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월) 매우 맑음 드디어 인도 가는 날이다. 날씨는 참으로 화창하고 별렀던 여행이라 더욱 즐겁다. 집사람의 과도한 짐싸기는 이번이라고 변함이 없다. 잔소리하며 최대한 줄였는데도 공항에 도착하여 배낭들을 보니 우리 짐이 가장 크다. 여행의 노하우가 축적될 만한데 그렇지 못한 게 수수께끼이다.
이번 여행은 아이와 함께 하는 첫 번째 순수 배낭여행이다. 우여곡절 끝에 애초 18일간 계획했던 인도, 네팔까지의 여정이 9일의 인도여행으로 반토막 나고 말았다.
막힘없는 고속도로를 통해 1시간 만에 도착하니 인도인 만큼이나 인도 같은 여인이 우리를 맞는다. 이번 여행은 '친구따라인도가기' 여행사를 통하여 항공권과 현지 여행의 정보를 얻었다.
이번에 공항에 나와 보니 외국항공사는 제2청사로 게이트가 조정되었다. 비좁은 공항에서 텃세에 밀린 탓이리라. 우리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에어인디아항공을 이용하기로 했고, 그 항공기의 최종기착지는 몸베이다.
중간에 홍콩에서 한 번 델리에서 한 번 경유를 한다. 물론 우리는 델리에서 내릴 예정이다. 1청사와 2청사 사이는 모노레일 비슷한 차량으로 이동한다.
원래 14시 15분에 출발예정이던 에어인디아가 10분 당겨 출발한단다. 인터넷을 통해 에어인디아에 대한 악명을 미리 확인하였기에 낡은 실내(화장실 문도 고장 났음)와 시골아주머니 같은 승무원 등에 특별한 거부감은 없다.
기내 서비스는 훌륭했다.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음료 서비스 때 맥주를 달라하니 알아서 2캔을 준다. 준비된 기내식은 채식주의식, 치킨, 피쉬 3종류였으나 앞에서 키친을 다 소진했다고 뒤쪽은 물어보지도 않고 피쉬를 던지듯이 떠안긴다. 조금도 미안해 하지 않으며…….
하지만 생선요리는 너무도 내 입에 맞았다. 천생 에어인디아와 나랑은 궁합이 맞는가 보다. 3시간의 비행 끝에 우리 비행기는 홍콩에 도착했다.
순식간에 비행기는 혼란에 빠진다. 1시간 안에 홍콩에서 델리 가는 승객을 태우기 위한 준비가 우리가 탑승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홍콩승객이 내리고, 남아 있는 승객 체크하고 그리고 새로운 승객들 좌석을 깨끗이 세팅하고 평상시 볼 수 없는 비행기 리모델링이 우리가 앉아 있는 상태에서 진행됐다. 마치 우리도 비행기의 일부분인 것처럼. 이것도 경유 비행기만의 체험 보너스일 게다.
홍콩에서 1시간 30분만에 이륙한 비행기는 먼저와 비슷한 순서로 서빙이 진행되었다. 교체된 승무원은 시내버스에서 고속버스 안내양처럼 업그레이드 됐다. 장거리 비행에 대비하여 준비한 처리베개와 목 베개 등 완벽한 준비물에 몸이 훨씬 편안하다.
델리공항에 도착하니 벌써 후끈한 열기가 먼저 다가온다. 공항에서 일차환전($300)을 하고 프리페이드 택시를 타고 메인바자르를 향했다. 프리페이드는 바가지 상술을 막기 위해 국가가 미리 택시요금을 받고 바우처를 주면 그걸로 택시를 타는 이른바 공영제 시스템이다. 공항에서 시내중심가까지는 270루피(6000원)를 냈다.
경차 크기의 승합차는 곡예운전을 하며 1시간 가까이 달렸다. 이윽고 도착한 메인바자르는 이름과는 달리 우리나라 재개발 지역 뒷골목처럼 매우 험악한 모습이었다. 전형적인 우리나라 뒷골목 분위기인데 작고 수많은 가게가 줄지어 있다. 여행사에서 추천한 숙소인 '하레라마 게스트하우스'가 이곳에 있다. 불길한 느낌의 골목과 유사한 느낌의 숙소는 들어서기부터 심상치가 않다.
우리에게 배정된 방은 바깥을 향하는 창문은 물론 에어컨도 없고 마치 흉가같은 느낌이었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왔지만 집사람과 성환이는 일종의 패닉 상태가 엿보였다. 이렇게 꿉꿉한 날씨에 선풍기 하나 의지하고 잠이 들까 싶다. 조금 전에 쥐도 보이던데……. 델리의 첫날은 이렇게 처음부터 빡세게 마무리가 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광명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