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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석 달 이상을 기다린 끝에 결과가 나왔다. 3월 3일 조세의 날을 맞아 국세청에서 실시한 제42회 전국학생 세금문예작품 현상공모 마감일은 5월 31일이었는데 시상식은 9월 3일 날 있었다. 공모전 작품 주제는 나라 살림에 있어 세금이 하는 역할과 그 중요성 등을 일깨우는 내용, 성실한 세금납부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내용, 기타 세금과 관련한 자기 경험이었다.

 

나는 지난해 부천시에서 실시한 국제교류도시 청소년 홈스테이에 참가한 내용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부천세무서장상을 받았다. 먼저 부천시의 자매도시인 중국 하얼빈에서 온 양천천이란 학생이 우리 집에 머물면서 시에서 마련한 여러 행사에 참여했다. 그 다음은 내가 하얼빈에 가서 천천이 집에서 숙식을 하며 하얼빈시에서 제공한 여러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천천이 부모님은 우리 부모님까지 초청하셨다. 엄마는 일 때문에 가지 못하셨고 아빠는 나와 함께 하얼빈에 다녀오셨다. 부천시가 맺어준 인연으로 천천이네와 우리 가족은 좋은 만남이 되고 있다. 이런 만남이 이루어지기까지는 무엇보다 세금의 역할이 컸다는 생각이 들어 이 소재를 택하게 되었다.

 

9월 3일 오전 9시30분 부천세무서에서는 부천지역 수상자 15명과 수상자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수상식이 개최되었다. 부천세무서 최동수 서장님은 축사에서 "세금의 가치와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실시한 공모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학생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번 행사가 건전한 납세의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장님의 말씀처럼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세금을 왜 내야 하는지 좀더 깊이 알게 되었다. 또 어떻게 쓰여야 국민이 잘 살 수 있고 나라가 발전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부족하지만 내가 쓴 글이 납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전국 학생세금문에작품 응모글 '세금이 맺어준 하얼빈과의 인연'을 요약해서 올린다.

 

지진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는 중국을 보면 남다르게 가슴이 아프다. 이웃나라의 재앙을 보며 안타깝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중국에 대한 나의 추억은 특별하다. 지난 해 7월 부천시가 마련한 국제교류도시 청소년 교류에서 만난 중국 학생과의 인연 때문이다. 부천시와 국제교류를 맺은 미국의 베이커스필드 시, 중국 웨이하이 시와 하얼빈에서 온 45명의 학생이 함께 한 07국제교류도시 청소년 부천 홈스테이에서 내 파트너였던 하얼빈의 천천이.

 

작년 여름방학 때 천천이는 7박 8일 간 한국에 머물면서 부천시는 물론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현장을 둘러보았다. 천천이는 예의가 바르고 매너가 있었다. 우리 엄마가 짐을 들고 시장에서 돌아오면 얼른 받아 들었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이부자리를 반듯하게 정리해 놓았다. 또 국제전화 요금이 많이 나온다며 중국에서 전화가 오기까지 기다리기만 하는 친구였다. 부모님이 요금은 우리가 부담해도 된다며 먼저 전화를 하라고 해도 극구 사양했다.

 

"중국에는 인구가 너무 많아 제대로 먹지 못해 왜소하다고 하니 불고기 많이 먹여라."

"중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지저분하고 수준이 떨어진다더라."

 

중국 학생이 우리 집에 머문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이렇게 반응했다. 그래서 엄마는 천천이가 우리 집에 머무는 기간 동안에는 냉장고에 고기를 가득 채워 놓으셨다. 그러나 천천이는 중국에 대한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 주었다. 나보다 2살 아래인 천천이는 나보다 키가 10Cm나 더 컸으며 몸무게 역시 10kg 이상 더 나갔다. 중국에서 고기를 많이 먹었다며 김치와 야채를 더 잘 먹을 정도였다.

 

우리 아빠는 의젓하고 매너 있는 천천이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7박8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간 천천이를 내내 그리워했다. 지난 12월에는 내가 천천이 집으로 가는 순서였다. 그런데 천천이 집에서는 우리집에서 베풀어 준 천천이에 대한 배려에 감사한다며 우리 가족 모두를 초청하겠다고 했다.

 

우리 엄마는 시간을 낼 수 없어 가지 못했고 아빠와 나는 하얼빈의 천천이 집을 방문했다. 숙식은 천천이 집에서 하고 중국문화체험은 하얼빈시에서 해 주었다. 장효렴 하얼빈 시장님은 "한국 부천에서 온 청소년들을 환영한다. 여러분들은 중국과 한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 달라"며 반겨주셨다.

 

양국에서 모인 청소년 30명은 하얼빈 빙설축제와 안중근 의사 기념관 등 중국의 명소를 를 돌아보며 중국과의 인연을 쌓아갔다. 천천이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외할머니는 인자하신 얼굴로 먹을 것을 푸짐히 챙겨주셨다. 천천이 친척들은 꽃다발을 들고 한국에서 간 우리 아빠와 나를 환영하러 왔다. 천천이네에서 보낸 추억은 내내 가슴에 남아있다. 우리 아빠와 엄마는 천천이를 하얼빈의 아들이라며 그리워하고 있다.

 

우리 엄마에게 "7박 8일간 무료로 구경시켜주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면 부천시와 하얼빈시 돈 많이 들었겠다"라고 걱정했더니 엄마는 세금의 중요성을 말씀해 주셨다. 세금은 개인의 힘으로는 하기 힘든 부분을 해결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것.

 

엄마는 "네가 세금으로 받은 혜택만큼 커서 나라에 돌려주라"고 하셨다. 국제교류도시청소년 홈스테이는 세금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해준 좋은 계기가 되었다. 좀 더 많은 학생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한다면 어릴 적부터 세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거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 고장 부천에는 문화 시민운동을 벌이고 있다. 노점상 불법주정차를 단속하는데 시민들이 앞장서고 있다. 우리 엄마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엄마는 우리시에서는 불법 무질서를 바로 잡는데 연간 190억원의 세금이 쓰이고 있어 문화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하셨다.

 

이 돈은 시민들이 조금만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는다면 충분히 절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을 깨끗이 이용하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으며, 도로를 점령하고 있는 노점상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거액의 세금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무심코 학교 앞에서 파는 불법 노점상에서 음식을 사 먹곤 했다.

 

문화시민운동에 참여하고 오신 엄마는 어느 날 불법 노점상을 하는 사람에게 엄청 당했다고 하셨다. 먹고 살기 힘들어 장사하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하도 고함을 쳐서 더 이상 설득을 못했다고 했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불법을 저지르면 되냐고 했더니 막무가내였단다. 그래서 엄마는 의식이 깨어있는 시민이 불법노점상 이용을 자제해야 해결되겠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요즘 주말 저녁이면 꼭 가는 곳이 생겼다. 평소에는 시간이 없어 가지 못하는데 주말이면 빠짐없이 나를 손짓하는 곳은 우리 집 옆에 있는 초등학교다. 5월 초에 완공된 인조 잔디 운동장에다 여러 가지 운동시설, 부천 시민의 강을 끼고 만든 쉼터와 공원이 잘 꾸며져 있다.

 

인조잔디운동장 및 체육시설은 학생 및 지역주민의 상설 체육을 통해 건강한 삶을 영위 할 수 있도록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복권 기금을 지원 받아 만들어졌다고 적혀 있다. 이와 같은 목적처럼 주말에 이 학교에 가보면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축구, 농구, 배구 등을 하고 있다. 근력, 심폐기능강화, 체형가꾸기 등을 키워줄 수 있는 여러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 쉼터에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성인오락실과 게임방을 들락거린다고 우려를 하신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건전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면 그런 우려는 안 해도 될 것 같다. 청소년들이 마땅히 즐길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위해업소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본다.

 

국제교류도시 청소년 부천 홈스테이와 학교 운동장의 좋은 시설을 이용하며 세금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내가 받은 혜택만큼 돌려주라는 엄마의 말씀처럼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해 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게 될 것을 다짐한다.


#부천세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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