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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미의 구애(求愛) 입추가 지났습니다. 매미의 노래 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오가피나무에서 떠날 줄 모르고 합창을 하는 매미들의 구애방법을 구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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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도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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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문턱인 입추가 지났습니다. 아침나절에 불어오는 바람은 제법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맹위를 떨치던 더위를 쉽사리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주말(9일) 옥룡 시골집에 들렀습니다. 옥수수 울타리 위로 푸른 하늘에는 솜사탕 같은 뭉게구름이 피었습니다. 가끔은 진회색으로 변하면서 번개와 함께 비를 내리며 심술을 부리기도 하지만 순백은 하얀 뭉게구름을 왜 저리도 고운지요.
옥수수와 나란히 심어놓은 해바라기는 이제 막 작고 동그란 꽃송이를 내밀고 있습니다. 가을이 오면 그때 활짝 필 모양입니다. 서산으로 기우는 여름 햇볕은 여전히 덥기만 합니다. 길게 늘어진 단감나무 그림자 아래 평상 위에서는 삼겹살 파티가 열렸습니다. 저녁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가장 촐촐할 때죠. 상추에다 깻잎 위에 삼겹살 놓고 된장, 마늘, 파절이 넣은 볼퉁이 부픈 쌈 맛은 일품입니다.
아침부터 우렁차게 노래하던 매미의 목소리는 쉬지도 않나 봅니다. 10년 땅속 애벌레 생활을 탈피하여 일주일간의 황금시간을 보내는 것은 모르지는 않지만 너무 시끄럽게 하는 것은 아니지 모르겠습니다. 이웃집 오가피나무에서 녀석들이 떼로 진을 치고 합창을 하고 있습니다.
카메라를 가까이 가져가자 목청을 더 올려 노래를 부르는 것 같습니다. 녀석들도 오가피나무가 약나무인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짧아져 가는 여름날 일주일이면 세상과 이별을 해야 하는지라 간과 신장에 좋다는 오가피 수액이라고 많이 먹고 더 오래 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주로 노래를 부르는 녀석들은 수매미들입니다. 오가피나무 근처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녀석들을 가까이 클로즈업 하였습니다. 조용히 수액을 먹고 있는 녀석들은 암매미입니다. 한 녀석이 갑자기 뒷걸음질로 나무 아래로 내려옵니다.
녀석은 노래만으로는 암매미를 유혹하기 힘들었는지 가만히 내려오더니 줄을 지어 수액을 먹고 있는 수매미에 접근합니다. 녀석은 수줍은 듯 잠시 멈칫멈칫 합니다. 그리고 앞다리로 수매미에게 스킨십을 합니다. 아마도 구애(求愛)를 하는 모양입니다.
매미도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음밀한 감정싸움이 필요한 가 봅니다. 수매미도 앞다리와 날개를 들썩이며 반응을 보입니다. 아마도 수매미는 구애를 쉽게 받아 드릴 모양이 아닌 듯싶습니다. 녀석은 암매미로부터 줄줄이 퇴짜를 당하자 다시 뒷걸음질로 더 아래쪽으로 내려갑니다. 사랑의 선택권이 아마도 암매미에게 있는 모양입니다.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떠하겠습니까. 실연에 빠진 녀석의 모습이 짠하게 느껴집니다.
결실의 계절이 왔습니다. 이웃집 마당에는 빨간 고추며 옥수수가 잘 마르고 있습니다. 내년 심을 옥수수 씨앗은 처마 아래쪽에 대롱대롱 걸려있고 멍석에 말리고 있는 매 익은 옥수수는 뻥튀기용으로 사용하려고 하나 봅니다.
컨테이너 박스아래 터를 잡은 어미고양이는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장난꾸러기 새끼고양이 녀석들도 더위에 지친 듯 보입니다. 더위 먹은 장미 꽃잎이 곱게 보입니다. 마당가에 심어놓은 장미는 잠잘 시간이 없습니다. 가로등에 노출되어 항상 낮입니다. 가을에도 날씨만 따뜻하면 계속 피어서 지곤 합니다. 벌써 여러 번 꽃을 피웠다 지었다 하였습니다. 동네 가로등을 끌 수는 없고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겨 주어야 할 모양입니다.
여전히 후덥지근한 날씨지만 그래도 습기가 덜한 선선한 바람 때문에 빨래가 깨끗하게 말랐습니다. 농부는 더운 한낮을 피해 선선한 저녁나절을 기다려 붉은 고추를 수확하였습니다. 집에서 먹을 요량으로 몇이랑 심지 않은 고추밭에서 곱게 익은 길쭉길쭉하게 빠진 고추를 제법 많이 수확하여 만족스러워 합니다. 올 가을 김장용 고추로 쓰기에 적당하다고 흡족해하며 집으로 발길을 재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