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조선블로그'라는 제목만 보면, 처음에는 정보화시대에 맞추어 역사책도 퓨전바람이 불었나 싶었다. 그러나 서문에도 나와있지만 몇백년전 우리 조상들도 글을 읽고 감상평과 댓글을 달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에 대한 의문과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겠지만, 기존의 역사 인식과 서술 부문에서 큰 차별화가 있게 된 점은 획기적인 사실이다.

 

역사학은 '현재의 눈으로 과거를 관찰하고, 과거의 일을 비추어 현재를 더 깊이 이해하는 학문'으로, 역사는 '사건 그 자체로서의 역사'와 '기록으로서 역사'로 크게 구분된다. 그동안의 우리 역사 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역사가 그 당시 지배층의 입장을 대변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선별해서 기록하고 전해주었다.

 

물론 다음 정권이나 지배층이 자신의 입장에 배치되면 그 역사기록은 사라지고 새롭게 각색되어 만들어져 왔다. 그렇다면 지금 남아있는 기록으로서의 역사를 가치관을 배제한 채 오직 사료에 입각해 사실만의 역사를 쓴다면 이 또한 과거의 지배층이 그렇게 써주기 바랐던 대로 역사를 쓰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조선블로그'의 바탕이 된 69권의 불로구나 15권의 갑회에는 권력에 소외된 계층의 가감없는 의견이나 생각, 일상적인 소소한 이야기까지 전하고 있고, 역사를 일방통행식으로 단순히 지배권력의 자기 합리화로서 아니라, 서로 접촉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만남으로 다시 태어나듯이 서로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소통의 학문'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내용적으로는 '조선'의 큰 흐름을 다루며 크게 왕권과 신권의 대립, 사화, 실학, 풍속화, 경제상황을 오늘날의 블로그 형식으로 재구성해서 다루고 있다. 물론 저자들의 지나칠 정도의 꼼꼼하고 세세하게 그림과 옆에 주석을 달아 필요에 따라 상황설명을 잘 해주고 있지만, 역사서술에 있어 최소한 역사적 사실간의 합리적인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커다란 줄거리 중심과 댓글로만 다루다보니 자칫 역사적 흐름이 끊기거나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어떻게 보완하는냐가 문제점으로 남는다.

 

또한 태조, 태종, 세종, 광해군의 블로그는 블로그라는 옷만 입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부분에서는 참신함보다 잘못하면 곡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고, 모두 아는 사실을 재구성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었다. 이왕 블로그 형식으로 시작한다면, 기존 역사책에서 역사적 흐름으로 인해 다룰 수 없었던 것들을 비교하거나 종합할 수 있는 테마를 중심으로 책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의미에서 의병, 실학, 풍속화카페나 상인블로그가 참신성이 있었고, 다양한 의사소통의 장이 돗보였다.

 

사실 아직도 인터넷상 검증되지 않는 정보들이 유통되고 인터넷 정보는 쓰레기라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식정보가 어느 특정계층에 집중되지 않고 많은 사람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대세가 되어 버렸고, 이제 역사학도 새로운 역사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자료발굴과 다양한 측면으로 바라보기가 필요한 시점에서 '조선 블로그'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지적한 우려나 문제점은 이 책의 독창성과 의미에 비하면 아주 소소한 것이다. 오히려 앞으로 이어지는 역사블로그 시리즈와 블로구갑회복원위원회의 앞으로의 활동에 응원과 성원을 기대해 보는 바가 더욱 크다. 소장할 가치 충분하다.

덧붙이는 글 | 예스24, 알라딘에도 송부했습니다.


조선 블로그 - 역사와의 새로운 접속 21세기에 조선을 블로깅하다

문명식 외 지음, 노대환 감수, 생각과느낌(2008)


태그:#인문 역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책과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접촉해보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