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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전 세계 누리꾼의 정보 공유의 장이기도 하지만 감정 싸움의 장이기도 하다. 특히 역사적으로 얽히고설킨 게 많은 한·중·일 누리꾼은 더욱 그렇다. 가끔 엉뚱한 일로 쓸데없는 감정 싸움이 벌어지는데 이번에 소개하는 것도 한 사례다.

 

14일 오후 1시30분 현재 미디어 다음 '세계엔' 코너에는 '"죽여라" 외치는 살벌한 중국 응원단'이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글이 올라와 있다.(관련 글 보기 )

 

'고구마와 커피'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이 작성한 이 글은 이번 올림픽 여자배드민턴 복식 8강전에서 중국과 일본이 맞붙었을 때 중국 관중들의 응원이 도를 넘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 누리꾼은 특히 "중국 관중들은 중국 선수가 라켓을 휘두를 때마다 '샤! 샤!'라고 외쳤는데 이건 '살(殺)! 살(殺)!'이라는 말"이라며 "바꿔 말하자면 '죽여라! 죽여라!'라고 외쳤던 거였다"고 설명했다.

 

이 글 밑에는 중국인들을 비난하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수백개 달렸다.

 

그러나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이 글은 중국어를 잘못 알고 작성한 것이다.

 

중국어에서 '살(殺)'은 단지 죽인다는 뜻만 있는게 아니라 배드민턴이나 테니스 같은 경우에는 '스매싱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한자 '殺'은 한국 발음으로도 '살'로도 읽지만 '쇄'로도 읽는다. '殺到'로 쓰고 '쇄도'로 읽는데 ▲전화, 주문 따위가 한꺼번에 세차게 몰려들거나 ▲어떤 곳을 향하여 세차게 달려든다는 뜻이다.

 

실제로 '고구마와 커피'가 작성한 글에 달린 일부 댓글은 '殺'이 '죽여라'라는 뜻이 아니라 중국어로 '살구(殺球)'는 배트민턴·배구·테니스에서 스매싱을 할 때 이 표현을 쓴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구마와 커피'가 쓴 글의 원 제목은 '중국 응원단 매너 꽝이다, 정말!'인데 이것을 '"죽여라" 외치는 살벌한 중국 응원단'이라고 바꾼 것도 문제다.

 

중국 선전에서 10년 가깝게 사업을 하고 있는 황아무개씨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에 전화를 걸어와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중국인들도 많다, 이들이 다시 이 잘못된 글을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 퍼나르면 반한 감정이 고조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사실도 아닌 엉뚱한 내용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파이팅'을 외친다고 경기 그만두고 주먹질 하라는 뜻이냐?"고 반문하면서 "미디어 다음에 직접 전화를 걸어 중국어를 오역한 글이니 조취를 취해달라고 전화까지 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14일 낮 2시 30분 현재 이 글은 미디어다음 세계엔 메인면에 제목 그대로 노출된 상태다.

 

이와는 반대로 중국 인터넷에도 한국과 관련해 엉뚱한 글이 퍼져 문제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얼마전 중국 언론에 한 한국 대학 교수가 근대 중국의 국부라고 할 수 있는 손중산을 한국 혈통이라고 주장했다는 날조 기사가 실린 게 한 사례다. (관련 기사 보기 )


#미디어 다음#중국응원단#누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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