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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환 선수가 지난달 25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해단식 뒤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 대표선수단 환영 국민 대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태환 선수가 지난달 25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해단식 뒤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 대표선수단 환영 국민 대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남소연

8월 8일 개막한 중국 베이징 올림픽이 총 17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8월 24일 폐막했다. 방송의 올림픽 과열 보도는 늘 논란이 되어온 문제다. 이번에도 방송3사는 올림픽 보도에 열을 올렸는데 저녁종합뉴스마저 뉴스 기능을 상실한 채 '스포츠 뉴스'화되었다.

 

올림픽이 아무리 국민적 관심사라 해도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가 올림픽에만 '올인'해 시청자들이 알아야 할 우리 사회 주요 현안들을 소홀히 다뤄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 기간 동안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는 '올림픽 뉴스'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올림픽에만 매몰되어 있었다.   

 

박태환에 '올인'한 8월 10일 KBS·MBC 보도

 

8월 10일은 박태환 선수가 400m 자유형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을 딴 날이다. 쾌거이며 대서특필할 내용이지만 관련 보도의 양이 상식 수준을 벗어났다.

 

박태환 관련 보도량을 살펴보면 KBS가 당일 총 방송의 44.4%(27꼭지 중 12꼭지)를 차지했고, MBC는 39.4%(33꼭지 중 13꼭지), SBS는 31.8%(22꼭지 중 7꼭지)를 차지했다.

 

이렇게 많은 보도를 쏟아내다 보니 당연히 중복되는 내용, 뉴스가치가 의심스러운 내용들도 등장했다. 예컨대 MBC <비밀무기는 수영법>(11/33, 전준홍 기자)과 연이은 <완벽한 신체조건>(12/33, 박민준 기자)은 한 꼭지로 정리해도 충분했을 내용이었다. SBS <금 축하 전화>(7/22, 최영범 기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박태환 선수에게 축하 전화를 했다는 내용인데, 앵커 멘트로 간략하게 소개할 정도면 몰라도 별도 꼭지로 할애할 만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8월 15일 SBS 8시뉴스, 탁구 생중계에 밀려 겨우 4꼭지

 

8월 15일 SBS <8뉴스>는 4꼭지만 보도하고 여자 탁구 중계를 시작하더니, 탁구 중계가 끝나자 날씨와 클로징 멘트를 하고 끝났다. 설령 국민적 관심사인 탁구 경기를 생중계하기 위해 뉴스를 중단했다 하더라도, 중계가 끝나면 뉴스를 이어 진행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SBS는 탁구 생중계를 이유로 저녁종합뉴스를 단 4건의 보도로 편성했다. 이날 시청자들이 알아야 할 의미 있는 뉴스가 단 4꼭지뿐이었을까?  더욱이 8월 15일은 광복 63주년이 되는 날이었으며, 뉴라이트 진영이 제기한 이른바 '건국절' 논란을 비롯해 방송사들이 진지하게 다뤄야 할 뉴스거리가 많았다. SBS는 '4꼭지짜리 저녁종합뉴스'로 자사 메인뉴스의 권위와 신뢰를 떨어뜨렸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올림픽 뉴스로 도배한 8월 23일 MBC·SBS 

 

8월 23일 MBC는 81%(21꼭지 중 17꼭지)를 SBS는 86%(16꼭지 중 14꼭지)를 올림픽 보도에 할애했다.

 

MBC의 나머지 4꼭지 가운데 2꼭지는 가을 스케치 영상과 데스크 영상이었다. 결국 실질적인 보도는 2꼭지뿐이었는데, KBS 사장 선임을 두고 정정길 대통령실장, 이동관 대변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사장 후보들과 비밀회동에 대한 야당의 목소리를 담은 <사퇴 요구…곤혹>(왕종명 기자)과 미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조 바이든 의원으로 확정됐다는 <부통령 후보 확정>(이진숙 기자) 2꼭지뿐이다.

 

SBS도 가을 스케치 기사를 하나 뺀다면, 올림픽 보도가 아닌 것은 단 한 건, 그것도 사건사고 단신이었다.

 

올림픽은 분명 국민적 관심사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성숙한 사회라면 올림픽을 즐기는 가운데에서도 여타 사회 현안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유지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언론의 감시와 견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방송3사의 '올림픽 올인' 보도는 국민의 눈과 귀를 올림픽에만 쏠리게 했으며, 언론으로서 감시와 견제 기능을 포기했다. 이런 보도 태도가 권력으로 하여금 스포츠를 정치에 악용하려는 유혹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성찰하기 바란다.


#방송3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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