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이어 최근에도 서울시 교육청에 국제중학교 신청서를 낸 학교법인 대원학원이 태국은 물론 캐나다·미국 등지에도 한국 초등생 등 조기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제외국어학교(외국어학교)를 세울 예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원외국어고등학교(대원외고)도 운영하고 있는 이 사학은 인터넷 웹사이트 등을 통해 외국어학교 신입생을 모집하면서 한국의 국제중과 외고 입학을 '진로방향'으로 적어놓는 등 조기유학 돈벌이에 몰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대원국제외국어학교, 초1생 등 대상 학비 2300만원 받아서울시 교육청은 국제중 설립 목적 가운데 하나로 '조기 유학 수요의 국내 흡수'를 들어왔지만 이처럼 조기유학을 사실상 부추기는 대원학원의 '이중행동'이 밝혀짐에 따라 파문이 예상된다.
대원학원은 12일, "영국의 명문 사학과 손을 잡고 태국 방콕에 브롬스그로브 대원국제외고를 오는 27일에 개교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에 한국인 50명을 뽑아 수업료와 기숙사비로 한 해 2380만원(7세~10세)부터 2436만원(10세~13세)을 받는다.
대원학원은 캐나다에서도 내년 9월 개교를 목표로 외국어학교 설립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학은 태국의 외국어학교 홍보창구로 한국에 사이트를 두는 한편, 대원외고 김 아무개 교감에게 상담역할을 대행토록 했다.
외국어학교 웹사이트에는 모집대상으로 태국 주재 상사 주재원과 외교관, 교민과 함께 "이미 유학 중이거나 유학 예정 희망자"도 적어 놨다. 한국에 홍보창구를 둔 점에 비춰보면 한국 초등생 등 조기유학생 등을 주 모집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대원학원 관계자는 신입생 50명 가운데 상사주재원 자녀와 조기유학생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공개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통계수치를 알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한국에 홍보창구... 조기유학생 끌어 모아
특히, 외국어학교는 웹사이트 '진로방향' 항목에 초등과정은 "한국의 국제중 입학 및 편입학", 중등과정은 "한국의 특목고 및 자사고 입학 및 편입학"이라고 적어놓았다. 이는 한국의 국제중과 외고 등 특목고 입학을 위한 사전 학습기관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다.
실제로 2006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국내 유일의 사립 국제중인 경기 청심국제중은 1학년생 94명 가운데 60.6%인 57명이 초등학교 때 조기유학을 다녀왔다. 대원외고도 신입생 437명 가운데 52.9%(231명)가 초중학교 시절 조기 유학 출신이었다. 이들 학교는 조기유학생에게 유리한 특례 입학제도를 두고 있다.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한 손으로는 교육청에 국제중 신청을 하고 다른 손으로는 조기유학생을 끌어 모아 외국에서 돈벌이에 나선 대원학원에 국제중 인가를 내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인철 전교조 대변인도 "상식적 판단능력을 가진 교육책임자라면 국제중이 불러올 교육적 파국을 염려해야 하는데도 공정택 서울교육감이 왜 만사를 제쳐두고 국제중 설립에 몰입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이중 돈벌이에 나선 대원학원은 국제중 설립 신청을 즉각 포기하고, 교과부는 국제중을 설립하려는 서울시 교육청을 막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원학원, "외연 넓히려는 것" 돈벌이 의혹 부인반면, 태국의 외국어학교 한국 상담창구로 웹사이트에 소개된 김아무개 대원외고 교감은 "태국에 세우는 학교는 상사주재원와 교민 자녀가 주된 입학 대상이기 때문에 한국의 국제중 입학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홈페이지에 진로방향으로 국제중을 적어놓았느냐'는 물음에 "이들 자녀들이 한국에서 갈만한 학교가 같은 값이면 국제중이나 외고밖에 더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김 교감은 또 '이중 돈벌이'라는 지적과 관련 "대원학원이 외연을 넓히려고 하는 것이지 영국 사립학교가 건물도 짓고 운영도 맡고 있는데 우리가 무슨 이익이 될 수 있겠느냐"면서 "태국 대원국제외국어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대원국제중과 대원외고 입학에 특혜를 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