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필자는 정기적으로 시립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는 편이다. 하루는 책을 빌리러 갔다가 시리즈 다음 권이 없음을 확인하고 허탈함을 느끼며 서 있었다. 여러 권으로 된 소설을 읽다가 바로 다음 권이 없을 때 느끼는 분노(?)와 허탈감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심정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도서관을 배회하고 있었다.
순간, 눈에 띈 책.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 전화 연결음을 들으며 인터넷을 시작한 필자는 <오마이뉴스>를 그저 단순한 언론사로만 알고 있었다. <오마이뉴스>라는 아주 특이한 이름을 가진 신문사로만 알고 있던 필자에게 '대한민국 특산품'이라는 말은 "이건 뭐야?"라는 생각과 함께 책을 뽑아들게 만들었다.
"우리는 그것을 네티즌 혁명이라 부른다."
책을 뽑아들고 겉표지를 보는 순간 '아, 이거 인터넷과 아주 깊은 관계가 있는거구나. 왜 내가 몰랐지?'라는 연속적인 궁금증과 책의 머리말(지은이의 말)과 차례를 순식간에 훑어보았다. 그리고 1장 제목을 보는 순간 책을 빌리기 위해 대출기계로 향하고 있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 한 문장을 보고 책을 빌리기로 했다. 게임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에게 저 문장은 어찌보면 공감되기도 하고, 어찌보면 도전적인 문장이기까지 했다. 전문적인 교육도, 지침도 없는 게임 기자를 하면서 '펜이 칼보다 강하다'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온라인 게임에 정치라는 개념을 포함시킨 이 게임에서 '언론'의 역할을 하는 기자는 어떤 방향으로 기사를 쓰냐에 따라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또 의도하기도 했었다. 이런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게 모든 시민이라고? 당장 책을 파고 들었고 그제서야 '아, 오마이뉴스라는게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오, 그래? 나의 3년 경력을 보여주지!"
지은이의 말을 보고 처음 떠오른 생각이었다. 자신 있는 걸 넘어 자만했었다. 그리고 오마이뉴스가 성공해(?) 나가는 내용들을 읽으며 정말로 정말로 재미있게 읽었다. '2000년부터 난 무엇을 했지?'라는 자책까지 해가며 <오마이뉴스>의 존재감을 몰랐던 걸 한심하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참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 읽은 책을 덮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시민기자라는 것에 참여하자. 그리고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을 기사화하고 <오마이뉴스>라는 곳에서 나를 평가받고 고칠 것이 있다면 고쳐보자!'.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회원가입을 했다.
"IT는 왜 없죠?"
처음 <오마이뉴스>에 가입하고 한 일은 내가 올릴 기사가 분류될 IT를 찾는 것이었다. 오랜시간이 흘렀음에도 IT 분류를 찾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네이버뉴스나 다음뉴스에는 있는 IT가 <오마이뉴스>에는 없었던 것이다! 겨우겨우 찾은 건 <오마이뉴스E>에 있는 IT 뿐, 근데 이곳에는 기사를 쓸 수가 없다! 뭐지!?
그래서 회원가입을 한 후 처음으로 한 것은 '기사쓰기'가 아닌 '질문하기'였다. 질문의 요지는 "왜 IT가 분류에 없나요?"였고 돌아온 답변은 "쓰려는 기사는 스포츠에 쓰면 된다. e스포츠나 게임에 관련하여 기사 쓰는 시민기자도 꽤 많고 스포츠 분류에 썼다" 였다.
"이럴 수가! 인터넷 신문사에 IT가 없다니!"
큰 기대를 가지고 가입했던 필자로서는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꾸었는데, IT라는 분류 자체가 갖는 성격이었다. IT에는 정말 다양한 세부 분류가 있는데 그중 다수는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기사화가 가능한 것들이 꽤 있기때문이다(물론 필자가 쓰려는 기사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되는 것이기에 그다지 큰 상관은 없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 궁시렁 궁시렁대며 처음으로 '사는이야기'를 접하고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이거 시민기자가 쓴 기사 맞나요?"
<오마이뉴스>에 와서 다양한 기사를 읽었다. 역사 수업을 거부한 초등학교 선생님들 이야기부터 인턴기자의 여자친구 이야기, 또 직전에는 10년동안 핸드폰을 써온 한 시민기자의 이야기까지.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은 "이거 정말 시민기자 맞아?"였다. 생각보다 너무나 완성도가 높았고 지금껏 필자가 써온 기사들에 비해 훨씬 더 그럴싸했다. 아니, 이것이야말로 '기사'였다.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 책을 덮으면서 떠올랐던 '자만'은 이미 저 깊은 곳으로 가라 앉았고 '자신감'마저 같이 잠수를 하려 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민기자로 가입하고 이제서야 첫 기사를 올린다.<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 수준은 필자가 예상했던 그것보다 훨씬 고차원이었다.
"낮은 자세로...."
사람이 좋고 나쁨을 떠나, 정책의 좋고 나쁨을 떠나 단순히 말로서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말에 참 많은 걸 느꼈었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지난 3년, 4년간 게임기자로서 해왔던 것은 어디까지나 '몸풀기'에 불과했다. 우물 안에서 헤엄치고 좋아라 한 것을 이제 우물 밖에 나와서 알았다.
우물을 떠나 이제 <오마이뉴스>라는 항구를 통해 바다로 나가려 한다. 우물 안에서 했던 수영법들이 과연 바다에서 통할지 걱정이 크고 또 그 수영법을 실험해보고 싶다는 자신감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수영복을 입고 물안경을 쓰고 다이빙을 하기 직전이다. 그 상황이 이 기사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에 관련한 기사를 쓰는 것이다. 거기에는 리뷰도 있을 것이며, 공략도 있을 것이고, 기행도 있을 것이며, 온라인 게임 전체에 대한 우려와 격려 등등의 기사를 쓰려고 한다.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책에서 8:2라는 불리한 숫자 싸움을 시작했고 2004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7:3이 되었다고 평가한 오연호 기자님의 말과 자신감을 보고 필자도 '온라인 게임은 현실과 가상을 구별못하게 만드는 잠재적 범죄자를 만들어내는 몹쓸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거대 신문사들을 향해 당당히 무언가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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