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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사 총무원 기획실장 승원 스님
조계사 총무원 기획실장 승원 스님 ⓒ 조계사

대한불교 조계종 26개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은 지난 24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종교편향사건 책임자 문책 ▲근본대책 수립 ▲촛불집회 구속자 석방 및 수배자 수배 해제 등의 내용을 담은 최후 통첩을 날렸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직접 조계사를 방문해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을 만났지만 역부족이었다. 한 총리의 해명은 지관 스님의 침묵 앞에서 가로막혔다. 그만큼 불교계의 분노는 컸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승원 스님은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제화를 요구했다.

승원 스님은 "불교계 안팎에서 정부의 종교편향 종식을 위한 대책마련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오해'라거나 '단순실수'였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더 이상 불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해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초·중등교육법 제6조', '지방자치법 제17조'에 종교편향 방지 방안을 신설하는 관계 법령 정비와 함께 특정종교에 치우친 사람들을 정무직에 기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더불어 "정부가 이 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종단 직속의 범불교적 종교편향 대책기구를 구성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2000만 불자가 참여하는 시국법회를 개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승원 스님은 또 "많은 국민들은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미국과의 졸속 협상, 그리고 이에 반발하여 제기된 국민적 저항에 대한 정부의 편협된 인식과 수습 조치에 실망하고 있다"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먹겠다고 요구하는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구속하고 수배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수배자들에 대한 수배를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음은 승원 스님과의 서면 인터뷰 전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종교편향의 중심에 있어... 먼저 나서 사과해야"

 한승수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방문하여 합장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방문하여 합장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 대한불교조계종 26개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이 24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을 발표하게 된 동기나 배경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그 어떤 나라보다 종교간 상호 존중과 평화가 유지되었던 곳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1700년간 한국의 전통문화를 유지해왔던 불교가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의 핵심인 '연기'와 '자비정신'에 따라 불자들은 이웃종교인들을 존중하고 신뢰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런 전통이 깨지려 하고 있다.

정부 출범이전부터 이명박 대통령은 종교편향의 중심에 있었다. '서울시를 봉헌하겠다'고 했던 발언이나 '사찰은 무너져야 한다'고 외쳤던 부산지역 기도회에 축하 영상을 보낸 것 등은 대통령이 편향의 정점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또 처음 구성했던 내각이 특정종교에 편향됐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었다.

이번 성명 발표는 정부출범이후에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공직자들의 종교편향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한 전국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의 간곡한 당부다. 현재 교구본사주지스님들은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전국 3000여개 일선 사찰 주지스님과 불자들의 정서 또한 그러하다. 불교단체들의 경우 '이명박 정부 종교편향 종식 불교연석회의'를 구성해 앞으로 5년 내내 종교편향행위를 감시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불교계 안팎에서 정부에 종교편향 종식을 위한 대책마련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오해'라거나 '단순실수'였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종교편향에 대해 불자들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종교편향을 막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어떤 방안이 있겠나.
"제도 마련에 앞서서 이명박 대통령 등 정부 최고 책임자의 사과가 먼저 있어야 한다. 7월 22일 종단에 찾아온 한승수 총리는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우리는 총리의 해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

종교편향 방지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관계 법령 정비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에 공무원들의 종교중립을 명문화하는 것이다. 65조에는 정치운동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종교운동금지’를 신설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초 ․ 중등교육법 제6조>에 종교교육 중립성을 지키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지방자치법 제17조> 주민소송 요건에 특정종교 편향행위도 포함시키는 것 등이 있다. 이외에도 많은 대안이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공무원 교육시 종교편향 근절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제도적 개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특정종교에 치우친 사람들을 정무직에 기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종교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사람이 고위공직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정부 복음화'라든지 '사탄' 운운한 몇몇 장관과 청와대 관계자들의 발언은 그 사람들이 국민을 위해 사는 사람인지 특정 종교를 위한 사람인지를 구분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촛불시위 구속자 석방, 수배 해제해야 국민통합의 길로 나아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조계사 경내에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조계사 경내에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 권우성
- 촛불시위 구속자 석방과 수배해제 등을 요구한 까닭은 무엇인가.
"많은 국민들은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미국과의 졸속 협상, 그리고 이에 반발하여 제기된 국민적 저항에 대한 정부의 편협된 인식과 수습 조치에 실망하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를 먹겠다고 요구하는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구속하고 수배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이번 일은 정부가 원인을 제공했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는데도 수입을 강행했다. 따라서 결자해지 차원에서 국민통합과 화합을 위해 정부가 대승적으로 먼저 나서야 한다.

지금 정부가 처한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구속자들을 석방하고 조계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수배자들에 대한 수배를 해제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만이 정부는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정종환 국토부 장관, 어청수 경찰청장, 주영기 경기여고장 등을 문책하라고 주장했다. 3명을 지적한 이유를 설명해주셨으면.
"먼저 국토해양부는 올해 초 만든 교통정보이용시스템 '알고가'에서 주요 사찰들을 누락시켰다. 조그만 교회는 모두 게재되어 있는 반면 조계사나 봉은사와 같은 한국 대표사찰들은 모두 빠져 있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에 충성하려는 공직자들의 의도된 행동이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폭력적으로 시민들을 진압한 것은 물론이고 지난 6월말 '전국경찰복음화 금식대성회' 포스터에 조용기 목사와 나란히 등장해 경찰청의 교회화에 앞장섰다. 경기여고 주영기 교장의 경우에도 석등과 탑은 물론 불교계 최초의 불교복지시설인 '불교제중원' 표지석을 땅에 파묻어 교사와 학생들의 원성을 샀다.

위 3건 모두 의도적으로 불교와 전통문화를 폄훼하려는 사건이었다. 그래서 우리 종단은 관련자와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위 3건 외에도 무수히 많은 종교편향 행위들이 일어나고 있다. 종단은 향후 지방에서 일어나는 편향행위도 해당 교구본사와 함께 적극 대처할 계획이다." 

"이웃 종교 인정 못하면 불교를 비롯한 국민들이 등 돌릴 것"

 한승수 국무총리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방문하기로 예정된 가운데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시국법회추진위원회 소속 지관 스님과 불자들이 연좌시위를 벌이다가 조계사 총무원 소속인 스님들로부터 저지되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방문하기로 예정된 가운데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시국법회추진위원회 소속 지관 스님과 불자들이 연좌시위를 벌이다가 조계사 총무원 소속인 스님들로부터 저지되고 있다. ⓒ 유성호

- 이 안을 정부가 안 받는다면 어떻게 할 계획인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불자들의 인내는 한계에 이르렀다. 종단도 마찬가지다. 조만간 정부가 종교편향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국민통합 방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종단은 불자들의 요구를 받들어 강력한 행동에 들어갈 것이다.

먼저 종단은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의 요구대로 5년간 종교편향 행위에 대처하기 위한 종단 직속의 범불교적 종교편향 대책기구를 구성할 계획이다. 대책기구가 꾸려지면 불자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을 계속하며 종단에 종교편향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2000만 불자가 참여하는 '사회의 통합과 화해를 위한 시국대법회'등도 개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웃 종교와 함께 공동연대하여 우리 사회가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역사적 결단을 결행하겠다고 밝혔는데 어떻게 하실 계획인가.
"역사적 결단은 앞서 제시한 계획들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될 것이다. 종단의 여러 원로 어른스님들과 불자들의 의견을 받들어 단계적으로 실행할 계획이다."

- 불교는 자비의 정신을 갖고 있는 종교다. 자비의 정신을 갖고 있는 불교계가 이렇게까지 들고일어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의 성명에도 잘 나와 있듯이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종교분쟁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최대 종교인 불교가 이웃 종교와 더불어  함께 하려 했기 때문이다.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불교계가 인내하면서 이웃 종교를 존중하고 포용하려 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평화가 유지된다고 보고 있다. 종교편향 문제는 불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종교자유, 종교인권, 종교인의 문제이자 국민 모두의 문제이다. 종교로 인해 국민갈등이 일어나고 분열이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다.

정부입장에서도 볼 때 지금이 기회다. 정부가 법적, 제도적으로 종교편향을 근절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여건이 지금 마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정부의 태도에 따라 우리 사회가 종교평화와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을지 아니면 혼란과 갈등으로 갈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자신의 종교가 중요한 만큼 이웃의 종교도 중요하다.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불교를 비롯한 국민들이 등을 돌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종교편향#조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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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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