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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나란히 앉아 야당과의 원구성 협상 결렬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나란히 앉아 야당과의 원구성 협상 결렬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북특사, 원 구성 협상 및 국무총리의 상임위 불출석 문제 등을 통해 불거진 당청 간 엇박자 행보가 '청와대의 독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12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간 정례회동은 여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청와대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여당 부재론'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박희태 "기본에 충실한 국정운영...경제 지상주의 천명해야"

 

박희태 대표는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이날 이 대통령과의 정례회동에서 "기본에 충실한 국정운영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고 차명진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표가 "요새 사회 지도층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법과 질서가 안 지켜진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법과 원칙을 잘 지키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했고, 이 대통령도 이에 적극 공감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또 "이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에 몰두하는 경제 지상주의를 천명해야 한다"고 말해 이날 단행된 경제인들에 대한 '무더기 사면조치'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이 대통령은 "중국 13억 인구가 하나가 돼 올림픽을 치르는데 대한민국에는 분열과 대립만 있어 안타깝다"며 "한나라당이 국론을 통합하고 민생을 챙기는 데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잇따라 터지고 있는 여권 내 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과거처럼 언론이나 야당이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여권은 숙의하다가 드러난 것이 아니라 여권이나 청와대가 먼저 인지해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며 과거 비리 사건과 다르다는 인식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런 비리 사건에 대해서 앞으로 관련자의 지위고하와 소속 여부를 막론하고 사정기관에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8·15 특사의 배경과 관련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기업인은 이번 사면에서 제외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기도 했으나,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기업인 사면을 결심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당 사무총장이 청와대와 소통 역할?

 

박 대표는 이날 여야 합의사항이 청와대의 말 한마디로 뒤집히는 상황이나 정부의 인사 난맥상, 공기업 개혁 후퇴 등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박 대표가 이 대통령과 오찬이 끝난 뒤 30여분간 독대를 하면서 유일하게 한 '요구'는 KBS 후임 사장 인선에 대한 것이었다. 박 대표는 "정연주 사장 후임 KBS 사장 인선은 국민들로부터 그 사람이 KBS를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인물로 인선해달라"고 말했다. 독대까지 하면서 한 얘기치고는 지극히 원론적인 얘기였다. 차명진 대변인의 브리핑을 듣고 있던 기자들 사이에서 키득키득 웃음 소리가 새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차명진 대변인은 "당청 간 엇박자 행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향후 청와대 정무수석과 당 사무총장이 당청 간에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창구 역할을 하기 위해 정례적인 모임을 갖고 구체적인 의제를 협의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차명진 대변인은 "이것이 오늘 회동의 최고 성과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내부에서는 청와대의 말 한 마디에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 사항이 일거에 뒤집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집권여당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탄식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명박-박희태 회동#당청 엇박자#집권여당 부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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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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