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26명의 시민들이 연행됐다. KBS 앞 촛불문화제에서다. 아니, 이들은 7일 저녁 8시20분께부터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올림픽 축구경기를 시청하다가 경찰에 끌려갔다.
성유보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 상임위원장, 최상재 전국언론노조위원장, 현상윤 전 언론노조 부위원장, 최용수 PD연합회 정책위원(KBS PD),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 정청래 전 의원 등도 현장에서 연행됐다.
이날 '정부의 KBS 장악 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는 오태훈 KBS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다. 첫 시작은 '땡전뉴스' 영상. 오태운 아나운서는 "이런 땡전 뉴스가 '땡박 뉴스'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경버스 46대가 KBS 주변 둘러싼 상태에서 진행된 촛불문화제에서 강기갑 민노당 의원은 "1%를 위한 정책이 나머지 99%의 국민들을 힘들게 한다면 이는 틀린 것"이라며 "지금 날씨가 35도가 넘어가고 있는 데 40도가 넘어도 우리는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해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이어 "촛불의 온도가 1000도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런 뜨거운 열기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도 연단에 올랐다. 송 의원은 "언론은 우리 몸의 혈액과도 같은 것"이라면서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고 막히면 사람이 죽듯이 언론이 억압당하면 나라 역시 망하게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진보신당 공동대표 노회찬 전 의원은 "현 정부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하는데, 지난 10년간 기득권들은 제정신을 잃어버렸다"고 일갈했다.
노 대표는 "5.16 쿠데타 때 박정희가 한강을 건너고 제일 먼저 점거한 것이 남산의 KBS 라디오 방송국이었다"면서 "그의 말로가 어땠는가, YTN, KBS, MBC를 조중동으로 만드려는 독재자의 말로 역시 비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0여명의 시민들은 박수를 치거나 '방송장악 막아내자', '정부감사 원천무효', '공영방송 못내준다'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연단에 선 인사들의 발언에 호응했다.
문화제 1부를 마친 밤 10시 10분께부터 경찰의 무차별 연행이 시작됐다. 시민들은 고함을 질렀고 곳곳에서 구호가 터져나왔다. 선농암의 무송 스님은 삼보일배를 하다가 연행되기도 했다.
한편, 경찰에 밀려 흩어졌던 시민 200여명은 새벽 1시가 지나도록 인도나 여의도 공원 잔디밭 위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송영길 의원은 인도 위에 자리에 깔고 앉아서 인터넷을 하고 있고, 노회찬 전 의원은 책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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