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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보석 루비처럼 빛나는 태양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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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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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부모님은 두 분이 함께 여행에 나섰습니다. 두 분만 오붓하게 떠나신 것은 아니고, 친목회분들과 함께 울릉도에 가신 듯 합니다. 암튼 어머니는 지난 월요일(8일) 새벽 아버지랑 집을 떠나 울릉도에 잘 도착했다고 같은날 오후께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그 문자메시지를 받고는 '집 걱정은 마시고 편히 쉬다 오시라'는 답문자를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어제(9일) 어머니는 전화로 저를 애타게 찾았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농협에서 추석선물로 과일을 보냈는데 집에 있으면 받아두라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때 병원에서 삐끗한 오른쪽 어깨를 치료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아래층 천막사에 맡겨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하겠다고 하시더니, 제게 다른 부탁을 하셨습니다.
내일 그러니까 부모님이 울릉도에서 돌아오는 날에 비가 온다고 하니, 옥상에 널어놓고 말리고 있는 고추를 오늘 저녁에 거둬놓으라는 거였습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어렸을 적에는 곧잘 알아서 고추를 거둬들이고 해서 알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옥상에 올라가 하늘 상태를 확인하고, 고추가 가을볕에 잘 마르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8월 말, 늦여름 뙤약볕 아래서 부모님이 땀흘리며 따서 널어놓은 하우스 안 고추를 누군가 밤새 훔쳐간 적이 있어 빨간 고추는 그냥 고추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땅과 하늘 그리고 사람들의 땀이 일궈낸 하나의 작품, 보물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새빨간 고추를 잘 말려서 일일이 가위로 쪼개 씨를 발라내어 방앗간에서 빻아온 고추가루를 보니, 이건 고추가루가 아니라 붉은빛을 뿜어내는 보석 루비와도 같았습니다. 아니 루비보다 더 값지고 아름답게 빛났습니다. 그 모습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