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장을 보러 나갔다.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어느 곳을 갈까 고민하다 재래시장을 택했다. 대형마트보다는 재래시장이 사람사는 냄새도 더 나고, 물건값도 저렴할 것 같아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추석장은 풍성하다.
'더도말고 더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하는 말이 실감난다. 예년보다 이른 추석이라는데도 잘 익은 과일들이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하고, 수산시장은 발디딜 틈없이 북적거린다.
"오늘 추석장은 10만원이다."
수산시장에서 싱싱한 수산물들을 만나니 군침이 돈다. 이것저것 먹고는 싶은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캬, 가을 전어다. 저거 만원어치만 사도 떡을 치겠다."
"10만원 밖에 없어. 정신차려."
조막조막 아이들이 먹고 싶다는 대하와 키위,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멍게, 게장무침용 게, 꼬막, 한 판에 만 원하는 사과, 양파 한 망을 사니 9만원이 순식간에 나간다.
"세상에, 산 것도 없는데 만원 남았네. 집에 가자!"
군침돌게 하는 수산물, 먹음직스럽게 생긴 과일들을 뒤로 하고 시장을 나서는 길, 주차비를 제하고 나니 9천원이 남는다. 10만원은 돈도 아닌 듯,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찌 이리도 팍팍할까 싶다.
며칠 전, 방송을 통해 국회의사당에 넘쳐나는 추석선물들을 보면서 국민들이야 죽든말든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라고 뽑아준 국회의원들은 살판 났네 싶었다. 선거철만 되면 굽신굽신, 당선되는 순간부터는 목에 나무젓가락 걸린 듯 뻣뻣한 소인배를 국민들은 왜 가려내질 못하는 것일까? 가려낸들 그 자리에 가면 그렇게들 변하는 것일까?
먹을 것, 사고 싶은 것은 풍성하게 쌓였어도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 그러다보니 애써 출하한 농산물들도 제 값을 받지 못해 농민들도 힘들어진다. 결국 없는 사람들만 이래저래 힘든 삶을 강요당한다. 돈 있는 부자들이야 비싸도 그만, 싸면 더 좋고. 이래서야 어디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추석,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처럼 풍성하면 좀 없어도 덜 슬플 것 같다. 고향, 부모님, 친지, 고향 친구들 만나는 것만으로도 그냥 좋은 추석이다.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가 송편을 빚고 계신다. 추석은 추석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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