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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산골마을. 구름이 자욱하다. 수락폭포가 자리하고 있는 마을이다.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산골마을. 구름이 자욱하다. 수락폭포가 자리하고 있는 마을이다. ⓒ 이슬비

여름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여름방학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피서도 끝나가고 있다. 사람들도 물을 찾는 일이 점차 줄어들 때이다. 여름은 물놀이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이 여름이 끝나면 내년까지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우리 가족이 연휴에 물놀이를 간 이유다. 물에 들어가면 조금 싸늘할 것 같지만 이번 주에 못 가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아쉬움이 컸다. 이번 목적지는 지리산 수락폭포다. 수락폭포는 초등학교 때 두 번 가본 곳이다.

폭포수를 맞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들떴다. 날씨도 아주 좋았다.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막 설레기도 했다. 폭포를 맞는다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시원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지리산이 가까워 올수록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조금 있으니 비가 엄청 쏟아졌다. 굵은 빗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소나기였다. 곧 비가 그치고 환해졌다. 비가 그친 뒤 경치가 정말 아름다웠다. 산봉우리를 넘어가는 구름이 멋있었다.

떨리는 마음을 안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수락폭포 주차장은 한가했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동생 예슬이와 나는 튜브와 비치볼을 안고 폭포 쪽으로 뛰었다. 엄마께서는 아쉽게도 다리를 다쳐서 물에 들어가지 못하셨다. 엄마는 돗자리를 펴고 폭포가 보이는 쪽에 앉으셨다.

 미니폭포를 맞으며 준비운동을 하고... 내 옆에 선 예슬이의 표정이 재미있다.
미니폭포를 맞으며 준비운동을 하고... 내 옆에 선 예슬이의 표정이 재미있다. ⓒ 이슬비

우리는 폭포로 냅다 달렸다. 폭포소리가 정말 시원하게 들렸다. 가까이 가서 폭포를 보니 은색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난 아빠께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아빠! 우리 물 속에서 수행이나 해볼까요?”

그러자 예슬이가 바로 반격을 한다.

“과연, 그게 될까? 언니는 불가능해!”
“치, 저는 얼마나 잘 하면서…”

헉! 폭포 아래에서 한 아이가 수행을 하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그대로 행동으로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못 버티고 나왔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겼다.

그 뒤로 내가 폭포수에 들어갔다. 스님이나 도사처럼 물을 맞으며 수행을 하려고 했는데 막상 용기가 나지 않았다. 창피했다. 내가 몇 살만 더 어렸다면 충분히 할 수 있을텐데….

 진짜 폭포로...
진짜 폭포로... ⓒ 이슬비

물이 아프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폭포 아래에서 쏟아지는 폭포수를 맞고 서있는데 정말 몸이 아팠다. 어쩔 때는 저 높은 곳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서 쏟아주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쩔 때에는 양동이로 퍼붓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그 물을 머리에 맞으니까 기분이 영 아니었다. 하지만 계속 있다 보니 심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몸도 시원해지고, 마음도 시원해졌다. 거기다가 머리와 등을 안마까지 해주었다.

시간이 조금 지났다. 어깨나 등에 물을 맞을 때는 괜찮았는데, 머리에 몇 번 맞았더니 정말 아팠다. 높은 곳에서 돌덩이가 연속적으로 던져지는 것 같기도 했다. 머리가 띵- 할 정도였다.

아빠는 머리에 수건을 뒤집어쓰고 폭포수를 맞으셨다. 다른 사람들도 수건을 두르거나 모자를 쓰고 맞았다. 헉! 모자 달린 비옷까지 입고 물을 맞으러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어른들은 오래 폭포수를 맞았는데 어린애들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어떤 꼬마는 조금도 버티지 못하고 폭포 아래 물 속으로 다이빙을 했다.

 진짜 폭포수를 맞고 다시 미니폭포에서^.^ 예슬이도 미니폭포로 피난 오고 있다.
진짜 폭포수를 맞고 다시 미니폭포에서^.^ 예슬이도 미니폭포로 피난 오고 있다. ⓒ 이슬비

큰 폭포 옆에 미니폭포도 있었다. 노약자나 어린아이들을 위해서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물의 세기가 큰 폭포에 비해서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큰 폭포에서 나온 나는 미니폭포에서 또 물을 맞았다. 미니폭포는 머리가 아플 정도는 아니었다.

아빠께서 또 폭포수에 들어가셨다. 아는 사람이 없이 혼자 폭포수를 맞고 계시는데 안쓰러웠다. 그래서 내가 아빠한테 갔다. 폭포수를 맞고 계시던 아빠께서 내가 온 것을 알고 손을 내밀었다. 아빠께서 좋아하셨다.

아빠께서 안전한 곳으로 자리를 잡아주셨다. 어쩔 때는 아프다고 이야기했더니 아빠께서 뒤에서 안아 주셨다. 엄청나게 아픈 물은 아빠께서 맞으시고 작은 물줄기만 내가 맞았다. 몸이 아프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추웠다. 내가 추위를 느낀다는 것을 안 아빠께서 그만 밖으로 나가자고 하셨다.

폭포에서 나온 아빠와 나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었다. 재미있었다. 밑으로 내려와서 폭포가 만들어준 계곡에 몸을 담그고 수영을 하며 놀았다. 하지만 많이 놀지는 못했다. 날씨가 조금 쌀쌀한 것 같더니 몸이 추워졌다.

추운 몸을 녹이려고 삶은 옥수수를 사서 맛있게 먹었다. 햇빛이 비치는 곳에 가서 몸을 말리기도 했다. 그래도 추웠다. 하지만 그 짜릿한 시원함에 스트레스가 다 풀어진 것 같았다. 다음에도 기회가 주어지면 또 폭포수를 맞고 싶다. 그때는 꼭 수행을 해봐야지!

 지리산 수락폭포. 폭포수를 맞고 있으면 돌덩이를 맞은 것 같다.
지리산 수락폭포. 폭포수를 맞고 있으면 돌덩이를 맞은 것 같다. ⓒ 이슬비

덧붙이는 글 | 이슬비 기자는 광주 동신여자중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수락폭포#지리산#구례군 산동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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