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한나라당)·원혜영(민주당), 여야 원내대표의 시름이 깊다. 원 구성 협상 결과에 자신들의 운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홍 대표에게는 당 중진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국회 상임위 정수 조정이 가장 큰 관건이다. 밖으로는 청와대의 눈치까지 봐야한다. 원 대표는 협상 때마다 당에서 비판이 일어 사과까지 해야 했다.
여기다 새 교섭단체인 '선진과 창조의 모임'(자유선진당+창조한국당)이 뒤늦게 등장하면서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이런 가운데 김형오 국회의장과 각 교섭단체 대표들이 약속한 협상시한은 오늘(13일)로 다가왔다.
안으로는 중진 눈치, 밖으로는 청와대 입김... 우울한 홍준표
지난 6일 오후, 한나라당 몫의 상임위원장 후보 내정을 위해 원내대표단과 각 정조위원장들이 회의를 할 때다. 경쟁이 치열한 상임위이거나 참석자들 간 이견이 있을 때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엄지를 치켜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기와 얘기 다 끝났다."
대통령 또는 청와대와 이미 협의를 마쳤으니 자기 생각대로 정하자는 뜻이다. 한 참석자는 "홍 대표가 의도적으로 대통령이나 청와대를 끌어들여 상황을 정리하려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장악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주는 예다.
여기다 당내에선 벌써부터 상임위원장 후보 내정안에 반기를 드는 의원들이 나타나 홍 대표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권영세·박진 의원은 전날(12일) 기자회견을 열어 "홍 대표가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비민주적으로 국회 상임위원장 후보를 결정하려 한다"면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권 의원은 정보위 위원장을 박 의원은 통일외교통상위 위원장을 지망했으나 다른 의원들로 내정되자 경선까지 요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홍 대표로서는 원 구성 협상에서 상임위 배분 문제가 가장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뒤늦게 테이블에 끼어든 '선진과 창조의 모임'에서 상임위원장 2석을 요구해 더 골치가 아파졌다. '선진과 창조의 모임'은 의석 비율까지 따져가며 "반드시 상임위 2개는 받아내겠다"(권선택 자유선진당 원내대표)고 버티고 있다.
김정권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상임위원장 후보 자격이 있는) 당내 3선 이상이 무려 27명"이라며 "선진창조 쪽 요구를 들어줬다가 (중진들의 반발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바위를 피하려다 태산을 만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책임론에 시달리는 원혜영... 뒤늦게 가축법개정·언론 국조특위 요구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당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원 대표는 지난 11일 김형오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 간 회담에서 '13일까지 상임위원장 배분과 상임위 정수조정 완료·19일 오후 원 구성 마무리'를 뼈대로 한 6개 항목에 합의해줬다가 난관에 부닥쳤다. 합의사항에 왜 가축전염병예방법(가축법) 개정과 방송·언론탄압 국정조사를 빠뜨렸느냐는 당내 반발 때문이다.
12일 의원총회에선 정세균 대표까지 나서서 "가축법 개정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라며 "한나라당이 국민을 속이려고 하면 못하게 해야 할 책무가 야당에 있다. 우리가 거기에 동조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원 대표를 겨냥했다.
비공개 의총에서도 "방송·언론탄압 국정조사 특위를 원 구성의 전제 조건으로 삼았어야 했다"(장세환 의원) "대통령과 정부가 의회 제도 자체를 무시하는 상황에서 의원직은 무슨 의미며, 상임위 구성은 무슨 의미가 있나. 국회 차원에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김성순 의원) 등 의원들의 거친 비난이 들끓었다.
결국, 원 대표는 "원 구성에 동참하기 위한 불가분의 조건"이라며 가축법 개정과 방송·언론탄압 국정조사 카드를 다시 들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두 원내대표가 김형오 의장과 약속한 원 구성 협상 시한은 오늘이다. 여야는 일단 오전에 원내수석부대표끼리 실무 협상을 벌인 뒤 오후에 원내대표 간 회담을 하기로 했다. 협상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홍준표·원혜영, 두 대표의 앞날도 결정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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