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째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이어져 오면서 다시금 수면으로 떠오른 '전·의경 제도'의 존폐 논란에 대해 현직 변호사, 대학교수, 시민사회 단체 활동가들이 한목소리로 '전·의경제 폐지'를 촉구했다.
23일 전·의경제 폐지를 위한 연대 주최로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인권연대 교육장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들은 전·의경 제도의 실태와 문제 등에 대해 지적하면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전경 전환 복무는 당사자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전투경찰대설치법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주제로 1부 발제를 맡은 염형국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는 "전환복무된 전경이 대간첩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일상적인 시위 현장에 투입되어 시위진압에 동원되는 것까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전·의경이 자신들의 양심에 반하여 시위진압명령에 복종하도록 하는 것은 양심유지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나선 오동석 아주대 법대 교수는 전·의경제도가 지닌 헌법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참여정부 계획대로 2012년에 전·의경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헌법을 준수하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이용석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는 "한국 정부는 아직 어떠한 형태의 병역거부도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이미 세계는 보편적인 거부자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고, 선택적 거부자들에 대해서도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지적했다.
정원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현 시점에서 폐지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전경으로의 전환 복무는 당사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할 것 ▲일단 전경으로 근무하더라도 복무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다시 군 복무를 원할 경우는 군대에서 병역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권리로서 보장하도록 할 것 등을 주장했다. 이는 최근 전경으로서 회의를 느끼고 육군 복무전환을 신청했다가 징계를 받은 이아무개 상경을 염두에 둔 말이다.
"국내법 이해 부족은 국제앰네스티가 아니라 경찰"
2부 발제를 맡은 김상균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경들의 복무전환제도를 폐지하여 군인들은 국방의 의무에만 충실하도록 하고, 소수의 경비전문 정규경찰관을 증원하여 이들을 정예화시킬 것"을 주장했다.
1991년 5월 4일 정권의 방패막이인 전투경찰대를 해체할 것을 요구하며 전경으로서 양심선언을 했던 박석진씨는 "전투경찰대설치법의 9조 2항을 보면 '공격해야 할 적에 대해 공격하지 아니한 때,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을 규정하고 있다"며 "이 법은 국민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임태훈 광우병대책위 인권법률지원팀장은 전·의경 구타가혹행위의 문제와 전·의경의 안전할 권리를 지적하며 "경찰 스스로 전·의경제도를 운영하면서 국제인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팀장은 "경찰은 국제앰네스티가 발표한 자료가 국내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형법상 처벌이 가능한 직권남용, 불법감금, 불법체포, 폭행, 상해죄 이 모두를 경찰이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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