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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체포조 등장, '프락치 논란'이 민감한 이유 보여줘

촛불시위 현장에서 시위참가자들이 일명 '프락치'에 민감한 이유는 다양하다. 경찰관이 기자로 위장해 취재를 빙자한 채증 행위를 할지 여부, 과잉행위를 고의로 유발함으로써 경찰의 진압 근거를 가져올지 여부, 그리고 사복체포조가 시위대 속으로 잠입했을지 여부 등이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100차 촛불시위를 겸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8월 15일 '광복절' 시위에 대해, 경찰은 일찌감치 색소 물대포 살수와 사복체포조 투입 예고로서 맞대응했다. 결국, 다시금 과격한 상황을 예상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진압에 임하면서 역시나 예고 그대로 실현했다. 집회가 열릴 것으로 예정됐던 서울시청 광장은 이미 봉쇄됐고, 그에 따라 시위참가자들은 명동, 남산 3호터널 등 곳곳으로 흩어져 게릴라식 도로 행진을 시도했다.

저녁 8시 무렵 명동 한국은행 앞에서 1만여 명이 넘는 시위참가자들과 경찰의 대치가 시작됐고, 제대로 행진도 해보기도 전에 경찰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다시 곳곳으로 흩어졌다. 시위참가자들은 을지로와 동대문 일대를 행진하다가 16일 새벽 무렵에 다시 종로 일대에서 경찰의 강경진압과 마주쳐 100여 명이 넘게 연행됐다.

▲ 사복체포조의 '사지 번쩍'과 시민과의 '막말 말싸움'
ⓒ 미디어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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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막말 말싸움'으로도 모자라 동료까지 시위대 오인해 연행

앞서, '프락치'에 대해 서술한 이유는 간단하다. 명동 한국은행 앞에서의 대치 상황에서, 경찰은 푸른색 색소 물대포를 발사한 뒤, 갑자기 사복체포조를 출동시켜 대열 맨 앞에 서 있던 시위참가자들과 옷에 푸른색 색소가 묻은 시민들을 집중 연행한 것이다.

차도와 인도를 가리지 않고 색소 물대포를 골고루 뿌린 것과 더불어 경찰이 상습적으로 인도를 점거하면서, '푸른색 색소'만 묻었다 하면 시위와 상관없이 지나가던 시민까지 연행하는 일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시위참가자를 연행하는 사복체포조
시위참가자를 연행하는 사복체포조 ⓒ 박형준

 시위참가자를 연행하는 사복체포조
시위참가자를 연행하는 사복체포조 ⓒ 박형준

 시위참가자를 연행하는 사복체포조
시위참가자를 연행하는 사복체포조 ⓒ 박형준

사복체포조가 움직이면, 대체로 '연행'을 점찍은 시민 1명에 사복체포조 4명 이상이 달려들어 사지를 끌고 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집회를 채증하던 사복경찰이 연행돼 카메라를 빼앗겼다가 풀려나는 일까지 있었다.

사복체포조를 비롯한 경찰 병력은 그 정도로 엄격히 '검거 임무'에 임했다. 경찰 병력이 명동 번화가에까지 진입하려 하면서 어느 중년 남성 시위참가자가 격렬히 항의하자, 병력 지휘관은 이와 같은 발언을 남겼다.

"경찰관 욕하면 '모욕죄'로 연행하겠습니다."
"지금 말하는 사람 기다리세요. 곧 연행해드리겠습니다."

기자들 역시 경찰에 대해 항의하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 다양하게 일어났다. 시위참가자 연행 등에 대해 경찰이 방패 등을 이용해 끊임없이 취재 방해에 나서자, 기자들은 곧 항의에 나섰고 이에 반박한 지휘관의 발언이 특기할 만하다.

"시위대의 폭행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채증할 권리'가 있습니다."
"(사복 채증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하자) 상관없어요. 기자들도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합니까? 여러분들도 많이들 찍으세요. 많~이."

이날 색소 물대포는, 살수차 뿐만 아니라 전경이 직접 등 뒤에 색소 물통을 착용한 휴대용 색소 분사기를 통해서도 빈틈없이 꼼꼼하게 분사됐다. 거리 곳곳이 '파란 지옥'으로 변해있었다.

'촛불'은 꺼질 것인가

 푸른색 색소 물대포가 분사되는 명동 한국은행 앞 도로의 풍경
푸른색 색소 물대포가 분사되는 명동 한국은행 앞 도로의 풍경 ⓒ 박형준

'대규모'를 예고한 것치곤 많지 않은 1만여 명의 참여였지만, 그래도 8월 들어 최대 참가 인파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집회 동력이 떨어진 것은 분명한 일이며, '이명박'과 '촛불' 양쪽 모두에 회의를 느끼면서 체념한 시민들의 존재가 많아진 것 역시 지적해야만 하는 일이다.

현장을 지켜보면서 '위기'임을 느끼게 되는 것은, '촛불 시위참가자'와 '시민'이 갈수록 분리되고 구분되는 양상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파란 지옥' 속에서 어린 학생들까지 무차별로 연행되는 현실은 그 '위기'에 어떻게 작용할까? '체념'으로 돌아서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돌파구와 함께 새로운 전기가 만들어지는 것일까?

'미국산 쇠고기'로부터 시작돼 '이명박'을 정조준한 '촛불'은 그렇듯, 이명박 대통령과 그가 시도하는 정책으로부터 비롯되는 앞날, 그리고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또한 '촛불'이 그동안 상실했던 '창의성'과 '역동성'의 문제에 달려있다는 것을 실감한 100차 촛불문화제였다.

덧붙이는 글 | 1.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 이기사는 '미디어몽구(http://mongu.net)'과의 공동취재기사입니다.



#촛불#사복체포조#물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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