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어느 날. 당직근무를 하는데 자정을 넘긴 시간에 갑작스레 울리는 전화벨소리. 따르릉~~~
"감사 합니다. 구덕운동장 당직근무자 OOO입니다.""여보세요. 거기 운동장이지요?""네 맞습니다. 무슨 일이신데요?""여기 대군(대구인)데요. 사직 야구장 관중석이 움직입니까? 고정 입니까?""만들 때는 이동식으로 만들었는데 실제 이동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지는 못했습니다.""아저씨~! 확실하게 대답 해 줘야 합니다. 만약에 틀리면 책임 져야 합니다.""무엇 때문에 그러시는데요? 내일 다시 한 번 전화주세요. 혹시나 싶어 다시 확인하려고요."그때 옆에서 자기들끼리 큰 목소리로 나누는 이야기가 전화기를 타고 들립니다.
"우리 술값내기 했으니 틀리면 당신이 술값 다 물어 줘야 합니다….""하하하~~ 그냥 심판은 다음에 봐줄 테니 오늘은 외상 장부 달아놓고 일찍 들어 가이소.""아저씨 핸드폰 번호 갈쳐 주이소. 내일 전화하끼요."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가르쳐줬더니 수고하시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전화를 끊더군요. 가끔 오는 이런 엉뚱한 전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호기심이 엄청 많습니다. 그래서 이것 저것 해부를 해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최근 야구공 속에 쇠구슬이 들어있다고 우기는 분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평소 제가 알고 있는 야구공에 대한 상식이 틀렸나 싶어 다시 해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야구공의 속 모습을 확실히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냥 할 일 없는 백성의 엉뚱한 장난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넘겨주시기 바랍니다. 사진 속 공은 대학야구 선수들까지 사용하는 야구공입니다. 구덕운동장에서는 이제 프로야구는 하지 않기 때문에 프로경기에 쓰는 공은 없습니다.
자, 이제 분해의 첫단계 작업으로 일단 외피부터 벗겨 보기로 하겠습니다.
외피를 완전히 벗긴 모습 입니다. 가는 실이 일정하게 촘촘히 감겨 있습니다.
제일 바깥에 감긴 가는 실을 다 풀고나니 다음으로 좀 더 굵은 실이 모습을 보이네요. 아주
촘촘히 감겨 있습니다.
굵은 실을 다 풀고 나니 안에는 탱탱볼 같은 고무공이 들어있는 게 보입니다. 감아놓은 실의 길이가 제법 길고 풀어 놓으니 부피가 제법 되더군요.
단단하게 감긴 실 속에 숨어있던 고무공 입니다. 실을 얼마나 단단하게 감았는지 고무공에 실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사실 저도 늘 여기까지만 해부를 해 본 탓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이 탱탱볼이 아무 것도 안 들어있는 속이 꽉 찬 고무공인줄 알았습니다.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고, 알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던 부분을 자르니 탄성 등 재질이 다른 것 같은 2겹으로 이뤄져 있더군요. 속에 코르크 같기도 하고 톱밥을 뭉친 것 같기도 한 작은 공이 또 들어 있네요.
작은 야구공 하나를 해부해보니 이렇게 부피가 많아졌습니다. 이 코르크 같은 작은 공 속에 또다른 무엇이 들어있을까 싶어, 또 반으로 잘라봤습니다. 자, 과연 속에는 어떤 모습인지 보세요.
자, 그럼 지금까지 보아온 야구공의 해보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드리지요. 왼쪽부터 오른쪽의 순서가 해부를 하다 만나는 순서입니다. 작은 야구공에 이렇게 많은 것이 들어있었나 싶을 정도의 분량이었습니다.
이제 야구공의 구조에 대해서 질문을 받아도 막힘이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