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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일제신청서 꼭 주민등록번호를 적어 반장님에게 '제출'해야 하는지,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를 혼동하게 하는 신청서다.
요일제신청서꼭 주민등록번호를 적어 반장님에게 '제출'해야 하는지,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를 혼동하게 하는 신청서다. ⓒ 강상헌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사는 시민이다. 우리 집은 원래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차를 운행한다. 가끔은 양쪽 부모님을 모셔야 할 때도 있어서 이 정도 운행은 불가피하다. 승용차 요일제의 취지는 잘 안다. 그러나 우리 집처럼만 하면 이런 취지를 십이분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금요일 오후에 반장 아저씨가 요일제 신청서(사진)를 주고 갔단다. 다 적어 "자기에게 제출"하랬단다. 관리사무소에 내면 안 되느냐고 했더니 자기에게 내야 한다고 했단다.

 

문제는 주민등록번호다. 개인정보유출로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가 터지는 세상에 자기 주민번호를 적어 반장에게 제출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아하게 생각하고 덮어놨다. 반장이 네 차례 왔다 갔다. 나중에 관리사무소나 동사무소에 내겠다고 했는데도 막무가내였다. 끝내 "안한다"며 아무 것도 적지 않고 그에게 '제출'했다.

 

기왕에 자주 운행하지 않을 거면 세금도 덜 내고, 정부 시책에도 적극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 '사태'를 겪고 참 황당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업이고, 신청을 받는 주체도 서울시다. 여러 방법으로 신청을 받고 있을 것이다. 인터넷으로도 가능하다고 들은 것 같다. 이런 사업을 꼭 반장을 통해 이런 식으로 추진해야 하는지? 서류에 주민등록번호를 적어서 남들이 보는데 노출해야 하는지? 참 세금 내는 사람으로서 생각나는 것이 많다.

 

그 서류에는 내 주소, 차종, 차번호 등이 미리 인쇄돼 있었다. 기왕 이런 일을 겪은 김에 오늘 동사무소에 가서 요일제 신청하려 한다. 화요일이 좋을 것 같다. 인터넷으로도 가능하면 그렇게 해야지.

 

서울시와 구청은 좀 세련되게 일을 하면 좋겠다. 지금은 2008년이다. 반상회에서 정권 지침까지 전달받던 박정희 시절과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승용차요일제#서울시#세금#구청#동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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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등에서 일했던 언론인으로 생명문화를 공부하고, 대학 등에서 언론과 어문 관련 강의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얻은 생각을 여러 분들과 나누기 위해 신문 등에 글을 씁니다. (사)우리글진흥원 원장 직책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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