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제가 합격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말하기 부끄럽지만 배움은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 대학 입학 수능시험에도 도전해서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이 말은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1급 시각장애의 신체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8개월만에 중학교 과정과 고등학교 과정에 당당히 합격한, 이천시 중리동에 거주하는 이혜영(45세·이천시 시각장애인협회장)씨의 소감과 포부다.
이혜영씨는 올해 4월에 있은 중학교 과정 검정고시에 응시해 5월13일 합격한 데 이어 지난 8월1일 실시된 고교과정 검정고시에서도 당당히 합격하는 불굴의 투지를 보였다.
이혜영씨가 검정고시 시험을 처음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로, 행정기관을 왔다 갔다 하면서 공무원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또 비장애인들과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아 공부를 해야겠다는 자신감과 함께 사회복지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자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
비록 눈으로 글씨를 읽을 수 없고 또 손으로 글을 쓸 수 없는 불편한 신체적 조건이었지만, 이혜영씨는 외출할 때나 잠을 잘 때도 항상 24시간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단어를 외우고 문장을 익히는 방법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이처럼 정상인과 매일 테이프를 이용해 귀로 듣는 방법으로 공부를 한 이혜영씨는 “비록 귀로 들은 것을 직접 글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귀로 들은 것을 입으로 말하기는 쉬웠다”며 “암기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기에 오로지 정신력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공부를 한 것이 합격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특히 이혜영씨는 “시험문제지가 점자가 아닌 정상인과 똑같은 상황이었기에 문제를 보고 풀기보다는 녹음 테이프에서 흘러 나오는 문제를 듣고 답하는 방법으로, 무엇보다 앞을 볼 수 없어 답안지에 직접 답을 쓸 수 없는 불편함 때문에, 시험 당일 답을 대신 적어 주는 도우미(공무원)에게 손가락으로 답을 말하면, 그 도우미가 답안지에 답을 적어 주었다”며 “공부할 때보다 시험 볼 때가 더 힘들었다”는 것.
이혜영씨는 신생아때부터 선천적으로 시력이 좋지 않았으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시력이 계속 나빠져 중학교 입학을 포기하고 직장을 다녔다. 이후 시각장애자라는 것을 모르고 생활하던 중, 32세때 색소막막변성증으로 1급시각장애인으로 등록되었으며 현재는 이천시시각장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혜영씨는 “무엇보다 장애인들도 인간인 만큼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대할 때 편견을 가지고 대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모든 일은 생각하고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는 것이 삶의 이치이기에, 장애인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서 나의 최상의 날들을 만들고,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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