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햇살 아래 징게맹게 너른들 나락이 알알이 영글어 가고 있습니다. 추석 명절을 앞둔 지난 4일 4, 9장인 전북 김제의 원평장을 찾았습니다.
장터는 오전에 반짝 활력이 있었습니다. 장터에서 오랜만에 이웃을 만나 웃을 일도 있지만, 웃을 일보다는 할머니·할아버지만 남아 있는 농촌에 심란한 일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시골 장터에는 우리들 어머니 아버지의 피땀어린 노동의 결과물이 세상을 향해 나와 있습니다.
아직도 고단한 먼 길을 가야 하는 당신의 어머니는 오늘도 장터 뒷길을 힘겹게 가고 있습니다.
장터 길목에 자리잡은 대장간을 들렀습니다. 그러나 대장간은 문만 열려 있지, 담금질 소리도 없고, 손님도 없습니다. 이 장터에서 50년 동안 대장간 일을 해온 장길수(75) 할아버지는 텅 빈 대장간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대장장이 할아버지께 쇠 벼리는 것을 시연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불을 지피고 달군 쇠를 두들기는 것이 아니라서 실감이 나질 않았습니다. 일이 끊기고 날이 갈수록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할아버지는 시름이 깊습니다.
장보기를 마친 사람들은 바리바리 물건을 싸 들고 집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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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가는 길 장터 나들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 |
ⓒ 민종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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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풍년 추수가 되면 장터에 있는 정미소는 신나게 가동 될까요? 옛날 그 정미소는 지금 올 가을 추수를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
낡아빠진 정미소 뒷골목으로 아기를 안은 새댁이 걸어갑니다. 모처럼 참으로 귀하고 희망적인 광경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