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신설 예정인 국제중학교와 같은 사립 특성화중 형태인 경기 청심국제중의 2006년 신입생 가운데 제조업, 운송업, 농업, 수산업, 임광산업에 종사하는 서민 부모를 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에 교육자, 사업가, 의료계, 금융업, 공무원, 건설업, 법조인 등 전문직종이나 부유층에 속하는 이들의 자녀는 10명 가운데 9명이었다.
부유층들만의 리그, 중학교부터 시작되나이같은 사실은 교과부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9월 작성한 '청심국제중 학부모 직업현황' 자료를 22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나타났다.
교과부가 조사한 국제중 학부모 관련 유일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자료는 국제중 반대운동을 벌이는 교육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귀족학교론'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청심국제중 학부모 현황을 조사한 이유에 대해 "2006년 당시 서울에 올해와 똑같이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의 설립 논란이 일어 조사하게 됐다"면서 "2007년이나 올해에는 따로 조사한 자료가 없으며, 앞으로 서울시교육청과 협의과정에서도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22일 밝혔다.
이 자료를 보면 2006년 청심국제중 전체 신입생 94명 가운데 서민층으로 분류할 수 있는 제조업, 농수임광산업, 운송업, 부동산업, 군인 등의 자녀는 '전무'했다.
대신, 직업 특성으로 볼 때 전문직종이나 부유층에 속하는 부모를 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많은 수를 차지한 직업별 현황을 따져보면 교육자가 25명(27%), 사업가가 19명(20%), 의료인이 14명(15%) 순이었다. 이어 금융업, 건설업, 공무원, 법조인이 차례대로 8명(9%), 6명(6%), 6명(6%), 3명(3%)이었다.
이처럼 전문직종이나 부유층에 속하는 부모를 둔 학생이 모두 81명으로 전체 신입생의 86%나 몰려 있었다.
더구나 의사나 한의사, 병원장 등 의료계 종사자를 부모로 둔 학생은 14명으로 15%나 되었다. 이 수치는 직업별 '보건, 의료' 인구분포가 1.9%(2003년 노동부 취업인구비율)인 점에 비춰보면 8배 가량 많은 수치다.
가장 많은 학생 수인 25명을 차지한 교육자의 자녀(27%)도 직업별 '교육관련직' 인구분포가 5.0%(2003년 노동부 취업인구비율)인 점에 견줘보면 5배 가량 많았다. 이는 전문직 종사자 자녀의 쏠림 현상이 무척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의료계 8배, 교육계 5배 더 많이 들어갔다이 밖에도 청심국제중 신입생 가운데는 언론인이 2명(2%), 자영업이 2명(2%), 유통업이 1명(1%)이었으며, 기타 직업종사자는 8명(9%)이었다.
그럼 왜 이처럼 청심국제중은 부유층 쏠림현상이 심하게 되었을까. 2006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이 학교는 신입생 94명 가운데 60.6%인 57명을 초등학교 때 조기유학 경험이 있는 학생을 뽑았다. 최소한 조기유학을 다녀올 정도의 재력이 필요한 것이다.
수업료 또한 한해 734만원(기숙사비 포함)이나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방학 중에 진행되는 해외연수비용 등 학부모부담경비까지 합치면 한해 1000만원에서 1500만원이 든다. 서민으로선 꿈도 꿀 수 없는 고액이 필요한 것이다.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은 "특정 부유층 자녀만 집합시켜놓은 국제중에서 어떻게 서울시교육청 논리대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할 수 있겠느냐"면서 "사회성과 봉사성을 길러줘야 할 중학교 단계부터 이 같은 '부유층' 분리교육을 시킨다면 학생들의 균형발달을 왜곡시키는 것은 물론 국가발전에도 역행하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