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보면 영어를 쓰는 것이 마치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방법인 것처럼 하고 있다. 국어와 국사까지도 영어몰입교육을 한다고 하여 말썽을 일으키지 않나, 1조 원을 들여 영어도시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고, 지자체의 구호를 'Hi Seoul', 'Dynamic Busan', 'Colorful DAEGU', 'Fly Incheon' 등 마치 영어를 쓰는 것이 선진 지자체인양 경쟁을 한다.
그래서 국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금이 국어의 위기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런 위기를 맞아 뒷짐을 지고만 있을 일이던가? 이에 국어 담당 정부부처와 국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국어사랑 선언문'을 발표하며, 국어가 재도약할 수 있도록 다짐하기에 이른다.
바로 지난 8월 22~23일 양일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국어로 세상을 품다'를 주제로 삼고 '삶의 국어', '나눔의 국어', '창조의 국어'를 구호로 내걸고 열린 '국어사랑 큰잔치' 행사가 그것이다.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이 주최하고 국립국어원(원장 이상규)이 주관했으며, 전국국어교사모임·전국국어문화원연합회·한국소설가협회·한국어교육기관대표자협의회·한글학회 등이 후원했으며, 국어종사자 5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22일 늦은 1시에 개막식으로 먼저 시작했다. 개막식에서 국립국어원 이상규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글은 이제 한민족의 언어일 뿐 아니라 언어사용자 수 기준으로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와 비슷한 세계 10위권의 국제 공용어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글에 대한 관심은 대내외적으로 더욱 높아질 것인데 이에 따라 풍요롭고 창조적인 문화와 지식을 창출하는 수단으로써 국어를 갈고 닦아 언어강국의 위상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서울대 권영민 교수의 '민족과 언어 - 한국어 현실과 새로운 전망'이라는 제목의 초청강연이 있었다.
그는 강연에서 "한국어는 이제 한국민족만의 언어는 아니다. 한국어는 이제 수많은 외국인이 배우는 '세계어'이다. 따라서 한국인들은 한국어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한국문화의 세계화는 바로 한국어의 세계화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청강연이 끝난 뒤 크게 4개 분과로 나누눠 민현식(서울대), 안용순(전국국어교사모임), 김중순(계명대), 조항록(상명대) 등이 나서 발제를 하고 31개 분임토의반을 만들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분임토의에서는 선언문 초안을 검토하고, 각 주제에 맞게 심도있는 논의를 벌였다.
행사의 절정은 다음날 23일 이른 오전 11시 30분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어사랑 선언문 선포식'이었다.
참석자들은 "우리는 국어에 담긴 가치를 소중히 하면서 국어를 더욱 갈고 닦아 다음 세대에 전하고 발전시킬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말과 글이 시대적 요구를 수용하고 새로운 문화와 지식의 창조적 산실이 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우리는 국어가 열린 소통의 언어로서 세계 언어문화의 공존과 상호 발전에 기여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 발표 자리에서 유인촌 장관은 "오늘의 이런 행사는 나라의 미래에 아주 소중한 몫을 할 것이다. 문화 장관으로서 오늘 선언한 내용이 잘 실천될 수 있도록 온 정성을 쏟을 것이며, 내년에 이 선언이 잘 실천되었는지 분명히 확인할 것이다"라고 선언문에 힘을 실어 주었다.
선언문에서는 "이제 국어는 안팎으로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정보화, 세계화의 물결이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으며 다문화 사회라는 말이 더는 낯설지 않다. 국어는 더는 우리만의 언어가 아니다. 우리는 모어의 전통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면서도 변화하는 언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새로운 국어의 상을 정립할 때임을 절감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어를 지키지 못한 민족이 역사의 무대 바깥으로 쓸쓸히 사라져 갔음을 잘 알고 있다. 국어를 지키고 가꿈은 곧 우리 공동체의 정체성을 돋을새김하고 국어의 지평을 확장한다는 뜻이다"라고 다짐했다. 이는 우리 모든 국민이 가슴에 지니고 실천해야 할 덕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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