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추석입니다.
그러나 사흘이라는 유난히 짧은 연휴 때문에 아쉽게도 명절 기분을 만끽할 시간이 짧습니다. 또한 장거리 운전과 명절음식 장만으로 인해 다른 해보다 마음이 더욱 분주해지기 쉽기 때문에 그로 인한 명절증후군에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명절은 평소에 접촉이 드물었던 가족들과 친지들을 짧은 시간동안 만나게 됩니다. 평소에 불편했지만 표현하지 않던 갈등을 일으키거나 회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개인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결국 이것은 정서적·육체적 스트레스가 됩니다.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여러 가지 신체적·정신적 증상을 '명절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명절 증후군, 증상도 다양해
이 증상은 명절을 전후해 짧은 시간 동안 발생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경우는 드뭅니다. '좋은 며느리'라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순응해온 과거 윗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신세대 여성일수록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명절을 맞아 차례상 마련과 일가친척 접대 등 과도한 가사노동으로 몸이 힘든 게 주 현상입니다. 이는 소화가 안 되거나 구역감·식욕저하 등 소화기계 증상이나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신경계증상 등의 신체증상으로 나타납니다. 한편 요통 등의 만성통증이 있던 사람들의 경우 기존의 통증 악화를 호소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증상은 짧은 기간 동안 과도한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들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납니다. 가족 간에 숨은 갈등이 있었던 경우라면 여성과 남성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최근 젊은 부부 사이에 가사 분담이 일상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명절만 되면 남편이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으면서 접대만 받는 상황도 증후군의 원인이 됩니다. 이는 명절에 모인 집안어른들에 의해 기존의 가부장적 남성중심 문화가 순간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불안·두근거림·답답함·불면·초조·걱정·무기력감 등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평소에 시댁과 소원했던 젊은 주부들의 경우, 명절 이전부터 다가올 나쁜 상황을 미리 예측하면서 불안해하는 '예기불안' 증상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명절 때마다 일시적으로 우울증상에 시달리는 주부가 많습니다. 이를 흔히 '명절 우울증'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일종의 현상학적 증상이며 기존 우울증과 같은 증상으로 동일시해서는 안됩니다.
명절에 의해 발생하는 각종 스트레스는 대부분 단시일 내에 해결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상황이 반복되면서 부담을 느끼는 아내에 의해 가정불화나 시댁과의 갈등 장기화, 심지어 파국에 이르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전홍진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명절 우울증의 원인은 가부장적 문화와 좋은 며느리 강박관념에 반발하는 신세대 부부와 구세대 어른들 사이의 가치관 단절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진단합니다.
명절 스트레스, 대화로 푸세요
명절스트레스만을 이유로 병·의원을 찾는 경우는 매우 드문 편입니다.
대개의 경우 기존에 불면증·불안증·우울증 등의 가벼운 신경증으로 치료 중이던 환자들이 명절스트레스로 인해 증상 악화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절스트레스는 일상적으로 경험한 후 지나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연휴 뒤에도 부적절한 분노 반응·불면증·식욕부진·우울감과 무기력감 등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볼 것을 권합니다.
대한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이하 의협 지향위)에서는 "가사노동이 가족구성원 중 몇몇에게만 지나치게 편중되지 않도록 노동량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며, 평소 접촉의 기회가 많지 않았던 친지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무심코 던진 말이 상처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한편 의협 지향위는 "가족 간의 갈등이 있었던 경우라면 명절시기에 이를 직접 거론하면서 무리하게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명절은 명절로서만 편안하고 즐겁게 보내면서 상호이해의 바탕을 만들고 갈등은 다른 자리에서 다루는 것이 좋겠다"라고 권합니다.
갈등해소 방법으로는 크게 환기효과(ventilation)를 이용한 방법과 가족간의 대화가 효과 있습니다.
환기효과는 갈등이 있는 대상을 만나기 전에 제3자에게 갈등상황을 털어놓음으로서 갈등상황에 대한 사전 적응을 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창문을 열어 탁한 공기를 맑은 공기로 바꾸듯이 갈등상황을 그 상황과 아무런 이해관계 없는 이들과 대화하면서 미리 상황에 적응하는 것입니다.
전홍진 교수는 "일반적으로 주부들이 친구들과 전화통화를 하는 것들이 이러한 형태 중 하나이며, 정신과 상담 역시 이러한 환기효과를 심화하는 것이다"고 설명합니다.
환기효과를 스스로에게 적용했다면 이후 가족 서로간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위해 충분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전홍진 교수는 "서로의 입장에서 느낀 바를 공유하고, 자신만의 입장을 고집하기보다는 개선시키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며, 동시에 가치관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사회 인식변화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고 조언합니다.
명절만 되면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주부 본인은 무조건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남편이나 시댁 식구, 며느리들 간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느낀 생각을 토로하고 이를 개선시켜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 본인도 자신만의 생각을 지나치게 고집하지 말고 상대방의 생각과 기존 사회 가치관과의 조화를 통해 즐거운 명절이 되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한편 남편도 이런 부인의 고충을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입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 행복한 한가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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