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탄 차량을 경찰이 샅샅이 뒤진 사건은 신군부 쿠데타 세력이 광주민주항쟁 직후에 저질렀던 10·27 법란과 다를 바 없다."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경찰의 이런 행태를 "좌시할 수 없다"고 강한 톤으로 성토했다. 현응 스님은 특히 현 정부의 종교정책을 '불교 박해, 기독교 우대'로 규정한 뒤 "이런 종교차별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불교계의 이같은 종교차별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해인사 등 전국 사찰의 산문 폐쇄나 2000만 불자 시국법회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조계종 주지회의에서 종교 편향에 대한 대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한승수 총리가 조계사를 방문해 유감을 표명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더욱 노골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불교계는 특히 격분하고 있다. 이 사건뿐만 아니라 현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지고 있는 종교 편향 정책으로 불교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는 불교를 박해하고, 정부는 기독교를 우대하고 있다"
지난 7월 31일 해인사에서 만난 현응 스님은 "종교편향이라고 하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기독교가 불교를 박해하는 것이고, 정부가 기독교를 우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불교는 민족종교로서 우리사회의 포용과 이해·화합을 위해 노력해왔고,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다종교 사회인데도 크게 분쟁없이 지내왔다"면서 "특정 종교를 배격하면 어떻게 되는지 중동지역의 종교 분쟁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냐"면서 현 정부의 종교편향정책을 비판했다.
현응 스님은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지자체장 시절부터 '서울시를 봉헌한다'고 말하기도 해서 우려하기도 했는데, 이런 편향이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나타나고 있다"면서 "불교박해, 기독교 우대 정책이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응 스님은 지난 29일 발생한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의 검문검색 사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80년대 초 군부 쿠데타세력이 10·27법란을 일으킨 것과 비슷한 사건이다. 10·27 법란은 광주민주항쟁 직후 불순분자 색출 명목으로 법당까지 침입해 군홧발로 수색하고, 이에 반항하는 스님들을 마구 짓밟은 사건이다. 송월주 스님까지 연행해갔다. 이번에도 불순분자 색출 명목으로 마당까지 불신검문하고 있지 않나. 제 집에 드나드는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고 수색하고 샅샅이 검색하는 것은 문제다. 청와대를 드나드는 대통령을 수색하고, 경찰청을 드나드는 경찰청장을 수색하는 것과 같다."
"10.27 법란과 다를 바 없는 행태...좌시할 수 없다""이런 상황이라면 조계사를 출입하는 조계종의 간부와 스님들을 모두 다 불심검문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을 모두 잠재적 불순분자로 판단하고 색출하려고 하는 것이다. 10.27 법란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이를 좌시할 수 없다." 현응 스님은 지난 30일 서울교육감 선거 때 지관 스님이 한 교회에서 투표하는 모습이 공개됐는데 이 역시도 종교차별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제 교육감 선거의 경우 중앙선관위가 투표소를 설치했는 데, 350여개의 투표소가 교회에 설치됐다"면서 "지관 스님이 정릉에 위치한 한 교회에 들어가서 투표하는 모습이 공개됐는데, 이런 모습 자체가 종교간의 위화감을 주고 한편으로는 모욕감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종교간에 마음의 상처를 주는 이런 것 역시 종교차별"이라는 것이다.
현응 스님은 "이런 종교 차별이 횡행하는데도 대통령이 이를 해결할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지 않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일부에서는 그런 생각(종교 차별)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실은 많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조계종 문화재사찰위원장이기도 한 현응 스님은 불교 차별 정책의 하나로 '국립공원 지정'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가야산만 해도 1천만평의 땅이 해인사 소유인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사유권을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는 것이다.
현응 스님은 이어 "사찰 재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인데 대부분의 전국 사찰들이 국립공원 등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포교 등에 활용할 수가 없다"면서 "대형 교회들이 여러 가지 편의시설을 지어 선교에 나서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현응 스님은 "여주의 한 영릉을 관리하는 예산만도 연간 20억~30억원정도"라면서 "우리는 사찰 소유의 땅과 우리나라 미래자산이기도한 소중한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도록 사실상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하면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관리까지 하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종교차별 금지 한시법이라도 만들어야" 조계사 주지회의는 지난 24일 발표한 성명에서 종교 차별 폐지, 조계사에서 농성중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의 수배 해제, 그리고 어청수 경찰청장 등 종교차별 정책의 선봉에 서 있는 인사들의 퇴진을 요구했었다.
현응 스님은 어청수 청장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어 청장은 가톨릭 신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사람이 기독교단체가 주관하는 경찰 공무원 복음화를 독려하는 포스터에 등장했다. 복음대성회에 총수 사진이 붙어있으면 경찰간부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게다가 경찰은 군대처럼 상명하복이 강한 조직이다. 경찰에게 기독교를 믿으라고 명령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이다." 현응 스님은 "지관 스님의 검문검색 등은 겉으로 드러난 일이어서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데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부의 예산과 인사정책"이라면서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이기 때문에 특정종교에 대한 박해, 차별 등을 없앨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입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응 스님은 특히 "막연하게 종교의 자유를 갖고 있다고 말할 게 아니라 명백하게 법률로서 종교차별을 받지 않도록 입법화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5년 동안 '장로 대통령'인 국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 기간동안 한시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