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土卵) 꽃이 피었습니다. 밭두렁 가로 심어진 토란 잎 속으로 옅은 웃음을 날리는 토란꽃이 피었습니다.
토란이라는 이름은 참 토속적이면서도 재미있습니다. 흙이라는 친근감과 더불어 동물에나 어울리는 알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처음 토란이라는 이름을 생각할 때는 난(蘭)으로 보기에는 너무 비약이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이름은 그냥 지어놓은 게 아닌가 봅니다. 흙 속에 알같이 둥글둥글한 뿌리를 만든다고 해서 토란이라고 합니다.
토란하면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소나기'. 왠지 소나기를 만나면 한 번쯤 머리에 써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소나기를 만나기도 힘들지만 시골 밭두렁을 걸어갈 일도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토란은 버릴 것이 없습니다. 줄기와 잎은 말려서 나물로 먹습니다. 여름철이면 햇볕이 잘 드는 마당에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껍질을 벗겨서 말려놓은 풍경이 그려집니다. 뿌리는 삶아 먹거나 국에 넣어서 먹습니다. 들깻가루를 진하게 푼 토란국을 걸쭉하게 먹었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토란꽃은 보기 힘들다고 하지만 요즘은 종종 보입니다. 토란은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원산인 열대식물로 우리나라에 식용으로 들어온 식물입니다. 먼 곳에서 이주를 해오다 보니 꽃을 피우지 못해 꽃이 퇴화되었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아열대 기후로 변해간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제철 만난 것 마냥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토란은 잎을 보면 연(蓮)과 많이 닮았습니다. 그러나 식물학상으로는 천남성과라고 합니다. 꽃을 보면 천남성 종류의 꽃들과 많이 비슷합니다. 산에서 피어나는 천남성은 꽃이 지고 나면 빨간 옥수수 같은 열매를 맺지만 토란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고 합니다. 꽃이 지고 난 열매를 만져보면 속이 비어 있습니다.
은은한 노란 꽃잎을 망토처럼 두르고서 살며시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은 풋풋하고 수줍은 어린애처럼 보입니다. 보는 순간 기분이 좋습니다. 토란의 꽃말은 '행운'이라고 합니다. 행운이 오지 않아도 좋습니다. 토란꽃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입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8월 30일 전남 구례에서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