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천시 청소년 수련관에서 발행하는 신문인 ‘터’에서 청소년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 기자단은 최영진 지도사의 지도 아래 매월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편집회의를 거쳐 신문 제작에 참여한다. 지난 7월 26일에는 부천시 청소년수련관 자치위원실에서 기자단 교육이 있었는데 조선일보 이두 기자님이 강사로 초대되었다. 20년간 기자로 활동해 온 기자님의 생생한 강의는 기자와 기사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해소시켜 주었다.
토요일 오후라도 학원에 가야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청소년 기자단 17명 중 16명이 참석했다. 나도 그 시간에 수학학원에 가야되는데 강의를 듣기 위해 수학학원을 포기했다. 학과 수업도 중요하지만 현직 기자님이 들려주시는 강의가 무척 궁금했고 쉽게 들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의가 예정된 오후 2시쯤 이두 기자님이 들어오셨다. 친근감이 느껴지는 외모에다 성격도 시원시원하셨다. 기자님의 이미지는 내 예상과 많이 달랐다.
강의는 두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2교시로 나누어서 했는데 1교시에는 기자의 의미, 기자의 생활 등을 말해주었다. 기자는 아직까지는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했다. 일반 직장인처럼 출퇴근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여유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항상 기사를 써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하셨다.
또 정성들여 쓴 기사를 제 시간에 써서 냈는데 퇴짜를 맞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고 한다.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상대가 잘 만나주지 않아 담을 넘어가서 성사시킨 일화도 알려주셨다. 기자는 정말 배포가 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는 글을 아주 잘 쓰지 않으면 돈을 벌기 힘들다고 한다. 또 기자들 치고 뚱뚱한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은 항상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뚱뚱한 사람은 약간 게으른 면이 있어 신문사에서도 좋게 보지 않는다고 했다. 외국에서는 뚱뚱한 군인과 비만 장관은 퇴출의 대상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자기 몸도 하나 관리 못하면서 나라를 지키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역시 뚱뚱하면 어디에서나 좋은 인상을 받기 힘들다. 뚱뚱하면 어떻게 해서든 살을 빼야 한다고 생각했다. 청소년 기자들 중에도 뚱뚱한 사람이 몇몇 있는데 기자님의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했다. 나는 초등학교 때는 제법 통통했지만 운동을 좋아해서 지금은 살이 많이 빠졌다.
1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기자님게 다가가 개별적 질문을 하는 학생도 몇몇 보였다. 특히 여학생들은 기자님의 휴식 시간을 다 빼앗을 정도로 질문이 많았다. 기자들은 날카롭고 딱딱 할 줄 알았는데 이두 기자님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답해주셔서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2교시에는 기사 작성요령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어떤 기사가 좋은 기사인지 가르쳐 주셨다.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쓰라고 했다. 아무리 기사를 잘 써도 사람들이 보지 않는 기사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다. 맞는 말인 것 같다. 많은 분량의 신문을 정독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고 독자들은 대부분 흥미 있는 부분만 골라서 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니까 기사는 가능한 재미있고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하지만 그런 주제를 찾기는 힘든 것 같다.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소재를 찾기 위해 늘 호기심을 갖고 관찰해야 좋은 기사를 쓸 것 같았다.
기자님은 기사를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주에는 경영연구소를 운영하는 공병호 박사님의 강연을 들으러 연세대학교에 갔다. 강연 내용 중에서 기억에 뚜렷이 남아 있는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이 공 박사님께 책을 몇 십 권 쓰셨는데 그 아이디어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냐는 질문을 했다. 박사님은 저장창고를 만들기 위해서 책을 많이 읽으라고 했다. 책을 꾸준히 읽어서 기본 배경지식을 많이 쌓아놔야 글을 쓸 때 술술 풀린다고 했다.
이 두 기자님도 공 박사님과 비슷한 내용을 일러주셨다. 예를 들어 치약통에 치약이 많이 들어있으면 살짝만 짜도 많이 나오고 치약이 조금 들어있으면 아무리 짜도 잘 나오지 않는다. 이처럼 책을 많이 읽으면 입력된 지식이 출력이 되어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글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기사쓰기도 이와 같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은 기자의 기사는 다른 것이다. 독자에게 많은 정보를 줄 것 같다.
이두 기자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가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났다. 기자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조선일보 기자가 직접 기자들의 생활을 말해주니까 더 가슴에 와 닿았다.
기자님의 특강이 끝나고 선배 기자들이 와서 간담회를 열었다. 어떤 선배는 “옛날에는 기자들끼리 두루 친하게 지냈는데 후배들은 친밀감이 부족하다”며 “서로 친하게 지내라”고 당부했다. 사실 나도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으나 쉽게 친해지지 않는다. 특히 남학생이 4명 밖에 없는 데다 나와 같은 나이가 같은 남학생이 한 명도 없는 게 아쉽다.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 놓을 수 있는 청소년 신문 ‘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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