인의 시낭송도 예정되어 있다.
또 조계사에 머물고 있는 '촛불 수배자'들도 등장해 참석자들에게 인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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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스님은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종교편향을 성토했다.
그는 "대통령 개인의 종교가 문제시될 수는 없다"고 전제했지만 "대통령의 종교적 신념이 국정 기조가 되거나, 특정 종교인들을 중용하여 인의 장막을 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일 것입니다, 촛불 대중을 '사탄의 무리'라고 모욕한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의 망동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며 그 대표적인 예로 다음과 같이 적시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공립고등학교의 교장이 훼불을 할 수 있으며, 경찰의 총수가 대형 교회의 목사와 함께 '경찰 복음화'를 외칠 수 있겠습니까. 국토해양부에서 제공하는 지리 정보에 사찰을 빠뜨리는 저열한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광신을 넘어 최소한의 상식마저도 저버린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수경 스님은 이어 "다른 종교를 아랑곳 않는 태도는 종교의 자유라는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을 문제 삼는 것은 단순히 불교계의 소외감 때문이 아니다, 만물의 절대 평등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라고 성토했다.
"권력자 앞에 허리 숙인 순간 종교 권위 떨어진다"
종단 지도부의 행태에 대해서도 매섭게 비판했다.
수경 스님은 불교계 원로 인사들의 청와대 간담회를 염두에 둔 듯 "청와대에서 부른다고 불교계 지도자가 우르르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라면서 "종교계의 지도자가 권력자 앞에 허리를 숙이거나 결탁하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종교의 권위는 땅에 떨어진다"고 일갈했다.
이어 "정권의 명백한 불법적인 종교 편향을 보고서도 이를 좌시하거나, 잠깐 눈치를 보느라 하는 형식적 사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오히려 정권의 후안무치한 부도덕성만 키울 뿐이다. 종단 지도부에서는 '하상접인'의 정신에 입각하여 불자들에게 부끄러움이 없는지 살피고 또 살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경 스님은 또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대통령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품성마저 의심이 들게 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면서 "그냥 두면 나라가 파탄이 나게 생겼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사찰의 불사와 관련 국고 보조금이나 지원을 의식하여 이명박 정권의 종교 편향을 용납하는 것은 정법을 훼손하는 일이 될 것"이라면서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을 바로 잡는 것은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수경 스님은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바람을 피력했다.
"우리들은 지난 7월 4일 시국법회 때 위엄 넘치는 스님들과 현재의 난국을 공업의 소산으로 참회하는 불교도의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감동하는 것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구세의 종교로서 불교가 이 시대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절감했습니다. 간절히 바라옵건대 우리들이 가야 할 길에 지혜와 용기를 주십시오."이명박 정부의 기독교 편향은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 수경 스님이 전국 사찰에 보낸 '격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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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에 귀의하옵고
이 땅에 정법의 기운이 쇠하지 않도록 산중을 지키시는 원로 대덕 스님들과 지금 이 순간도 수행과 전법에 여념이 없으신 스님들께 합장 정례를 올리면서 불안한 시국과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처할 지혜를 구하고자 이렇게 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현재 나라가 처한 상황이나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해서는 달리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참으로 암담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행'의 의미는 무엇인지, '중생구제'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한 게 아닌지 하는 회의마저 듭니다.
스님네를 일러 '인천사(人天師)'라고 하는데, 요즘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적 태도를 보노라면 인천사로서의 자부심은커녕 모욕감마저 느껴지는 현실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기독교 편향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입니다
대통령 개인의 종교가 문제시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종교적 신념이 국정 기조가 되거나, 특정 종교인들을 중용하여 인의 장막을 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일 것입니다. 촛불 대중을 ‘사탄의 무리’라고 모욕한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의 망동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교회 인맥으로 짜인 권력층의 사고는,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복을 내려주시며 말씀하셨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를 돌아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고 한 창세기 1장 28절의 세계관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공립고등학교의 교장이 훼불을 할 수 있으며, 경찰의 총수가 대형 교회의 목사와 함께 ‘경찰 복음화’를 외칠 수 있겠습니까. 국토해양부에서 제공하는 지리 정보에 사찰을 빠뜨리는 저열한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광신을 넘어 최소한의 상식마저도 저버린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나라를 개인의 사유물로 착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착각의 원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종교와 교회 권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집단적 광기를 드러내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데, 종교적 신념이 가세함으로써 최소한의 비판 수용도 허용치 않는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은 국가 권력의 축소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통제불능의 권력은 인권 탄압과 독재로 귀결되게 마련입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전근대의 상태로 퇴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종교를 아랑곳 않는 태도는 종교의 자유라는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을 문제 삼는 것은 단순히 불교계의 소외감 때문이 아닙니다. 만물의 절대 평등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기 때문입니다.
승가의 위의로 불자의 자존심을 지키고 국정 파행을 중단시켜야 합니다
지금 불자들의 자존심은 심한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를 지켜 내기 위해서는 종단 지도부부터 위엄을 갖추고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에 입각하여 가치관을 정립해야 합니다. 그러면 불자들은 의심 없이 따를 것입니다. 외람된 말씀이나, 청와대에서 부른다고 불교계 지도자 가 우르르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할 말이 있으면 절차에 따라 예의를 갖추어 찾아오게 하면 될 일입니다. 종교계의 지도자가 권력자 앞에 허리를 숙이거나 결탁하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종교의 권위는 땅에 떨어집니다.
이에 관해서 우리는 조주 스님께서 보이신 하상접인(下床接人)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후당(後唐)의 태조가 조주 스님을 만나러 왔을 때, 스님께서는 선상(禪床)에 앉은 채 왕의 인사를 받았습니다. 주위에서 나라의 왕이 왔는데 왜 일어나지도 않으셨는지를 물었습니다.
이에 조주 스님께서는 “하급 사람이 오면 절 문까지 나가서 맞이하고, 중급 사람이 오면 선상을 내려가서 맞이하고, 상급 사람이 오면 선상에 앉은 채로 맞이한다” 하셨습니다. 승가의 위의란 이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서슬 푸른 위엄은 권력자의 일탈을 막는 한편 오히려 권력의 정당한 권위를 돕는 일이 될 것입니다.
정권의 명백한 불법적인 종교 편향을 보고서도 이를 좌시하거나, 잠깐 눈치를 보느라 하는 형식적 사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정권의 후안무치한 부도덕성만 키울 뿐입니다. 종단 지도부에서는 ‘하상접인’의 정신에 입각하여 불자들에게 부끄러움이 없는지 살피고 또 살펴야 할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을 바로잡는 것은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혹은 다른 이유에서 이명박 후보를 공개 지지한 일부 스님이 있는 걸로 압니다. 스님도 한 사람의 주권자로서 정치적 입장을 가질 수는 있다고 봅니다. 당시 일부 스님들이 ‘서울시 봉헌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것은 대통령 개인의 종교가 대통령으로서 국정 수행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대통령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품성마저 의심이 들게 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그냥 두면 나라가 파탄이 나게 생겼습니다. 대장부의 기상으로 도를 구하고 중생구제를 서원한 출가자로서 현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승가의 자기 존재 부정이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사찰의 불사와 관련 국고 보조금이나 지원을 의식하여 이명박 정권의 종교 편향을 용납하는 것은 정법을 훼손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불편부당한 자세로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불교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일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기독교 편향 행위는 이 나라 종교 인구 중 가장 많은 불교도의 존재 자체도 안중에 두지 않는 태도입니다.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한탄스럽기조차 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을 바로 잡는 것은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국민 분열을 조장하고, 특정 종교의 신념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민주 국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의 국정 파탄 상황을 타개하고 진정 이명박 정부를 돕기 위해서라도 종교 편향적 국정 운영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형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최소한 어청수 경찰청장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마땅히 현직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그래야만 주권자인 국민을 뜻을 받드는 정부로 거듭나게 할 수 있고 국민과 불자들의 훼손된 자존심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수행력이 높으신 스님들의 지혜를 모아 주십시오, 말로만의 재발 방지나 기만적 사과가 아니라 현실적 구속력과 대중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준의 실효성 있는 정부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우리들은 지난 7월 4일 시국법회 때 위엄 넘치는 스님들과 현재의 난국을 공업의 소산으로 참회하는 불교도의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감동하는 것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구세의 종교로서 불교가 이 시대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절감했습니다.
간절히 바라옵건대 우리들이 가야 할 길에 지혜와 용기를 주십시오.
시국법회 공동 추진 위원장 수경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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