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5시 30분 종로 보신각에서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파병반대국민행동,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3단체가 주최하는 '부시 대통령 방한 반대 반전평화행진'집회가 열렸다. 집회가 끝나고 1000여 명의 시민들은 청계광장을 향했다.
청계광장에도 1000여 명의 시민들이 깃발과 피켓을 들고 서있었다. 계속 참여자들이 늘어갔다. 저녁 7시경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주최로 90차 촛불문화제가 시작됐다. 5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집중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는 청계광장을 향해 경찰병력이 갑자기 들어닥치면서 폭력과 연행이 시작됐다.
경찰은 구호를 외치거나 깃발을 들었거나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면 이곳저곳을 찾아 다니면서 마구잡이로 폭력과 연행을 일삼았다. 도로가에서 서 있던 시민들은 이 광경을 보고 "폭력경찰 물러가라", "이명박 퇴진" 등의 구호를 연신 외치기도 했다.
경찰의 폭력진압이 있던 청계천 다리에서는 외국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하얀 천에 검정 글씨로 '부시=테러리스트, BUSH=TERRORIST'라고 쓴 펼침막을 선보여 시민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청계광장에서 만난 하태경(38)씨는 "이명박 정권이 자신의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고 폭력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역겹게 느껴진다"면서 "평화시위를 보장하지 않고, 폭력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간디가 말한 무저항주의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시민들이 청계광장을 비롯해 종각에서 종로3가까지 밀리면서 7일 새벽까지 게릴라성 시위가 이어졌다. 청계에서 종각, 종로3가, 명동에 이르기까지 경찰의 무자비 표적 연행은 이어졌다.
청계광장에서 출발해 첫 도착지인 종각에서도 어김없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경찰의 시위대 연행 작전이 계속됐다. 저녁 9시 30분경 종각에서 만난 부천에서 올라온 김아무개씨는 "국민의사를 무시하고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게 실망했다"면서 "FTA의 내용은 신자유주의에 부합한다. 신자유주의를 내세우는 부시 방한을 반대하려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시위를 하는 시민들에게 경찰이 무자비한 연행을 하는 걸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면서 "이명박 정권이 끝날 때까지 계속 촛불시위에 나오겠다"고 밝혔다.
종각에서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를 비롯해 민주노동당 지도부, 당원들은 경찰의 강경진압에 항의해 도로에 앉아 연좌시위를 벌였다. 그 앞에는 '주권무시 조공외교 부시방한 반대한다'는 펼침막이 놓였다.
밤 11시경 종로3가에서는 물대포를 쏘는 경찰에 맞서 시민들이 색소 물대포를 맞으면서 강력히 저항했다. 여기에서도 강경진압은 계속됐다. 검거 전담 기동대들은 피신해 가계로 들어간 시위대까지 색출해 검거하기도 했다.
종로3가역 부근에서는 기타와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한 부부가 눈길을 끌었다. 엄광현(34)·김정은(39)씨 부부는 "참된 일을 하는 촛불시위자들에게 보람된 일을 하고 싶어 연주를 하게 됐다"면서 "국민을 겁내지 않는 정부에게 실망을 했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촛불시위에서 많이 부른 '님을 위한 행진곡', '광야에서', '아침이슬', '법 제1조' 등을 주로 연주했다.
종로 3가에서는 '전대협' 깃발 아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얼굴을 빨간 스카프로 가린 채 '님을 위한 행진곡', '광야에서' 등을 부르면서 촛불시위 투쟁열기를 이어갔다.
12시가 넘은(6일 오전) 시각. 시위대들은 명동성당 앞으로 자리를 옮겨 마지막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군부독재시절 마지막 성전이 명동성당이었다"면서 "일하는 사람에게 희망주고 서민과 국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민주노동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정리 집회가 끝나고 시위대들은 지하철과 심야버스, 택시를 타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물론 끝까지 남아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시민들도 더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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