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일부 이사들이 집단적으로 유재천 이사장의 파행적 이사회 운영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남인순, 이기욱, 이지영 등 3명의 KBS 이사들은 19일 오후 유재천 이사장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제589차, 590차 임시이사회 소집과 운영이 KBS 정관과 규정 등 관련 법규에 명시된 제도와 절차를 완전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운영됐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지난 8일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가결한 임시이사회 개최와 관련 ▲유재천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 5인이 전문위원 등과 함께 강남 호텔에서 동숙한 뒤 동시에 이사회장에 나타난 경위와 모임 성격 및 내용 ▲이사장의 권한이 없는 경찰력 동원 배경 및 경위 등을 공개답변할 것을 주문했다.
세 이사는 "유재천 이사장은 어떤 이유로도 공영방송국이 경찰력에 짓밟혀서는 안 된다는 절대가치를 훼손했다"며 "이 과정에서 KBS 구성원들은 인격권을 침해받았으며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느끼게 됐다"고 참담함을 토로했다.
또 이들은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을 가결'한 지난 8일 임시이사회에 대해 ▲이사회 소집 및 의결절차 ▲상정부의 안건의 문제점 ▲해임 대상 사장의 최후진술권 무시 등에 대한 절차적 하자를 지적했다.
"13일 임시이사회, 규정위반... 의결내용 인정 못해"
무엇보다 이들은 이사회 규정 제7조에 따르면, '사장 및 감사는 이사회에 출석해 진술할 수 있다'고 돼 있으나, 당일 유 이사장은 이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정연주 사장이 이날 직접 이사회에 참석해 본인의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유 이사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의 도중 2명의 이사가 정 사장을 불러 최후진술을 들어보자고 했지만 그 같은 주장은 묵살됐다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의 이런 회의태도는 이사들의 토론권과 의사결정권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이사회 운영을 독주하는 비민주적 행태라는 것이다.
지난 13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도 유 이사장은 "일부 이사들에게 회의장소 변경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이사회 규정 제9조 소집 및 부의절차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사회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이사들이 참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13일 임시이사회는 규정위반이므로 의결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3명의 KBS 이사는 유재천 이사장의 편파적 이사회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구성된 이사회는 불편부당 없이 공정하게 운영돼야 한다"며 "구성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될 때 의장은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한쪽의 입장을 자처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특히 "▲8월 7일 일부 이사들과 함께 숙박을 하고 8월 8일 회의에 참석한 점 ▲8월 13일 이사실에는 아예 나타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회의 장소를 변경한 점은 중재자의 모습이 아니다"고 개탄했다.
KBS 사원행동 "유재천 이사장과 5인 이사는 'KBS 6적'"이들은 유 이사장을 향해 "8월 8일 이사회가 파행을 겪은 후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계속 일방적인 회의 운영을 한다면 이사장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갖고 이사회에 참여하기 어렵다"며 "편파적이고 비민주적 이사회 운영과 회의 진행에 대해 시정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한편 KBS 사원행동도 19일 '지금 당장 물러나야 할 사람들은 유재천 이사장과 5인의 무자격 이사들이다' 제하의 성명을 내고 "김인규씨의 공모포기 선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KBS에 짙게 드리워진 방송장악의 그림자는 걷히지 않고 있다"며 "바로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이사회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KBS 사원행동은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돌격대를 자처하며 불법과 탈법행위를 서슴치 않은 유재천 이사장과 5인의 이사에 대해 'KBS 6적'으로 규정한 바 있다"면서 "유재천 이사장과 5인의 이사들은 방송법 제46조가 규정한 '공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KBS의 최고의결기관'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금도 KBS 이사회 사무국 근처를 배회하는 또 다른 '김인규씨들'에게 분명히 경고한다"면서 "지금 당장 물러나야할 '불법이사회'로부터 요행히 사장임명을 제청받았다고 하더라고 그 역시 임기내내 '불법사장'의 오명을 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재천 이사장에게 드리는 공개질의서 |
우리는 유재천 이사장님에게 589차, 590차 임시이사회 소집과 운영이 KBS 정관과 규정 등 관련 법규에 명시된 제도와 절차를 완전히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운영되었음을 지적하며
아래와 같이 공개질의를 드립니다. 공개답변을 조속히 부탁드립니다.
2008년 8월 8일(금) 오전 10시 개최된 589차 임시이사회에 대하여
1. 언론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사장님을 비롯하여 5인의 이사들이 전문위원과 함께 8월 7일(목) 강남 릴츠칼튼 호텔에서 숙박한 후, 8월 8일(금) 오전 8시경 이사회 회의장으로 함께 이동했다고 하는데 이 모임의 성격과 내용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2. 이사장님이 직접 지시하여 경찰을 KBS안으로 불러들였는데 이는 이사장의 권한이 아닐 뿐 아니라,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공영방송국이 경찰에 짓밟혀서는 안되는 절대가치를 훼손하였고 그 결과 KBS 구성원들의 자존심에 심대한 상처를 입혔습니다.
이에 대해 이사장님은 유감 표명을 하였는데 전혀 치유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인격권을 침해받았고 씻을 수 없는 치욕감을 느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지실 것인지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3. 8월 8일 임시이사회는 이사회 규정을 세가지 위반하였습니다.
첫째, 이사회 규정 제 9조(소집 및 의결절차) 3항에 따르면 “이사장은 이사회를 소집하고자 할 때는 일시, 장소, 부의안건을 별지 제 2호 서식에 의하여 각 이사, 사장, 감사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사장과 감사에게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589차 임시이사회 도중 이 문제가 제기되자 이사회 의결로 치유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이사회 규정 1조2(적용범위)에 따르면 “ ... , 이사회 규정에 명시되지 아니하였거나 그 적용에 관하여 이의가 있을 때에는 이사회 의결에 따른다.”고 되어 있어 규정 위반을 이사회 의결로 치유할 수 없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는 명백한 규정 위반입니다.
둘째, 2008년 8월 5일 이사회 소집을 통보하면서 상정부의안건을 ‘감사원 해임 요구에 따른 해임제청 및 이사회 해임사유에 따른 해임제청(안)’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감사원 감사결과서를 첨부자료로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8월 8일 임시이사회 당일 배포된 이사회 자료에 따르면
제 1호 의결내용- 감사원의 해임요구에 따른 해임제청(안)과 제 2호 의결내용- 이사회 해임사유에 따른 해임제청(안)이 각각 상정되고 의결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나의 안건이 두 개로 분리되었는지 알 수 없고, 더구나 2호 의결내용에 대해서는 그 내용을 사전에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긴급안건이라 하더라도 2일전에 부의안건 내용을 보내 심사숙고해서 의결안건을 처리하는 것이 관례이고, 사장해임 제청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다면 이사회 자리에서 부의안건 내용을 처음 받아보도록 한 것은 심의·의결할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입니다 .
셋째, 이사회 규정 제 7조(의견진술)에 따르면 “사장 및 감사는 이사회에 출석하여 진술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당일 이사회에 사장이 참석하겠다고 요청했으나 무시하였고,
회의 도중 2명의 이사가 사장을 불러서 최후진술이라도 들어보고 결정하자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이사들의 토론권과 의사결정권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이사회 운영을 독주하는 비민주적 행태라고 봅니다.
세가지 지적사항에 대해 답변해주시고 재발방지 대책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8년 8월 13일(수) 진행된 590차 임시이사회에 대하여
1. 8월 11일(월) 전달된 590차 임시이사회 소집통보서에 따르면 회의장소가 제 1회의실(본관 3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이사는 회의장소가 변경되었다는 통보를 사전에 받지 못했고, 3시 50분경 제 1회의실에 도착해서야 장소가 변경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는 이사회 규정 제9조(소집 및 부의절차) 위반입니다.
우리는 이사회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변경된 장소로 이동해야 할 합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당일 불가피하게 이사회를 열 수 없었다면 규정에 따라 다시 이사회를 소집하는 것이 합당한 운영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사회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이사들이 참석하지 못한 상황에서 590차 임시이사회를 진행한 것은 규정 위반이므로 의결내용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사장님의 편파적인 이사회 운영에 대하여
KBS 이사회는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구성되었고 이사장은 이사들이 호선해서 결정합니다. 이사장은 이사회 회의의 의장으로 다양한 이사들의 구성을 고려하여 불편부당함이 없이 공정하게 이사회를 운영하고 회의를 진행해야 합니다. 구성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될 때 의장은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러나 이사장님은 중재자이기를 포기하고 한쪽의 입장을 자처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8월 7일 일부 이사들과 함께 숙박을 하고 8월 8일 회의에 참석한 점과, 8월 13일 이사실에는 아예 나타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회의 장소를 변경한 점은 중재자의 모습이 아닙니다. 최소한 장소를 변경하려 했다면, 본관 회의실에 갔다가 들어가지 못하고 이사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5명의 이사들과 직접 대화하면서 이해를 구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했습니다.
8월 8일 이사회가 파행을 겪은 후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계속 일방적인 회의 운영을 한다면 이사장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갖고 이사회에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편파적이고 비민주적인 이사회 운영과 회의 진행에 대해 시정할 의사가 있습니까?
또한 8월 13일 개최한 임시이사회에서 사장제청방식에 관한 의안을 일사천리로 의결하고 사장 추천 및 공모절차를 강행하면서 논의에서 배제된 이사들에게 아직까지 자세한 내용조차 통보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제의 준수를 요구하는 이사들을 배제한 채 무법으로 이사회를 운영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상 이사회 불법 운영에 관해 공개질의를 드리오니 조속히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8년 8월 19일 남인순 이사, 이기욱 이사, 이지영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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