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이명박 정부가 대대적인 세금 깎아주기에 나섰다. 최근 10여년만에 가장 큰 규모의 세제 개편이다. 개인의 소득세를 비롯해, 법인세 인하가 포함됐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법인세 인하를 1년 유예할 방침이지만, 앞으로 기업들이 내는 세금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또 그동안 논란이 됐던 부동산 관련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도 인하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재벌총수 등 부유층에서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상속·증여세도 크게 낮춰주기로 했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전방위적 대규모 감세의 명분은 '경제활성화'다. 하지만 감세 혜택이 서민과 중산층보다는 부유층에 집중되고,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으로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비판은 여전하다.
특히 세금을 깎아준다고 해서 과연 경기가 살아날 것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높다.
결국 정부의 대대적 감세는 실질적인 경기회복이나 조세형평성을 살리지 못한 채, 국가 재정만 축낼 가능성이 크다. 또 이로 인한 재정수지의 악화는 복지 재정의 축소 등으로 이어지면서 소외계층 등에 대한 지원이 줄고, 양극화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소득세] 4인기준 연봉 3천은 20만원↓, 연봉 6천은 89만원↓
1일 정부가 내놓은 2008년 세제개편안은 그동안 예상됐던 이명박 정부의 '감세를 통한 경제살리기'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우선 소득세를 깎아준다. 기획재정부는 낮은 경제성장률로 인해 내수가 위축돼 중산·서민층의 세금 부담을 낮춰 소비를 일으키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현재 종합소득세율을 구간별로 2% 포인트 내린다. 또 자녀가 많은 가구에 대한 세금 혜택도 높이기로 했다. 1인당 공제 확대(100만원→150만원), 근로소득 기초공제 축소, 자녀 교육비 공제 확대, 부양가족 의료비 공제 확대도 실시된다.
이렇게 되면, 연봉 3000만원 4인 가족의 경우 1년에 48만원의 소득세가 29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6000만원인 가정(4인 기준)은 474만원 내던 소득세가 385만원으로 89만원 줄어든다.
이밖에 일용근로자의 소득공제 금액 인상(일 8만원→일 10만원), 해외건설근로자 비과세소득 인상(월 100만원→월150만원), 농가부업소득의 비과세한도 확대(연1200만원→연1800만원), 자경농지 수용시 양도세 감면한도 확대 등이 포함됐다.
또 지난 4월에 고유가 대책으로 발표됐던 유가환급금 지급이나, 수입원자재 품목에 대한 긴급할당관세 등도 이번 개편안에 들어갔다.
[법인세] 최고 25%를 20%까지 단계적 인하... 대기업만 이득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도 깎아줄 방침이다. 현재 최고 25%에 달하는 법인세율을 22%로 내리고, 이후 20%까지 낮추겠다는 것이다. 또 법인세의 과표구간도 현재의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올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돌면서 경제의 성장기반이 크게 약화됐다"면서 "규제완화와 법인세율 인하로 기업들의 투자여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안대로 시행되면, 이같은 감세혜택이 대기업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국세청이 낸 '2007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06년 수익이 500억원을 넘는 대기업 324곳이 전체 법인세의 60% 가량을 냈다. 또 이들 기업을 포함해 대기업 2843곳이 법인세의 80.4%를 냈다.
반면, 연간 이익이 1억원 미만인 17만여 기업들이 낸 법인세는 전체의 1.8%에 불과했다. 따라서 정부가 법인세율을 내리게 되면, 중소기업보단 대기업에게 감세혜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게 된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법인세율 인하를 1년간 유예하기로 요청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쪽도 일단 여당의 요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향후 세법 개정을 통해 법인세 인하는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에서 중소기업의 창업과 경영단계에서 세액감면 등의 세금 혜택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서비스산업 등 활성화를 위해, 지방 회원제 골프장을 이용하는 사람과 골프장 사업주에게도 각종 재산세·취득세·종부세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기업들의 접대비 가운데 문화접대비를 비용으로 인정해주고, 공모펀드의 증권거래세 면제 혜택도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양도세·종부세] 1세대 1주택자에게 부동산 세금 깎아준다
부동산 관련 세금을 손보는 것도 이번 세제개편에 들어가 있다.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선 양도세를 완화한다.
우선 현재 서울 등지에서 3년 이상 보유(2년 이상 거주 필요)해야만 하는 양도세 감면 요건이 3년 이상 보유 및 3년 이상 거주로 강화된다. 대신 과세범위가 현재 6억원 초과에서 9억원 초과로 상향된다.
또 오래동안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주어졌던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연 4%, 최대 80%(20년 이상 보유)에서 연 8%, 최대80%(10년 이상 보유)로 확대돼 서울 등 수도권에 10년 이상 1세대 1주택자로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양도세를 거의 내지 않게 된다.
1세대로 집을 여러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지방에 집을 가지고 있을 경우, 실수요 여부 등에 따라 양도세 중과(50~60%)를 없애준다.
논란이 됐던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올해 과표적용률을 80%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올해는 90%, 내년에는 100%의 과표를 적용하기로 돼 있었다.
또 지난 8.21 부동산 대책때 발표됐던 주택건설사업 등에 대한 종부세 비과세 혜택도 이번 개편안에 들어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종부세 과세기준의 6억에서 9억 상향 등 전반적인 개편 내용은 이번에 들어가 있지 않다"면서 "향후 서민주택 확대 방안 등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과 함께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속·증여세 등] 재벌총수 등 부유층 요구대로 세금 인하
정부의 개편안에는 상속·증여세를 크게 낮추는 방안도 들어가 있다.
기획재정부는 "우리나라가 일본과 함께 OECD 국가 가운데 상속세율이 가장 높은 국가"라며 "국가간 자본 거래가 자유로운 마당에 이같은 높은 세율로 국부 유출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현재의 상속세율을 소득세율 수준으로 크게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상속·증여세의 경우 30억원이 초과할 경우 50%를 세금으로 내야한다. 하지만 정부안대로 할 경우 세금은 33%로 줄어들게 된다.
상속·증여세 인하 요구는 그동안 재벌총수 등의 입장을 대변해 온 전경련에서 꾸준히 제기해왔던 사안이다. 높은 상속세율로 인해 편법적인 증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삼성비자금 사건 등으로 재벌총수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으로 국민들의 반감이 여전한 가운데, 자칫 정부가 나서 이들 가진 자들의 도덕적 해이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정말 기업의 투자를 높이기 위해서라면, 연간 2억~3억원의 이익을 내는 기업들의 세율을 낮춰주는 것이 옳다"면서 "이미 대기업들은 실제로 내는 세금이 그리 높지 않아 세금을 깎아준다고 해서 투자가 늘 것이라는 것은 환상일뿐"이라고 지적했다.
윤종훈 회계사는 "정부의 이번 개편안은 서민보다는 부자들을 위한,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회계사는 이어 "정부 발표대로 감세가 진행되고, 완료되면 매년 17조원의 세금이 감소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막대한 국가 재정 적자가 진행될 것이고, 결국 복지재정을 줄이게 되면서 사회적 약자 계층에 대한 안전망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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