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서 왔냐고요?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 왔는데요.”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마을에서 만난 어느 관광객의 말이다. 30대 후반 쯤으로 보이는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좋아해서 이곳에 왔느냐는 나의 질문에 매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 질문이 조금 껄끄러웠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는 곧 단호하게 대답했다.
울진 왕피천에서 즐거운 물놀이와 다리 밑에서 꿀맛 같은 점심을 먹은 일행들은 남쪽으로 계속 달렸다. 평해와 영해를 지나자 곧 영덕이 나타났다. 영덕에서 다시 흥해 쪽으로 조금 달리자 이명박 대통령 고향마을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까지 왔는데 엠비 대통령 고향마을에 잠깐 둘러보고 갈까?”
운전대를 잡은 일행이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마을에 잠깐 들러 가자고 제안을 했다.
“거긴 왜 가? 별로 볼 것도 없다는데”
다른 일행이 퉁명스럽게 반대를 하고 나섰다. 공연스레 시간낭비라는 것이었다. 그의 어감에는 상당한 반감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쪽에 왔을 때 어떤 곳인지 한 번 가보는 거지, 언제 또다시 일부러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
그러자 다른 일행들이 그게 좋겠다고 한다, 그러자 반대했던 일행도 더 이상 말이 없다. 그런 과정을 거쳐 일정에 없던 포항 흥해의 이명박 대통령 고향마을을 찾게 된 것이다.
마을 입구 주차장에는 20여대의 차량들이 세워져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우선 오른 편에 있는 가게가 눈길을 붙잡는다. 무더운 날씨 때문이었다. 목이 마른 일행들은 우선 가게에 들어가 시원한 물과 아이스크림을 한 개씩 사들고 나왔다.
가게 앞 도로 옆에는 ‘민속 호박엿’을 파는 사람이 오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날씨 탓인지 다가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안쪽 길가에 근래 세워진 듯한 두 채의 마을 정자 앞에는 <신화는 없다>는 이 대통령의 저서를 파는 사람이 수북하게 책을 쌓아 놓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책이 잘 팔리느냐고 물으니 그런대로 팔리는 편이라고 한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서자 오른 편으로 덕성1리 마을회관 건물이 멀찍이 바라보인다. 그리고 길가에는 술병 몇 개를 내놓은 ‘청와대 만찬주’라는 술을 파는 가게가 이채로운 모습이다. 이 술이 정말 청와대 만찬에서 사용되는 술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황기 오가피 등 한약재를 재료로 만든 술이어서 몸에 좋은 술입니다.”
여주인은 가게에서 팔고 있는 청와대 만찬주가 정말 좋은 술이라고 자랑을 한다. 여주인에게 옛날에도 이 대통령을 본 적 있느냐고 물으니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녀는 본래 이곳 태생도 아니어서 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 된 후 이곳을 찾았을 때 이 마을에서 처음 대통령을 보았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의 고향 집은 이 가게 옆 골목으로 들어가야 했다.
골목길로 들어서자 검정색 대리석으로 만들어 놓은 ‘이명박 대통령 고향집터’라는 표지석이 나타났다. 집은 빨간 벽돌을 쌓아 지은 집이었다. 옛날에 대통령이 살던 집이 아니고 2005년에 집 주인이 새로 지은 집이었다. 옛집은 없고 집터만 남아 있는 셈이었다.
“출생지가 일본이라 생가라고 하지 않고 고향집터라고 한 모양이지.”
“그런 모양인데”
표지석을 바라보던 다른 관광객이 혼잣말처럼 하는 말이었다. 그러자 그의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이 맞장구를 친다.
마당가에는 깔끔해 보이는 장독대가 있었지만 사용하는 장독대는 아닌 듯 입구를 막아 놓고 있었다. 대신 근처에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집터 안내 글’과 일본에서 출생한 사실과 학력을 기록한 프로필, 경력, 그리고 어느 풍수학자의 집터에 대한 풍수해설 글이 적혀 있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는데 풍수해설 글에는 대통령의 생가터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본채 옆에는 가건물로 세워져 잇는 기념품 판매소가 있고 그 앞에는 옛집을 재현한 모형이 만들어져 있었다. 마당과 본채, 그리고 기념품 판매소를 둘러보던 사람들은 별로 볼 것이 없다는 듯 실망스런 표정들이었다.
“어떻습니까? 볼 만하십니까? 그리고 혹시 이 대통령을 존경하거나 좋아하셔서 일부러 이곳까지 관광오신 겁니까?”
경기도에서 왔다는 4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관광객에게 조심스럽게 다시 물어 보았다. 입구에서 다른 탐방객에게 물었을 때 몹시 껄끄러워 하던 표정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꼭 존경하거나 좋아해야 관광을 옵니까? 그런 걸 왜 묻고 그러세요?”
그런데 이 관광객은 아주 불쾌한 표정으로 대들 듯 따진다. 성격이 상당히 거친 사람인 것 같았다. 말투며 표정이 한 마디 더 물었다간 싸우자고 덤빌 것 같은 모습이어서 그대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만 가지, 예상했던 것처럼 별로 볼 것이 없구먼.”
처음 이곳으로 오자고 했을 때부터 내키지 않아 했던 일행이 그만 가자고 재촉을 한다. 사진을 몇 컷 찍고 돌아섰다. 돌아 나오는 길에 다시 이 대통령의 저서를 팔고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요즘 많이 줄었습니다. 대통령 취임식 무렵에는 많이 왔었는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늘거나 줄지 않았느냐고 묻자 대답하는 말이었다.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져서 그렇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대답을 피하며 그냥 웃다가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렇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책을 팔고 있는 사람과 가게 사람들 몇을 제외하곤 마을 사람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40대 아주머니는 서울에서 내려온 관광객이었다. 아주머니에게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이 있으면 말씀해 달라고 부탁을 해보았다.
“대통령이 선거 때 공약했던 것처럼 경제를 회복시키고, 특히 부자들이 아니라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거짓이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국민들을 섬기는 마음을 가져주었으면 더욱 좋겠고요.”
이 대통령의 고향 덕실마을을 출발한 일행은 다시 포항을 향하여 달리기 시작했다. 길가의 논에서는 푸른 벼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 풍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러나 ‘서민들을 위한 정치’ ’국민들을 섬기는 대통령’ 서민 섬기는 대통령? 서울에서 왔다는 관광객 아주머니의 말이 의식 가득 맴돌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