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시계는 냉전시대에 멈춰...
세상 꼴이 말이 아니다보니 매일같이 황당하고 어이없는 소식들만 들려온다.
제 나라 제 영토(독도)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정부(국방부)는 '장병 정신교육에 부적합한 서적이라 판단된 도서들', 반정부(북한찬양).반미.반자본주의 내용이 담긴 도서 23권을 지정해 부대내 반입 차단지시를 내렸다. 군 당국은 군내 불온서적을 취득시 즉시 기무부대에 통보하고 휴가 및 외출.외박 복귀자의 반입 물품을 확인하고, 우편물 반입시 간부 입회 하 본인개봉 등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국방부가 불온서적이라 지정한 책들 중에는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책과 현재 대학교재로 사용되는 책들이 있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관련해 지금도 북한을 주적으로 삼아 적대시(군사훈련의 목표)하면서 통일과 평화를 말하고, '애국자, 자유민주주의자가 아니면 빨갱이, 간첩, 불순분자'라는 냉전시대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시대착오적인 국방부를 질타하는 네티즌과 블로거들 사이에서 불온서적에 대한 관심을 증폭되었다.
더불어 되레 불온서적의 도서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출판사와 국방부가 짜고 안티마케팅을 펼쳤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이 펼쳐지고 있다. 재치넘치는 인터넷서점 알라딘은 국방부의 금지도서를 특별이 모아 독자들에게 의견과 감상평을 묻는 페이지도 특별이 선보여 환영을 받고 있다.
* 알라딘 <2008 국방부 금지도서> http://www.aladdin.co.kr/shop/wbrowse.aspx?CID=29991
공공도서관에 비치된 책이 불온서적?
그래서 얼마전 일터를 그만두고 최근 하루도 빠짐없이(휴관일을 제외하고는) 산과 고개를 넘어 찾고 있는, 인천 계양도서관(http://www.gyl.go.kr/) 종합자료실에서 <2008 국방부 선정 불온서적 23권>을 찾아봤다. 대체 불온서적이 얼마나 있을까? 괜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우선 반자본주의 성향의 금지도서로 선정된 책 2권,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세계화의 덫>을 검색해 본 결과 모두 검색되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은 관외 대출이 아니라서 서가 한편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반정부, 반미성향의 금지도서로 선정된 10권 중에는 <미군범죄와 한.미 SOFA>를 제외한 모든 책들이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빌려볼까 했는데 이미 관외대출 중이었다. 대신 대출가능한 <김남주 평전>을 서가에서 찾았는데,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다. 지갑속에 도서관카드가 있는데 말이다. ^-^::
북한 찬양의 금지도서로 선정된 7권 중에는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북한의 미사일 전략> <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5권을 제외한 2권만 비치되어 있었다.
6권을 제외한 <국방부 선정 불온서적 23권>은 공공도서관 서가에 잘 비치되어 있었다.
자료신청을 하지 않아 비치되지 않은 6권은 조만간 신청해 볼 생각이다.
2008년 <병영 도서 기증운동>시 불온도서를 보내주자!
작년 국방부는 <병영 도서 기증운동>이란 것을 펼쳤다. 문학.경제경영.인문사회 등 정서함양 및 자질향상에 도움이 되거나 컴퓨터.정보통신.자동차정비 등 국가자격증 취득 및 학점 인정 관련 도서(2004년 이후 출판도서)를 단체나 업체, 개인으로부터 기증받았다.
정권이 바뀌어서 올해도 이런 행사를 벌일지는 모르겠다. 만약 올해도 <병영 도서 기증운동>이란 것을 벌인다면, 일반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공공도서관에도 비치되어 있는 최근 출간된 '불온서적'들을 보란 듯이 보내주는 것은 어떨까싶다.
덧. 일본 애니메이션 중 <도서관전쟁(http://www.toshokan-sensou.com/)>이란게 있다. 국가와 사회안정을 위협한다는 명목으로 불온한 미디어(서적 등)를 국가(양화대)가 지정해 검열, 파괴하는 것에 저항한 도서관대(도서관 자체 군사조직)의 당찬 신입 여성 도서대원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바로 만화속 세상이 우리 눈앞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은 참 암울하기 짝이 없다. 생각을 다를지라도 표현과 언론, 정치사상의 자유를 위해서 함께 싸우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를 곱씹어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