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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예산, '저상버스 도입은 해야 하는데...'

현재 전국적으로 저상버스 도입은 서울 671대, 경남 41대, 충북 20대, 대전 40대 등 1200여대가 도입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단 1대의 저상버스가 운행하고 있지 않는 지역이 있다. 바로 충청남도와 전라북도다. 작년 10월까지만 해도 전라남도도 이 지역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11월 2일자로 목포시에서 저상버스 1대를 도입하여 1번(해양대~석현동) 구간에서 운행을 시작하면서 제외되었다.

 전국 시도별 저상버스 도입현황 (자료 : 나지막이)
전국 시도별 저상버스 도입현황 (자료 : 나지막이) ⓒ 원정연

충청남도의 대표적인 도시로 인구 54만의 천안시에서는 올해부터 2012년까지 매년 6대씩 저상버스를 도입할 계획을 수립하여 지난해 8월 17일자로 발표하였다. 인근의 아산시에서도 4대의 저상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선개편과 업체와의 이견 등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도입이 미뤄진 상태이다.

전라북도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전주시에 2대, 익산시와 군산시에 각각 1대의 저상버스를 시범도입하기 위해 국비 2억 원을 확보한 상태지만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저상버스 도입 확대는 내년 하반기에 나오는 한국형 저상버스 표준모델의 보급 이후로 시행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저상버스의 도입이 지연되거나 도입되었더라도 그 수가 매우 적은 원인으로는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 등 인구가 밀집한 시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시군의 재정 상태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시내버스 업체에서 저상버스를 구매할 때에는 일반 CNG 버스 구매비와의 차액인 1억을 보조금으로 지원해 주고 있는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50:50의 비율로 각기 5000만원씩을 감당하고 있는 매칭 펀드(Matching fund)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환경부에서 천연가스(CNG) 버스를 도입할 시에 추가적으로 2250만원을 보조해주고 있어서 한 대당 2억인 천연가스 저상버스를 구매하고자 하면 675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옵션 및 기타사항 제외).

하지만 지자체에서 연간 저상버스 도입계획을 수립하여 이를 국토해양부에 보고하고 이에 따라 예산이 지원되더라도 지자체에서 계획한 차량 대수만큼의 예산을 확보되지 못해 집행하지 못한다면 국고지원금을 다시 정부에 반납해야 한다. 실제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일부 지자체는 저상버스 도입에 필요한 예산 확보에 실패해 고스란히 국비를 반납하고 도입계획을 유보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걷어들이는 세수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동일한 비율로 매칭 펀드가 적용되는 것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게는 부담으로 올 수밖에 없다. 광역지자체의 경우, 서울시의 재정자립도는 2007년 기준으로 88.7%인데 비해 광주시의 재정자립도는 50.1%로 광역지자체의 평균인 73.9%를 하향하는 수치이다. 시군별로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경기도 성남시의 재정자립도는 71.7%이나 강원도 강릉시 25.8%, 충청북도 충주시 20.9%, 전라남도 목포시 28.2% 등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향후 저상버스 표준모델의 도입으로 저상버스의 가격은 현재보다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만큼 도입대수가 증가하게 되어 지자체의 부담감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현행 50:50의 비율로 적용되는 국비와 시도비의 매칭 펀드 비율을 지자체의 세수 등을 고려해서 하향 조정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정부의 향후 장기적인 저상버스 도입사업 계획과정에서 반드시 검토해야 할 부분이다.

저상버스, 이제는 미리 보고 탄다

서울시에서는 2004년 대중교통 개편 당시에 도입했던 '버스운행관리시스템(BMS)'의 성능개선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 그동안 인터넷(bus.seoul.go.kr)과 ARS(1577-0287), 휴대전화(287+무선인터넷 접속버튼)를 통한 버스도착시간 및 노선안내만을 제공해 오던 서비스 영역을, 2007년 8월 6일부터는 막차정보 서비스, 맞춤형 도착시간 안내 서비스, ARS 처리용량 확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서울시내 버스정류장에서는 자신이 타야 할 버스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은 연세대 앞 정류장에 설치된 안내 단말기.
이제 서울시내 버스정류장에서는 자신이 타야 할 버스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은 연세대 앞 정류장에 설치된 안내 단말기. ⓒ 원정연

또한, '서울 버스정보안내시스템(SABIS)'의 일환으로 버스도착정보 안내단말기를 서울시내 정류장 6개소에 시범적으로 설치하였으며, 지속적으로 그 대수를 확대하고 있다. 이용자는 특별한 장비 없이도 버스정류장에서 단말기를 통해 자신이 이용할 노선의 버스도착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의 도입으로 그동안 무작정 저상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던 불편함을 크게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저상버스 운행정보를 확인하고 정류장에 나가 휴대전화나 단말기를 통해 저상버스가 얼마 후에 도착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된 것이다.

이후, 경기도에서도 올해 5월 20일부터 인터넷(www.gbis.go.kr)과 ARS(1688-8031), 휴대전화(4247+무선인터넷 접속버튼) 서비스를 통해 저상버스 운행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대전광역시와 대구광역시 등 일부 지역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저상버스 운행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저상버스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화면은 경기도 버스정보 시스템(GBIS)의 서비스 조회 화면. 파란색은 일반버스, 노란색은 저상버스를 의미한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저상버스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화면은 경기도 버스정보 시스템(GBIS)의 서비스 조회 화면. 파란색은 일반버스, 노란색은 저상버스를 의미한다. ⓒ 경기도버스종합상황실


현재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7조에 의거해 '지방대중교통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단계로 이미 사업이 완료되었거나 진행 중이다. 이 계획안에는 저상버스를 비롯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을 위한 여러 가지 향후 대책에 대해서도 명시하여 진행토록 하고 있다. 또, 20개 도시에서 추진 중인 버스정보시스템(BIS) 구축사업도 인구 30만 이상의 모든 도시로 확대하기로 하고 이를 진행하고 있다. 이제 '하염없이 저상버스를 기다리는 일'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크기의 저상버스 차종 개발이 절실

 국내에서 운행중인 저상버스로 좌측부터 대우버스 BS110CN, BC211M, 현대자동차 뉴 슈퍼에어로시티 초저상.
국내에서 운행중인 저상버스로 좌측부터 대우버스 BS110CN, BC211M, 현대자동차 뉴 슈퍼에어로시티 초저상. ⓒ 원정연

국내에서 운행하는 모든 저상버스(굴절 제외)는 상용차 생산업체인 대우버스와 현대자동차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대우버스에서는 계단이 없는 초저상버스 2종(BS110CN, BS120CN)과 계단이 1개인 중저상버스 1종(BC211M)을, 현대자동차에서는 계단이 없는 초저상버스 1종(뉴 슈퍼에어로시티 초저상)만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차량은 대부분 차량의 전장이 11m(BS120CN는 12m)로서 기존 시내버스로 운행하는 차량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긴 편인데, 일반적으로 차로가 많은 대로에서의 주행과정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골목길이나 편도 2차로의 도로에서 회전을 할 시에는 차량 길이로 인해 종종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지난 2004년과 2005년도에 총 3대의 BS120CN 차량을 구매한 제주시 소재 삼영교통은 제주시내 구간을 운행하는 과정에서 종종 난처한 상황에 처하거나 접촉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면서 12m 차량으로 운행하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2006년부터 대우버스에서 기존의 차량보다 길이가 1m 줄어든 BS110CN을 시판되자 이후로 삼영교통에서는 도입하는 차량을 BS110CN으로 변경하여 구매하고 있다.

 일본에서 운행하고 있는 7m급 논스텝 저상버스(HINO사 제작 PONCHO, 우측). 좌측의 주황색 차량은 전장이 6.3m이다.
일본에서 운행하고 있는 7m급 논스텝 저상버스(HINO사 제작 PONCHO, 우측). 좌측의 주황색 차량은 전장이 6.3m이다. ⓒ HINO

위의 사진은 일본에서 커뮤니티 버스로 운행 중인 6.3m급과 7m급의 논스텝(Non-Step) 저상버스인 PONCHO의 운행모습이다. 커뮤니티 버스(Community Bus)란 수요가 적어 기존의 버스 사업자가 버스를 운행하지 않는 지역의 교통수단 확보, 혹은 대중교통에 관한 주민의 다양한 필요를 수용하여 관할관청이 주체적으로 계획에 관여하고, 지원하며 운행하는 버스 서비스다. 우리나라의 과천시와 제주시, 서귀포시 등에서 운영하는 공영버스의 개념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본은 위의 차량을 비롯해 다양한 차종의 저상버스가 제작되어 운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군 단위나 도시의 마을버스 및 중형버스에서는 9m급의 차량(대우 BS090, 현대 글로벌 900)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지역은 운행특성상 편도 왕복 2차로를 전후하는 도로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11m급 저상버스의 운행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형 저상버스 표준모델의 개발로 인해 차량가격 및 유지보수비의 절감을 꾀할 수 있게 되었으나 단일한 차종만이 제작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단지 표준모델만으로 2013년까지 저상버스의 비율을 50%까지 올린다 하더라도 군소도시에 동일한 크기의 차량을 도입하려는 방법은 매우 효율적이지 못한 방법이다. 정부와 제작사에서는 협력하여 다양한 차종을 개발해야 하며, 해당지역에서는 지역적 특성에 적합한 저상버스 차량을 선택해서 운행하여 효율성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   

저상버스가 장애인용 버스라고?

일부에서는 저상버스를 두고 장애인용 버스라고 말하며, 정작 장애인은 타지도 않는데 무엇 때문에 저상버스가 필요하냐며 불필요한 예산낭비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저상버스=장애인 버스'라는 잘못된 인식이 바탕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이다.

 기존의 시내버스 차량은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나 유모차를 동반해 탑승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기존의 시내버스 차량은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나 유모차를 동반해 탑승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 원정연

 하지만 저상버스는 계단이 없고 별도의 슬로프(경사로)를 통해 탑승을 보조하는 등 이용자의 이동편의를 획기적으로 증진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저상버스는 계단이 없고 별도의 슬로프(경사로)를 통해 탑승을 보조하는 등 이용자의 이동편의를 획기적으로 증진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 원정연

저상버스는 장애인을 포함하고 있는 교통약자를 비롯해 모든 시민들이 편리하고 고급화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작하여 도입하고 있는 차량이다. 장애인이 버스를 타는 데 방해가 되는 계단이라는 장벽(Barrier)을 없애기 위해 기존 버스에 리프트를 장착하여 장벽을 해소(Barrier-Free)하였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장애인도 이제 버스를 탈 수 있게 했다는 측면에서 장애인에 대한 장애요인만을 제거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저상버스는 장애인의 탑승이 가능해진 점은 물론이거니와 고령자를 포함해 모든 이용자들을 유익하게 하자는 점에서 시작된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개념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4월 23일 국토해양부에서 발표한 '129개 시·군 대중교통대책 평가' 자료에서 발표한 주요선진국의 저상버스 도입률을 살펴보면 런던 권역 100%, 마드리드 권역 86%, 베를린 권역 80%, 오슬로 권역 79%, 파리 권역 42%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까운 일본 도쿄도의 경우 2007년 기준으로 저상버스의 비율이 73%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저상버스 도입을 단지 장애인의 복지증진 차원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유니버셜 디자인의 측면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지난 5년간 저상버스는 조금씩, 그러면서도 숨 가쁘게 달려왔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모두를 위한 저상버스가 되기 위해 오늘도 저상버스는 계속 길 위를 달려가고 있다.

 대구광역시에서 운행하는 724번(세진교통) 저상버스 내부에 부착된 문구. '이 차량은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입니다.'
대구광역시에서 운행하는 724번(세진교통) 저상버스 내부에 부착된 문구. '이 차량은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입니다.' ⓒ 원정연


#저상버스#교통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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