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집을 지으며 간혹 늘 거주하는 공간은 작아도 괜찮은데, 손님들이 왔을 때 손님들만을 위한 독립된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 집을 크게 짓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집은 가족의 생활에 불편함만 없으면 되지 쓸데없이 커서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어 집이 아늑한 공간이 아니라 유지, 관리에 부담스러운 공간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번에 짓는 집도 그런 생각을 가진 분이 본체는 가능한 작게, 그리고 손님들을 위한 별채를 따로 지어 달라는 부탁을 하였습니다.
별채는 여섯평의 공간에 방 1칸, 현관과 데크, 불을 때는 부뚜막으로 이루어진 간단한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난방은 구들을 놓아 불을 때고, 건물은 목조주택으로 짓기로 하였습니다.
별채의 기초는 구들을 놓기 위해 기초 외벽을 내화벽돌로 쌓았습니다. 그리고 기초의 마지막 단에 앵커볼트를 심었습니다. 그래야 목조주택 벽체를 올릴 때 기초와 벽체가 서로 연결되게 할 수 있습니다. 기초바닥의 습기가 나무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방부목깔도리 아래에 방습지 은박매트(목조주택에서는 실실러(Sillsealer)라 부름)를 붙인 깔도리를 깔고 벽체를 세웁니다.
목조주택은 건물 올리기가 다른 집들보다 비교적 쉽습니다. 2by구조재와 osb합판을 이용해 벽체를 만든 후 벽체를 세우기 때문에 여섯평 정도의 건물은 목수 둘이서 하루면 다 만들고 세울 수 있습니다(목조주택 벽체 만들기의 자세한 내용은 제가 쓴 다른 글들을 참조 하세요).
이제 본체로 가 볼까요. 제가 별채를 지을 동안 다른 분들께서 본체의 벽체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본체의 벽체는 원목낙엽송 삼면 대패한 것을 가지고 귀틀집 형태로 엇갈리게 쌓기로 하였습니다.
본체의 벽체로 사용할 원목을 낙엽송을 쓴 이유는 낙엽송이 가시가 많아 가공은 힘들어도 다른 나무들에 비해 물과 햇빛에 노출되어도 오래가고, 건축공사에서 비계파이프를 대신해서 비계목으로 사용될 만큼 튼튼하고, 다른 원목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근처에 제재소가 있어 낙엽송은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제재소에서 삼면대패한 낙엽송원목을 싣고 와 벽체목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껍질을 벗겨야 합니다.
집짓기가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있겠습니다만, 이 낙엽송 껍질 벗기기 또한 쉬운 일이 아닙니다. 껍질을 벗기려면 우선 낙엽송원목의 옹이 부분을 체인톱으로 모두 정리해 줍니다. 그래야 껍질 벗기기가 쉽습니다.
낙엽송원목의 껍질 벗기기는 박피기나 대장간에서 만든 조선낫이 좋습니다. 그렇게 껍질을 벗겨도 혼자서 오전에 나무 열 개 정도를 벗기면 팥죽 같은 땀이 비오듯 합니다. 칼칼한 막걸리 생각이 간절하도록 만들지요.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 건축주 선생님께서도 하루 껍질을 벗기고 나선 막걸리를 사와서 한잔 마셔가며 해야겠다고 하시더군요.
삼면대패한 귀틀원목을 서로 엇갈리게 벽체를 쌓습니다. 원목과 원목은 서로 연결해 주기 위하여 180mm 직결 육각피스로 단단히 고정해 줍니다. 서로 맞물려서 나무를 쌓고 그부분을 또 직결피스로 고정해 주니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집이 아닐까 합니다. 그럴 일이야 없지만 웬만한 지진과 태풍이와도 끄떡없을 것 같습니다.
창문과 문이 들어갈 자리는 2x6로 상단 인방을 만든 후 창틀과 문틀 크기보다 15mm정도 여유를 주어 사각으로 틀을 짠 후 귀틀벽체에 고정했습니다. 귀틀에서 만들기 힘들었던 창틀과 문틀을 2by목재로 만드니 작업이 한결 빠르고 쉬웠습니다.
다음편에 계속
덧붙이는 글 | 전국을 돌아다니며 목조주택을 지으며, 집 짓는 소식을 전하는 블로그http://blog.naver.com/soldungji.do(솔둥지의 집짓는 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