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어 너무 감사."(아버지)

"긴장되고 떨렸지만 아버지를 위해."(아들)

 

간암으로 투병중인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간 70%를 이식해준 효성 지극한 아들이 있어 주위를 훈훈케 하고 있다. 지난 10일 영광군∙읍 우평리 우평마을 문준기(49), 문주연(19) 부자를 만나봤다.

 

입추를 넘겼지만 32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 우평마을 파란색 기와가 놓인 2층집 앞 대문엔 포도 넝쿨이 우거지고 마당엔 초록색 잔디와 텃밭엔 여러 과실수가 가득하다. 나름 잘 꾸며진 정원인데도 뭔가 조금은 부족한 듯하다. 아마 투병중인 주인의 손길을 받지 못한 탓일 터. 

 

얼마 전 간 이식수술을 마치고 돌아와 회복중인 우평마을 이장 문준기씨 집에서 만났다. 아들 주연씨와 마중하는 문씨는 회복중인 탓인지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며 악수를 청한 손도 잡지 않았다. 면역 문제 때문에 찾아오는 손님도, 가까운 지인들도 웬만해서는 맞지 못한다고 양해를 구한다.

 

 인터뷰 도중 문 씨와 아들 주연 씨가 손을 맞잡고 있다.
인터뷰 도중 문 씨와 아들 주연 씨가 손을 맞잡고 있다. ⓒ 채종진

문씨의 몸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약 5년 전쯤이다. 당시 B형 간염이었다. 백신 등을 맞으며 철저히 관리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는 사이 병은 간경화로 커졌고 금기야 암으로 전이돼 지난 2006년 2월에는 간 절반을 드러내는 대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지독한 암 세포는 계속 전이됐다. 간에 직접 알코올을 주입해 암세포를 없애는 치료를 했는데도 상황은 간 이식을 받아야 할 만큼 위험수위에 달하고 말았다.

    

문씨에게 청천병력 같은 일이 닥치자 두 딸과 막내아들은 아버지에게 자신들의 간을 이식하겠다고 서로 나섰다. 그중 아들 주연씨가 가장 건강해 회복도 빠를 것이고 형액형도 O형으로 적당해 주연씨의 간을 이식하기로 했다.

 

 주연 씨가 초등학생 때 신안 임자도에서 찍은 가족사진(좌로부터 주연, 촉어, 안희, 문 씨와 아내 옥희씨)
주연 씨가 초등학생 때 신안 임자도에서 찍은 가족사진(좌로부터 주연, 촉어, 안희, 문 씨와 아내 옥희씨) ⓒ 채종진

지난 6월 일주일간의 정밀검사를 통해 이식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받았고 지난 7월2일엔 간 이식 수술을 마쳤다. "당시에는 너무 떨리고 긴장됐지만 그냥 아버지만 생각했다"는 주연씨는 "수술 이후 진통 때문에 한동안 고생을 했다"고 한다. 또한 "자식들을 위한 아버지의 고생에 비하면 그쯤은 아무것도 아닌 당연한 것이다"고 말한다.

 

주연씨는 현재 심한 운동은 불가능하지만 활동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또한 이식 때 떼어낸 70%의 간은 의사들 말로 6개월 후면 80%가 재생되고 1년 후면 거의 재생된다며 오히려 면역 문제로 음식을 가리고 활동도 제대로 못하는 아버지가 걱정이다.

 

 문 씨와 아들 주연 씨가 함께 마을 어귀로 산택을 나서고 있다.
문 씨와 아들 주연 씨가 함께 마을 어귀로 산택을 나서고 있다. ⓒ 채종진

그런 주연씨가 고맙고 대견스러운지 문씨는 아들의 손을 꼭 잡는다. 문씨는 주연씨 말처럼 거의 모든 음식을 살균처리하거나 끓여야만 먹을 수 있다. 심지어 김치도 끓여야 하고 생과일 같은 것은 절대 금물이다.

 

정원을 가꾸는 일이나 농사일도 안 되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그래서 찾아오는 지인들이나 마을 주민들에게 죄송하고 미안하단다. 문씨가 할 수 있는 것은 겨우 운동을 위해 마을 어귀 한두 곳을 산책하는 것뿐이다. 오죽 했으면 문씨의 입에서 '생과일이나 음식 좀 마음껏 먹었으면 한다'는 하소연이다.

 

 방송영상학과에서 재학 중인 주연 씨가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있다.
방송영상학과에서 재학 중인 주연 씨가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있다. ⓒ 채종진

문씨는 이외에도 이식한 간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평생 약을 먹어야 할 판이다. 수술비, 치료비로 들어간 3천여 만 원도 형제들과 마을 주민들이 도움을 줘 부담을 덜었지만 아직 들어가야 할 돈도 만만치 않아 걱정이다.

 

그러지만 문씨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어 고맙고, 수술 후 검사결과도 좋아 다행이다"며 "마을 이장으로 제 임무를 못하는 것이 죄송스럽고, 특히 아내에게 집안일을 떠맡긴 것이 제일 미안하다"고 말한다.

 

문씨는 영광군 대마면 태생으로 장성이 고향인 장옥희(47)씨를 만나 결혼 25년째, 슬하에 두 딸 촉어(23), 안희(21)씨와 아들 주연씨를 두고 있다. 주연 씨는 전남과학대학 방송영상학과 1년에 재학 중이며 영화감독이 꿈이다.

덧붙이는 글 | 기사가 영광신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영광군#대마면#문준기#문주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