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눅진함에 지친 사람들. 저녁이면 한강을 찾는다. 특히 금요일부터 주말 저녁까지 한강은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룬다. 뚝섬 유원지도 예외는 아니다. 돗자리를 들고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나온 사람들. 좋은 사람들과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맥주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 동네 할아버지들이 모이는 내기 장기. 한구석에서 은밀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까지. 한강 유원지의 밤은 쉽게 어둠이 내리지 않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데 먹을거리, 주전부리가 빠질 수 없는 건 당연한 이치. 아이들과 치킨을 먹는 사람들, 피자 파티, 족발에 소주, 탕수욕에 자장면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주 한 잔, 누가 탓하겠는가? 그러나 다음날 아침 그 흔적은 너무나 가혹하다.
아침 운동을 나오는 사람들이 보게 되는 광경은 참담하다. 보통 8시 이전, 청소하는 분들이 치우기까지 한강 고수부지는 그야말로 '쓰레기 공화국'이다. 곳곳에 먹다 버린 족발이 뒹굴고 있고 소줏병에 음식점에서 잔디밭에 던져 놓은 전단지까지. 눈살 찌푸리지 않는 사람이 없다.
사람들이 앉아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음식점 전단지를 놓고 간다. 자리 깔고 1시간만 있으면 10장 이상의 전단지가 쌓인다. 문제는 일어설 때 이 전단지를 치우는 사람도 거의 없다는 거다. 그냥 잔디밭에 뒹구는 것이다. 거기에다 시켜 먹고 남은 음식 찌꺼기를 고스란히 남겨놓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시민들을 위해 한강 음식 배달을 허용한다고 해도 무책임한 전단지 살포는 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배달 업체가 쓰레기봉투를 나눠주는 것도 강제해 봄직하다. 그러나 이런 것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시민의식'이 아닐까?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쓰레기 모으는 봉투가 텅 빈 걸 보면 치울 곳이 없다는 것도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어둠이 주는 은밀함, 관리하는 사람들도 없는 밤. 이 하찮은 쓰레기 때문에 양심조차 놓고 갈 수는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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