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선거(7월30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정택 후보측이 투표대상자들 주택 우편함에 '선거공약서'를 투입한 것이 선거법 위반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필자는 지난 25일 퇴근길에 현관 앞 우편함에 투입된 선거 인쇄물을 발견했다. 10여 세대나 되는 다세대 주택 우편함에 투입된 선거 인쇄물은 다름 아닌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공정택 후보의 선거공약서였다. 선거공약서는 지난 2월부터 도입된 제도로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선거공보 외에 별도의 선거공약서를 배부할 수 있다.
혹 다른 주택 우편함에도 선거공약서가 꽂혀 있나 확인하기 위해 동네를 돌아봤다. 확인한 결과, 다세대주택 현관 우편함과 단독주택 등 주택가 일대 대문과 현관 우편함에 공정택 후보의 선거공약서가 대량으로 투입이 되어 있었다. 다른 후보자들의 선거공약서도 찾아봤으나 한 장도 발견할 수 없었다.
선관위는 '합법' vs 선거법에선 '불법'?
의문이 들었다. '우편함 투입은 불법 아닌가?', '법으로 허용된 선거 인쇄물인데, 왜 다른 후보들은 우편함에 투입하지 않은 걸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등포선거관리위원회에 물었다. 영등포 선관위는 "선거공약서는 이번에 도입된 것으로 법정선거 홍보물"이라며 "배포방법에 대해서는 확실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음날 오전, 다시 관할 선관위에 재차 물었다.
여기 저기 전화를 돌리던 관할 선관위는 "선거공약서를 우편함에 투입하는 것은 허용된 것"이라는 답변을 했다.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위)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서 홈페이지를 이용해 중선위에 관련 사실을 신고했다. 이에 중선위는 관할 서울시선관위 답변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민원처리 결과를 밝혔다.
"'공직선거법' 제66조(선거공약서)에 의한 선거공약서를 후보자와 그 가족,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회계책임자 및 연설원이 우편함에 투입하는 방법으로 배부하는 것은 같은 법상 무방할 것입니다." 그러나 서울선관위의 이 같은 답변은 공직선거법(공선법) 제66조와는 다른 해석이다. 공선법 66조 어디에도 "선거공약서를 우편함에 투입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공직선거법 제7장 선거운동 제66조 (선거공약서)에는 "선거공약서는 ⑤후보자와 그 가족,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회계책임자 및 연설원은 선거공약서를 배부할 수 있다. 다만, 우편발송·호별방문이나 살포(특정 장소에 비치하는 방법을 포함한다)의 방법으로 선거공약서를 배부할 수 없다(개정 2008·2·29)"고 명시되어 있다.
대법원, 우편수취함 명함 살포에 유죄 선고
최근 여론조사 결과 공정택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주경복 후보 측은 이에 대해 "우리는 그 문제로 서울시선관위에 신고를 했는데 불법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고, 다시 중선위에 신고를 했는데 똑같은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호별방문에 준하는 방법으로 가가호호 찾아다니면서 선거공약서를 우편함에 투입하는 행위는 '우편발송에 의한 방법'으로 우편함에 도달하게 하는 행위나 살포와 다름없는 행위라고 해석돼야 할 것이다. 사실상 우편함 투입도 특정 장소에 비치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앞서 대법원이 명함 인쇄물을 가가호호 방문해 우편함에 투입하는 방법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시한 것에 비춰볼 때 이번 선관위의 해석은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법원은 지난 2003년 10월30일 실시된 대구광역시 동구의회(불로동·봉무동) 재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자가 선거 8일 전인 10월22일 선거구 아파트 현관 및 우편물 수취함에 총 73매의 명함을 살포한 것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판결 당시(2004년 8월) 대법원은 "명함을 아파트 현관의 세대별 우편함에 넣어두거나 아파트 출입문 틈새 사이로 밀어 넣어 안으로 투입하는 경우, 설령 그 투입행위 자체를 후보자 본인이 했더라고 하더라도 명함을 직접 준 것과 동일시 할 수 없으므로 위반행위에 해당하다"고 판시했다.
관할 선관위에 따르면 공정택 후보 측은 법에 따라 선거공약서를 제작했고, 선관위에 신고한 다음, 배부에 나섰다. 이 점은 분명하다. 공 후보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서울시교육감선거에 나온 후보들이 길거리 유세 등의 방법으로 유권자들에게 직접 선거공약서를 배부한 것은 합법이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선관위, 일관된 잣대 가지고 판단해야
그러나 논란의 지점은 특정 후보만이 우편함 투입 방법으로 선거공약서를 살포한 것이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무방하다'고 유권해석을 하지만, 공선법 어느 구석에도 우편함 투입이 '배부' 방법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차제에 선거법을 개정해 후보자 측이 제작한 선거 인쇄물의 별도 우편함 투입이나 우편 발송을 합법화하든지, 그게 아니라면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서 엄격히 금지시켜야 할 것이다.
막대한 세금으로 제작한 선거안내서와 법정 선거공보는 개봉되지도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데, 후보자가 제작한 선거공약서는 우편함에 가가호호 투입되어 있다면, 선거의 공정성이 지켜질 수가 없다. 이 같은 선거운동은 불법성 시비를 낳고, 오히려 선거비용만을 증가시킬 것이다.
선관위의 엄중하고도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대자보>에도 현재 송고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