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인 가슴통증과 어지럼증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등 기륭전자 단식 농성자들은
이미 의학적 한계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왜 이들은 생명을 담보로 이토록 지루하고 험난한
투쟁을 하는 것일까. 말복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일, 서울 금천구 기륭전자 단식장을 찾았다. 이 날은 민주노동당 서울지역 당원들이 단식농성자 지원 촛불문화제를 함께 연 자리였다.
현재 공조단식을 벌이고 있는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단식자들의 몸무게
가 현저하게 줄었고, 혈당 또한 40 이하로 떨어지는 등 직접적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상
황"이라며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기륭문제를 함께 풀어가자고 말했다.
"죽음의 숫자 50일에 그저 관이나 올리고 있는 우리의 무력함에 눈물이 납니다. 하지만 이
렇게라도 살고 싶은 게 우리의 염원입니다. 이렇게라도 비정규직의 고통을, 장기 투쟁의
절망을 장사 지내고 싶은 것이 우리들입니다."
지난 30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내 기륭전자에서 단식 50일째를 맞아 펼친 입관식 현장에서 낭독문을 통해 밝힌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말이다.
기륭전자 문제해결을 위한 동조단식 중인 민주노동당 이정희 최고위원은 '동료의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오늘도 기륭전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다시 못 올 길로 가버리
는 것은 아닐까 걱정으로 하루를 열었다"며 "저도 여성노동자들의 실상을 잘 몰랐다"고 말했다. 그리고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가보고서야 또래 30·40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
이 얼마나 참혹한지 비로소 알게 됐다"며 기륭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
다.
국민을 죽음으로 모는 법은 이미 악법이다. 그 무서운 폐해가 드러났다면 당장 뜯어 고쳐
야 한다. 100일째를 달려가는 촛불문화제를 통해 밝혀진 국민들의 소중한 의견을 무시하
고 외면하는 현정부의 불도적식 정책이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1000일을 넘게
지속된 기륭전자 사태는 그 무엇보다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 철저한 법집행 보다는 사람의
목숨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미친 소 먹고 죽을 확률보다 미친 고용 때문에 굶어죽을 확률이 더 높다"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노자 교수가 내뱉은 말이다.
"죽어가는 기륭 여성노동자들을 살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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