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점차 굵어지기 시작합니다. 흐르는 물이 언제 갑자기 불어날지 몰라 조금은 염려스럽지만 모처럼의 즐거운 놀이를 중단하고 싶지는 않아 그냥 지켜봅니다.
물놀이 하는 아이들을 즐거운 표정으로 지켜보는데 물놀이 같이 하자고 아이들이 달려듭니다. 평상시 같으면 함께 물 속에 들어가 물싸움도 하고 뒤엉키며 놀곤 하는데 이번에는 사양을 하며 뒷걸음쳤습니다. 그런 날 보고 아이들이 '엥~! 쌤 잼 없어요' 하곤 혀를 삐죽 내밀곤 다시 물 속에 들어갑니다.
비가 오는데도 아이들은 물 속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합니다. 물에 젖은 몸이 비까지 맞으면 체온이 떨어져 감기에 걸릴까 은근 염려가 됩니다.
"야! 너희들 춥지 않아?"
"하나도 안 추워요. 물이 따뜻해요. 쌤도 들어오세요."
"아냐. 너희들끼리 해. 난 보고만 있어도 즐거워."
아이들과 수련회나 캠프를 떠나면 늘 걱정하는 것이 안전입니다. 특히 여름철의 물놀이는 항상 주의를 요합니다. 어느 순간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방학을 앞두고 동아리 아이들과 1박 2일로 수련회를 갔습니다. 시골의 작은 폐교를 빌려 밥도 해먹고, 물놀이도 하고, 저녁엔 노래자랑을 하고 밤엔 캠프파이어도 했습니다.
답답했던 교실이라는 공간을 떠나 함께 어울림의 공간을 만든 것은 단순히 놀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함께 대화도 하고 마음 한 견에 감춰진 자신들의 모습을 되찾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이루어진 작은 여행입니다.
함께 갔던 아이 중에는 사랑보다는 미움을, 믿음보다는 불신을 더 받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쉽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함께 웃고 떠들고 이야기하다가도 조금 심각한 이야기가 나온다 싶으면 정색을 하고 표정을 바꾸기도 합니다. 그래서 늘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이런 아이들도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조금씩 접근하면 어느 때부턴가 먼저 다가오기도 합니다. 얼굴을 마주치면 먼저 손을 흔들기도 하고 먼저 미소를 보내기도 합니다. 늘 굳은 표정을 짓던 얼굴도 밝게 펴짐을 봅니다.
이번 수련회도 마음 다가가기의 일환입니다. 많은 이야기보단 서로 몸으로 부대끼고 어울리면서 마음의 벽을 터놓기 위해 윤 선생과 함께 아이들에게 줄 야식으로 부추전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시간 9시부터 밀가루를 반죽하고 프라이팬에 전을 부쳐내기 시작했습니다.
노래를 부르다 출출한 아이들은 식당에 들어와서 갓 부친 부추전을 게눈 감추듯이 먹고 사라집니다. 물론 먹고 갈 땐 "선생님, 정말 맛있어요. 이따 또 먹으러 와도 되죠?" 하면서 손 하트를 그려 보이기도 합니다.
열심히 전을 부치면 아이들은 열심히 전을 먹는 모습, 어딘가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겠지만 주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숙소로 꾸며놓은 교실침실에선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와 웃는 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새벽 3시가 넘어서야 불이 꺼집니다. 다시 내일이면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아이들은 아마 여러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혹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여고시절의 좋은 추억으론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