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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 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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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8일 오후에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찾은 적이 있다. 평양대부흥 운동 100주년 기념대회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그날 하루 정말로 많은 크리스천들이 참석했다. 그런데 그때 경기장 밖에서는 경찰에 진압 속에서도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한창이었다.

대부분 여성들로 구성된 그때 당시 그들의 투쟁이 너무 무모하지 않나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찰의 수에 비해 투쟁에 참여한 여성들의 수가 너무 적었고, 처자식들이 딸린 아줌마들이 대부분일 텐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 되는가 싶었고, 더욱이 박성수 회장이 대표로 있는 크리스천 기업 이랜드가 과연 잘못 한 게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권성현·김순천·진재연이 엮은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를 읽고 난 뒤에는 내 생각이 그릇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이 왜 투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크리스천 기업을 자처하는 이랜드의 박성수 회장이 과연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낱낱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07년 6월 점거 농성으로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용감한 여성 노동자들. 스무날을 버티다 공권력에 의해 짓밟히고 연행되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 지금도 여전히 이랜드 노동자들은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어느 새 그/녀들의 파업 투쟁은 1년이 되었다. 이 책은 그 1년의 시간을 담으려 했다."(책을 내며)

그들이 투쟁운동에 뛰어들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그것이었다. 손님으로 가장해서 업무를 비밀리에 감시하는 회사의 모니터링 제도를 비롯해,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조차도 반장의 허가를 받아야 되고, 심지어 립스틱의 색깔까지도 지정해 주는 비인간적인 노무관리 때문이었다.

더욱이 하루 8시간씩 의자도 없이 서서 일해야 하는 계산대 일로 다수의 여성들이 허리디스크와 방광염을 앓아야 하고, 축구경기라도 있는 날이면 2~9번 포스 앞의 직원들은 귀가 떨어져 나가는듯한 참기 힘든 고통을 겪어야 했다. 또 18개월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어야 하는데도 17개월째에 접어들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해 버리는 일들을 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오후 6시부터 새벽 6시까지 일하고 뛰어드는 생계형 투쟁에 참여하는 아주머니들이 있고, 장을 보러 나간다며 남편 몰래 나왔다가 투쟁에 참여하고 돌아가는 아주머니들도 있고, 전기와 가스까지 떨어져서 촛불로 불을 밝히며 공부해야 하는 자식들 앞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묵묵히 투쟁에 참여하는 어머니들도 있다고 하니, 그들의 고통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사실 10여 년 전만 해도 이랜드에서 출판한 <일하는 제자들>이란 직장인 성경공부 책자에 매료된 적이 있다. 크리스천 직장인이라면 어떤 자세로 일해야 하며, 직장 동료들과 얽힌 갈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성경적으로 풀어 쓴 소책자였다. 매월 발행되는 그 책자에는 박성수 회장의 글이 항상 실렸다. 그때마다 신실한 크리스천 기업가의 우상을 보는 듯하여 가슴 뭉클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을 대하는 순간, 그 분의 말과 그 분의 이미지가 단순한 공기의 진동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을 사랑하듯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이에 더 큰 계명이 없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진정으로 가슴에 새기며 삶 속에 실천하며 사는 크리스천 기업가인지, 도무지 의심스러울 따름이기 때문이다.

"박성수 당신의 마음 속 예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 우리 노동자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대접해 주십시오. 비정규직 직원들 정규직화해 주세요. 캐셔 같은 상시 업무는 정규직화해야 합니다. 제발 노동자들 눈에서 눈물 나게 하지 마세요. 우리를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세요."(305쪽)

이는 홈에버 매장 점거를 시작한 지 5일째와 6일째 되던 날, 매장에 갇힌 조합원들이 친구와 가족과 권력자들에게, 그리고 여러 지지자들에게 쓴 편지글 가운데 박성수 회장을 향해 쓴 글이다. 그 밖에도 사랑하는 가족과 자식들에게 써 보낸 여러 글들이 있는데, 그 글들을 보며 그들의 소박한 꿈이 하루 속히 이뤄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품게 되었다.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 이랜드 노동자 이야기

권성현 외 엮음, 후마니타스(2008)


태그:#이랜드 노동자들의 이야기, #박성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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