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고 행복한 한가위가 되시기 바랍니다
낼모레가 한가위입니다. 지방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는 고향을 찾아가는 차량행렬이 한창입니다. 추석은 분명히 가을의 초입인데 가는 여름이 아쉬운지 햇살은 아직도 한여름을 방불케 따갑습니다.
그러나 햇살이 아무리 따가워도 계절의 변화는 막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시장엔 싱싱한 햇과일이 풍성하고 푸른 하늘에 둥실 떠오른 뭉게구름도 어김없는 가을의 얼굴입니다. 엊그제 여행길에서 바라본 들녘에선 누렇게 익어가는 풍년이 넉넉한 풍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가까운 곳에서 초가을 풍경을 찾아보았습니다. 사과는 아직 조금 이른 편이지만 어느 과수원엔 벌써 빨갛게 익은 사과가 먹음직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뭉텅 한입 베어 물면 시큼 달콤한 사과향이 입 안 가득 넘쳐날 것 같은 모습입니다.
100일 동안 예쁜 꽃을 피운다고 하여 목백일홍이라고도 불리는 배롱나무는 아직도 고운 자태로 피어 있습니다. 아파트 앞 연립주택 축대에서 꽃피운 배롱나무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더욱 곱고 싱싱한 모습입니다.
아파트 축대 아래 밤나무 한 그루에 많은 밤송이들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아직 알밤을 터뜨리기에는 조금 이른 모양입니다. 푸른 가시가 아직 서슬 퍼런 모습입니다. 감나무도 아직은 어림없다는 듯 푸른 땡감이 탱탱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봄에 피는 오월의 여왕 장미는 계절을 잊은 듯합니다. 여름내 어설픈 꽃 한두 송이씩을 피워 내더니 추석을 앞두고 제법 탐스런 꽃송이를 활짝 피웠습니다. 마치 가을맞이라도 하려는 모습 같습니다.
한여름에 푸른 잎사귀 위에 흰나비처럼 꽃을 피웠던 산딸나무가 빨갛고 예쁜 열매를 맺었습니다. 꽃은 하얀색이었는데 꽃모습과는 전혀 다른 열매가 먹음직스러운지 아이들 몇이 탐을 냈지만 너무 높아서 따지 못하고 남아 있는 모습입니다.
둥그런 모습의 나무 위에 넝쿨을 뒤덮은 나팔꽃이 작은 꽃동산을 만들어 놓은 모습도 참 아름답습니다. 화단에서 자란 작은 꽃사과 나무도 귀엽고 앙증맞은 열매들을 촘촘히 매달고 있습니다. 익어가는 모습도 귀엽습니다.
우리 아파트에는 시골에서 살다 오신 할머니 한분이 고향생각이 나셨는지 주차장에 버젓이 고추를 널어 말리고 있습니다. 시골 마당가에서 말라가는 고추하고는 분위기가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초가을 풍경으로 여간 정겨운 모습이 아닙니다. 날씨는 아직 무덥지만 주변 풍경들은 어김없는 초가을입니다. 오마이뉴스 독자님들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지내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