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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대목 장사가 한참인 11일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은 상인들로 북적거렸다. 상인들이 대목장사를 볼려고 몰려든 게 아니고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달라며 장사를 마다한 채 여의도 당사로 몰려든 것이 차이점이다.

 

700여명의 상인들은 비가 오는 가운데 오전 10시부터 집회를 시작해 오후 1시까지 세시간 가량 집회를 가졌다. 상인들은 이날 집회에서 오세훈 시장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지하도상가 문제에 한나라당이 나서라고 압박했다.

 

 11일 한나라당에 모인 상인들은 몹시 화가 나 있었다.
11일 한나라당에 모인 상인들은 몹시 화가 나 있었다. ⓒ 추광규

서울시 지하도상가 상인들과 서울시 갈등 6개월째

 

서울시 지하도상가 상인들이 이 같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서울시내 약 2,500개의 지하도 상가에 대해 서울시가 그간의 수의계약에서 공개경쟁입찰로 임차인을 선정하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법에 따라 양도 양수를 해왔는데 서울시가 경쟁입찰로 임차인을 선정하게 되면 자신들의 재산권이 없어진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상인들은 아울러 서울시가 이처럼 나서고 있는 것은 상인들의 재산(권리금 포함)을 빼앗아 관리가 손쉬운 대기업에게 특혜를 주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5년마다 도래하는 계약 갱신이 올해 도래한 가운데 서울시는 그간의 '수의계약'에서 '공개경쟁입찰'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계약방식을 놓고 지난 2003년에도 서울시와 이들 서울시지하도상가 상인들은 심하게 대립한 바 있다.

 

1년 가까이 이어지던 2003년 갈등은 이명박 당시 서울시 시장의 결단으로 수의계약 방식으로 합의되어 마무리된 바 있다. 2003년에 이어 올해 또 다시 재계약방식을 놓고 갈등이 고조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의 방침에 맞서 서울시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지난 4월 29일 서울 마장동 소재 서울시설관리공단 앞에서 집회를 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시청 앞과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각각 수천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십여 차례 열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을 앞세운 서울시는 그동안의 수의계약방식에서 공개경쟁입찰로 임대차 계약방식을 변경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2003년 개정된 '서울특별시지하도상가관리조례'제5조에 따라 시행하는 것으로, 지하도상가의 각 점포는 공단과 임대차계약 관계이며, 2003년 4월 15일 서울특별시 지하도상가 관리조례 개정 이후 수의계약으로 최초계약을 체결하였고, 올해 5월 31일부터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에 의거 임차인의 갱신 계약요구권 5년이 만료됨에 따라, 새로운 임차인을 선정하는 시기가 순차적으로 도래한다."

 

"수의계약에 의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로 영업해왔다. 서울시 지하도상가 임대료는 현재 지하철 역사 등 인근 주변 상가보다 최소 2배 이상 저렴하다. 이를 현실화시켜 공유재산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공개경쟁입찰방식'을 고수해 왔다.

 

 비가 오는 가운데 상인들은 서울시와 한나라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비가 오는 가운데 상인들은 서울시와 한나라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추광규

서울시시설관리공단, 법 절차 예정대로 진행

 

서울시 지하도 상가 상인들은 지난 6월 26일에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연 바 있다. 3개월여 만에 다시 한번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상인들은 공개경쟁입찰 방침을 고수하는 오세훈 시장을 맹렬히 비난했다.

 

연설에 나선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 정인대 이사장은 "오세훈 시장을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이유로 선택했고, 오 시장은 명품시장이라고 소문났는데 알고보니 짝퉁시장"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오 시장은 "겉만 번지르하고 이벤트와 행사만 좋아해 속이 텅빈 짝퉁 시장"이라면서 "우리들은 한나라당이라는 상표에 속아서 오세훈을 구입했는데 막상 사용하려고 하니 불량품이라면서, 그렇다면 한나라당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구입하게 했던 제조업자나 생산회사가 이를 물어내야 한다", "그래서 한나라당에 불량상품에 대한 리콜을 요구하려고 이곳에 왔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계속해서 지난 8월 30일 있었던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과정에서 있었던 설전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지하도상가 상인들과 서울시가 계속해서 갈등을 빚자 서울시 측은 '시장과의 토요대화'라는 일정을 통보하고 지난 8월 30일 오 시장과 지하도 상가 상인 대표들간에 면담을 가진 바 있다.

 

오 시장과의 대화에서 정 이사장이 서울시를 "국민의 생존권과 재산권의 보호를 위한 정부기관이 아니라 공권력을 이용하여 기업처럼 사업 수익만을 추구하는 '파렴치'한 이익집단"이라고 비판하자, 오 시장은 얼굴을 붉히면서 "'파렴치' 하다는 표현은 사용하지 말라"고 말했다는 것.

 

정 이사장은 "지난 30일 오 시장과의 대화는 뚜렷한 합의 없이, 오 시장이 관계 공무원에게 경쟁입찰에 대한 내용을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 하는 선에서 끝났다"며 면담 결과를 밝혔다.

 

한편 서울시시설관리공단은 지난 4월부터 상인들과 갈등을 계속 빚고 있는 가운데 법적인 절차는 계속해서 밟아나가고 있다. 서울시시설관리공단은 최근 강남역 지하도상가 35개 점포와 영등포역 그리고 시청광장 상가에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강남고속터미날 2,3구역 상가에 대해서는 임대차계약 거부를 통지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세훈#지하도상가#정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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