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동네 제과점에서 빵이나 과자 따위를 살 때가 있다. 근데 참 헤프다. 간식으로 사다놓고 펼쳐놓으면 어느새 다 먹고 없다. 그나마 식빵은 냉장고에 한 이틀씩 머물기도 한다. 그것도 잼이 없을 때 얘기다. 식구들이 빵이나 과자를 좋아하니 직접 만들어 먹었으면 좋겠다. 근데 오븐이 없다. 정보를 찾아보니 빵은 오븐이 있어야하지만, 과자는 오븐 없이 전자렌지와 프라이팬만으로도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재료를 준비하면서 박력분 밀가루가 그리 흔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있어도 큰 용량(2.5kg)만 눈에 띄기에 동네 슈퍼 서너 군데를 돌아다니다 결국 1kg짜리 박력분 밀가루를 찾았다. 그 반가움이란. 빵에 발라먹는 마가린 비슷한 것만 생각하고 버터를 집어 들었다. 450g짜리 1개 5300원이다. 생각보다 비싸다. 버터를 사보기는 첨이다.
처음이니 조금만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러다 요령이 생기고 응용력과 실력이 늘어나면 그땐 예쁘게 포장해서 선물로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생각만 해도 절로 기분이 좋다.
재료를 다 모아보니 별로 복잡할 게 없다. 밀가루와 버터, 계란과 설탕, 코코아가루 혹은 바닐라가루, 베이킹파우더가 전부다. 슬슬 시작하려니 벌써부터 다 만들어진 동그란 과자가 눈앞에 삼삼하다.
내가 먹는 커피 잔으로 두 컵 분량의 밀가루와 밥 먹는 숟가락으로 코코아가루 한 수저, 베이킹파우더는 커피스푼으로 반 수저를 넣고 체에 걸러준다. 코코아가루나 바닐라가루의 기준은 없다. 그저 내가 좋아하면 더 늘릴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고 넣지 않을 수도 있다. 근데 왜 넣느냐고? 안 넣어도 되지만, 넣으면 밀가루 냄새가 덜 난다.
체에 거른 가루 위에 계란 한 개를 넣고 버터 한 조각(0.8cm정도)을 전자렌지에 잠깐 돌려 녹으면 같이 넣어준다. 설탕을 넣는데 단것이 좋으면 종이컵 기준해서 두 컵을 넣어준다. 나는 한 컵도 너무 많은 것 같아 세 숟가락을 넣었다.
섞인 재료를 조물조물 반죽해서 비닐에 넣고 냉장고에 방치한 지 30~40분이 지났다. 버터가 들어가 손에 달라붙지는 않지만 미끈한 느낌이 든다. 모양 틀로 찍으면 모양새야 다양하고 멋들어지겠지만, 내가 찾는 알루미늄 모양 틀이 없었다. 플라스틱으로 엉성하게 만든 모양 틀 대여섯 개가 2500원인데 사지 않았다. 그냥 손으로 주물러 모양을 만들고 포크로 살살 찍거나 테투리를 눌러주었다.
처음부터 프라이팬에 올려 가스 불에 구우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래서 대충 모양을 만든 반죽을 비닐 위에 올려 전자렌지에 넣고 다시 비닐을 덮어 1분 30초 정도 돌렸다. 꺼내서 프라이팬에 옮기고 제일 약한 불로 맞춘 뒤 뚜껑을 닫아놓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 뚜껑을 여니 아, 그 속에서 봉긋 부풀어 솟아오른 과자가 너무 사랑스럽다.
손으로 만져보니 딱딱하다. 다 익었다. 꺼내서 접시에 담아놓으니 그럴 듯하다. 아니 근데 왜 이런 맛이지? 너무 안 달다. 설탕을 세 숟가락이나 넣었는데. 직접 만들어 먹어보니 우리가 사 먹는 과자에 설탕을 얼마나 많이 넣는지 짐작이 간다.
"씹을수록 맛있네!"
"이게 다야?"
처음 만든 투박하고 못생긴 과자는 맛보기로 눈깜짝할 사이에 다 없어졌다. 한 번 만들어 봤으니 다음엔 또 다른 맛이 더해질 것이다. 선물용으로 들이대기엔 아직 몇 번 더 만들어 봐야겠다. 그래도 내 선물을 즐겁게 받아줄 얼굴들을 떠올리면 뜨거운 여름에 과자만들기가 그리 번거롭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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