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휴일, 무작정 남해를 향해 떠났다. 벌초차량들로 남해고속도로는 이미 정체되고 있었지만 일단 진주만 지나면 그나마 한적해진다. 남해를 목적지로 한 것은 아니다. 통영이나 거제도를 가자니 7호선 국도가 너무 막히고, 순천이나 여수로 가자니 기름값이 많이 들 것 같아서 하동IC를 나와 남해로 향했다.
남해는 상주해수욕장을 비롯해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보리암으로 유명한 곳이고 '마늘'생산지로도 알려져 있다. 그리고 얼마 전 개통한 남해창선대교가 새로운 관광코스로 자리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남해에 얼마 전 부터 색다른 관광명소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일명 '독일마을'이라는 곳. 이곳에는 과거 독일로 떠났던 간호사들과 건설노무자들이 돌아와서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었는데, 집들의 모양이 이국적이어서 바다에서 보면 마치 스위스 언덕을 보는 듯 하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가보니 대부분 민박집들이었다. 그 집 내부 구조를 구경하는 것 외에는 민박을 하면서 독일가정을 체험해 보는 것이 전부다.
오히려 '해오름예술촌'이 더 실속있는 곳이라고 생각된다. 이 예술촌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학생들이 떠난 폐교를 꾸며서 시작된 예술체험 및 전시공간이다. 남해군 삼동면 은점리 물건방조어부림에 위치한 이곳을 가꾼이는 정금호 촌장이다.
정금호 촌장, 오지랖이 넓어 작품 만들고 끌어모아 만든 '보물창고'
그는 건축디자인을 전공하고 부산에서 건축업을 하다가 고향인 이곳 남해로 와서 교직생활을 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도자기와 서예 등을 가르쳤고, 이를 계기로 고향 예술인들과 함께 폐교를 꾸미게 됐다고 한다.
해오름예술촌은 1층과 2층 전시실을 비롯해 운동장에 나무와 잔디를 심어 공연장과 분수대를 만들고, 복도에는 세계 각국의 모형범선들을 구해서 전시했다. 또 칠보체험, 황토공예체험, 알공예체험 등 신청만 하면 직접 작품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서효석 교수의 목공예실과 소고 류정운 선생의 민속그림방 등 전문 작가들의 전시실도 마련돼 있고, 미니어처들의 전시관, 아트샵에서는 남해의 특산품 및 기념품과 작품들을 구입할 수도 있다. 사진으로 한 번 둘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