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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봄, 토토가 태어난 지 2개월 됐을 때의 모습이다.
2004년 봄, 토토가 태어난 지 2개월 됐을 때의 모습이다. ⓒ 이덕만

"절대 안 돼! 털 날리고, 뒤치닥꺼리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키워봤잖아요. 이번에 한 번만 키워봐요. 네?"

4년 전 봄, 엄마와 나는 개를 키우는 문제로 연일 입씨름을 했다. 깨끗하고 깔끔한 걸 좋아하는 엄마와 처음으로 개를 키워보고 싶은 아들의 밀고 당기기.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결국 우리집은 나의 바람대로 개를 키우게 됐다.

토토와의 첫 만남,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기분

토토를 처음 만난 건 강변역 다리 밑에서였다. 인터넷을 통해 강아지를 알아본 뒤 주인과 직접 거래했다. 태어난 지 2개월 된 말티즈 수컷이었던 토토. 상자에 담긴 하얗고 조그마한 강아지를 받아든 순간,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을 내 손으로 직접 받는 느낌…….

집으로 데려온 토토는 상자 안에서 작은 목소리로 낑낑대기 시작했다. 상자 속이 무척이나 답답했던 모양이다. 상자 밖으로 꺼내주자 토토는 이불 위에서 뒹굴기도 하고, 거실의 한 쪽에서 저쪽 끝까지 뛰기도 했다. 하얀 털뭉치가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아빠와 엄마·누나까지 온 가족이 신기한 듯 토토를 마냥 바라봤다.

 정말 앳된 모습의 토토.
정말 앳된 모습의 토토. ⓒ 이덕만

토토라는 이름을 지어준 건 바로 나다. 토토라고 하면 사람들은 스포츠 경기 결과를 맞추는 게임에서 딴 거냐, 아님 오래 전부터 활동했던 외국 밴드의 이름에서 딴 거냐고 묻곤 한다. 그러나 내가 지은 토토는 영화 '시네마천국'의 토토에서 딴 거다. 순수하게 영화를 사랑했던 토토. 그 '토토'는 왠지 이 하얗고 사랑스런 생명체에 잘 어울릴 것만 같았다.

자기 화장실을 놔두고 '진짜' 화장실을 사용하게 된 토토

엄마가 개를 키우는 데 있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이 똥오줌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는 거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토토는 신문지를 깔아주니 그 위에만 볼일을 봤다. 태어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은 강아지가 신문지 위에서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니 엄마의 우려는 단번에 불식되고 말았다.

신문지 위에서 볼일을 보는 건 아무래도 냄새도 많이 나고 해서 애견용품을 판매하는 모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개들이 이용하는 화장실을 구입했다. 구멍들이 뚫려있는 판이 있고 그 아래에는 신문지 등을 깔아두면 되는 구조였다.

처음에는 신문지 위에서만 일을 해결하던 토토가 이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토토는 금세 우리 가족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판 위에서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토토가 정말 똑똑하다"며 연신 토토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것이 강아지용 화장실이다. 어느 순간부터 토토는 저 화장실을 놔두고 사람이 사용하는 '진짜' 화장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자기 스스로!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것이 강아지용 화장실이다. 어느 순간부터 토토는 저 화장실을 놔두고 사람이 사용하는 '진짜' 화장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자기 스스로! ⓒ 이덕만

그러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우리 가족은 다시 한 번 놀라게 됐다. 토토가 자기 화장실을 놔두고 우리들이 사용하는 '사람용'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 보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 가족들은 당혹스러웠다.

토토의 이런 변화가 좋은 건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오줌은 샤워기로 금방 물을 뿌려 제거하면 되고, 똥도 휴지에 싸서 바로 옆에 있는 변기에 버리면 되니 정말 편리했다.

그 후 토토는 더 이상 자신의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았고, 가족들이 화장실을 사용하는 동안 꾹 참았다가 화장실 문이 열리면 재빨리 그 안으로 들어가서 볼일을 봤다. 엄마는 "정말 기특하다"며 더욱 토토를 예뻐했고, 나는 "주인을 닮아 이렇게 똑똑한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엄마와 아빠, 이젠 토토 없인 못 살아

처음 토토를 키우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엄마의 '반대'는 지금에 와서는 토토에 대한 무한한 '사랑'으로 바뀌어 있었다. 엄마가 새벽에 출근할 때마다, 그리고 오후에 집에 돌아올 때마다 토토는 부지런히 엄마를 배웅하거나 반겼다. 엄마는 어느새 토토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토토도 자신을 사랑하고 예뻐하는 걸 잘 아는지 엄마 앞에서 심한 어리광을 부리며 발라당 드러눕기 일쑤였다.

그러나 엄마도 토토의 존재를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것이, 바로 토토가 한 달에 한 번 꼴로 동물병원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내 휴대폰으로 병원으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온다. "내일은 토토가 무슨 예방 접종을 맞아야 하는 날입니다"라고.

그 때마다 그 사실을 엄마에게 알리면 "저 개새끼, 어디다 갖다팔던지 누구 줘버려"라는 말이 튀어 나온다. 그 순간 난 엄마의 토토에 대한 애정이 거짓은 아닌가 하고 의심하지만, 결국 토토는 내 손에 이끌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오고, 엄마는 그런 토토를 다시 또 예뻐하신다.

 토토가 열심히 개껌을 뜯어먹고 있다.
토토가 열심히 개껌을 뜯어먹고 있다. ⓒ 이덕만

 토토가 카메라 렌즈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다.
토토가 카메라 렌즈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다. ⓒ 이덕만

우리 가족 중에 가장 극진하게 토토를 아끼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아빠다. 어느 날 아침 난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거실로부터 "토토, 밥 먹었쪄?" "토토, 물 마셨쪄?"라는 말이 들리는 게 아닌가. 헉. 그건 분명 아빠의 목소리였다. 졸린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가보니 아빠는 토토를 끌어안고 닭살이 돋을 만한 애정행각을 펼치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빠는 토토가 한 끼라도 밥을 굶으면 정말 큰일 나는 줄 안다. 토토 밥그릇에 가득 차있는 밥이 몇 시간이 지나도 줄지 않으면 아빠는 그 때부터 노심초사하신다. "토토가 밥을 안 먹는다"며 고기 몇 점을 밥 위에 올려주신다. 하루라도 집을 비우는 날이 생기면 아빠에 의해 토토 밥그릇엔 사료가 산처럼 쌓인다. 물론 토토는 그걸 다 먹지 못한다.

하루는 또 거실로부터 "토토야 미안해" "토토야 정말 미안해"라는 말이 들렸다. 이번에도 아빠 목소리였다. 무슨 일인지 나가보니 아빠가 소파에서 일어날 때 토토를 살짝 밟으셨단다. 그 때부터 아빠는 연신 토토에게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정말 진심이 담긴 사과였다. 영문도 모르는 토토는 아빠 얼굴만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못 말리는 우리 아빠다.

토토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후라이드 치킨

토토는 뭐든지 잘 먹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바로 후라이드 치킨이다. 내가 치킨을 좋아해서 자주 시켜 먹는데 그 때마다 토토는 비상 체제에 돌입해 치킨을 한 점이라도 더 먹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 처음에는 치킨을 주지 않으면 짖어댔던 토토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가만히 옆에 앉아서 치킨 주기만을 기다린다. 다만 바닥에 떨어지는 침은 어쩔 수 없다.

 토토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후라이드 치킨을 앞에 두고, 엄마를 향해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저렇게 가만히 앉아서. 절대 짖지 않는다.
토토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후라이드 치킨을 앞에 두고, 엄마를 향해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저렇게 가만히 앉아서. 절대 짖지 않는다. ⓒ 이덕만

토토를 데리고 산책을 나갈 때마다 토토는 너무 신이 나서 이곳저곳을 다 들이대며 뛰어 다닌다. 개들은 산책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아파트 안에서 풀어 놓고 키운다고는 해도 집이란 공간이 얼마나 답답하겠나. 마음 같아서는 산책시킬 때 줄에 묶지 않고 자유로이 뛰어 놀게 해주고 싶지만 옆에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고 해서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태어난 지 4년 반이 지난 우리 토토. 지금 몸무게는 7㎏이다. 말티즈 치고는 덩치가 너무 커서 예전에 동물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께 물어봤다. "이거 정말 말티즈 맞나요?" 순종이 맞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순종이면 어떻고, 잡종이면 어떠리. 이렇게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데!

 왼쪽은 토토가 털을 길렀을 때, 오른쪽은 토토가 털을 다 밀었을 때이다. 정말 같은 개가 맞나 의문이 들 정도이다. ^^
왼쪽은 토토가 털을 길렀을 때, 오른쪽은 토토가 털을 다 밀었을 때이다. 정말 같은 개가 맞나 의문이 들 정도이다. ^^ ⓒ 이덕만

가끔 사람들은 털이 길 때의 토토를 보며 너무 뚱뚱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토토 털은 양털 같아서 털을 밀면 오히려 마른 몸이 드러난다. 다른 개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토토는 털을 길렀을 때와 털을 짧게 깎았을 때의 모습이 정말 천지차이다. 어떻게 털 하나로 이렇게 외모가 바뀔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어느새 한 가족이 되어버린 토토, 오래오래 우리 가족으로 남아라

누나는 작년 가을에 결혼해서 이젠 같이 살지 않고, 난 학교 다니랴 요즘엔 인턴 활동하느랴 바빠서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부모님에게 토토는 누나와 나의 빈자리를 메우는 또 다른 가족의 의미를 갖는다. 어느새 토토는 우리집 막내아들이 돼버렸다. 엄마는 "이토토"라고 부르며 성까지 붙여줬다.

예전처럼 산책을 많이 못시켜줘서 토토에게 미안하다는 엄마. 가끔씩 토토가 속이 안 좋아서 구토를 하면 너무나도 마음 아파하는 아빠. 이 다음에 토토가 하늘나라로 가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벌써부터 우울한 나. 우리 가족은 토토를 보며 울고 웃고, 행복함을 느낀다.

늦은 밤, 지친 몸을 이끌고 현관문을 열었을 때,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잠결에 현관으로 뛰어와 꼬리를 흔들며 발라당 드러눕는 토토. 그리고 방바닥에 엎드려 쌔근쌔근 잠을 자는 토토를 볼 때 어떻게 이 귀여운 생명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앞으로도 토토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 가족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 엄마와 공놀이 하는 토토
ⓒ 이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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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덕만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토토#강아지#개#말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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