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단식 52일째인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2시 50분께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노조원 윤종희(38)·강화숙(38)씨와 '기륭전자 비정규 여성 노동자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국회 2층 한나라당 원내대표실 점거를 시도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 앞에 있던 경위들이 이들을 막아섰다. 이에 윤종희씨는 "여기서 죽겠다, 우리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소리쳤다. 경위들은 "안내실로 내려가 달라, 절차부터 밟으라"고 대꾸했다.
결국 이들은 한나라당 원내대표실 앞에서 연좌 농성에 들어갔다. 같은 시각, 민주당 원내대표실을 방문했던 노조원 이미영(28), 최은미(24)씨는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기륭전자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홍준표 원내대표, 사태 해결한다며 악화시켜"
이들은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을 점거하려 했던 이유에 대해 "기륭전자 문제 해결을 돕겠다는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고 밝혔다.
기륭전자 공대위는 지난 7월 10일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을 점거해 홍준표 원내대표와 만날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홍준표 원내대표는 문제 해결을 약속했고, 노사 간의 성실교섭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태 해결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이튿날 교섭에서 노사 간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지난 23일 기륭전자 쪽은 한나라당, 노동부와 협의했다며 신설회사로의 1년 계약직 고용 안을 일방적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법파견에 대한 도의적 책임도, 자신들이 먼저 제기했던 안에 대한 신의도, 지금까지 투쟁해온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더 후퇴한 안을 내놓았다"고 반발했다.
노조원 윤종희씨는 "홍준표 의원은 검사출신 아니냐, 정규직이 무슨 말인지 모르냐"며 "책임지겠다면서 왜 사태를 악화시켰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밤 10시 현재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공대위 관계자들은 침낭을 깔고 누워 잠을 청하거나 쉬고 있다. 이들은 "단식 52일째인 김소연 분회장과 함께 하겠다"며 동조 단식을 하고 있다. 국회 쪽은 "강제로 끌어내지는 않겠다"고 전했다.
이들은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경동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 고공농성 2번·사회공동행동·집단 단식을 했는데도 기륭전자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다시 어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싸울 수 있겠느냐,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내 기륭전자 안내실 옥상에서 52일째 단식을 진행하고 있는 김소연 분회장 등 노조원 3명의 건강상태는 매우 악화됐다. 윤종희씨는 "의학적으로 살아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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