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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후 늦은 시간, 할아버지 한 분이 술이 잔뜩 취해서 우리 막걸리 가게에 들르셨다. 안주는 필요 없으니 소주 한 병만 달라고 해서 드렸더니 마시면서 이런저런 질문을 내게 하셨다.

 

"나는 말이야. 금*집(우리 가게 상호)바로 옆에 사는 사람인데 금*집 아줌마가 어떤가 보고서 내일 친구랑 오려고 답사를 왔어."

 

어디 먼 산이나 문학기행 갈 때 사전답사를 하는 건 봤지만 술집 답사를 한다는 건 처음 듣는 일이라 재미있기도 하고 고맙기도하여 할아버지 앞에 앉아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다 들어드렸다.

 

할아버지는 금*집 아줌마가 생각보다 예뻐서 아마도 친구가 좋아할 것이라고하시면서 내일 오겠다고 하셨다.

 

나는 그냥 잊고 있었는데 다음날 할아버지와 친구 분이 함께 오셨다.

 

손님이 없는 이른 시간에 오셔서 맥주 한 잔을 마시라고하기에 함께 술을 마시는데 할아버지 친구분이라는 분이 자꾸 내 허벅지를 만지셨다. 순간 놀라서 하지말라고 비켜 앉았더니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뭘그리 튕기느냐며 다시 만지려고 하였다.

 

이런 식이면 같이 술 안마신다고 했더니 안 할 테니 같이 마시잔다. 물론 술을 파는 가게이니 가끔 짖궂은 손님들이 있어서 이해도 하지만 할아버지는 너무 심하게 나를 다뤘다. 옆에 있던 친구분이 화장실에 가자 혼자 있던 할아버지는 내게 뽀뽀를 해달라며 아주 자연스럽게 입술을 내밀었다.

 

부엌으로 도망치는 나를 따라오다가 친구가 들어오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재수가 없다는 말은 아마도 이럴 때 쓰는 말인가보다.

 

옆이 앉은 친구 분은 자꾸만 내 허벅지를 만지려는 그 할아버지가 동네유지이고 40억이라는 재산을 가지고 있으니 잘 보이면 손해볼 거 없다며 내게 비위를 맞춰보라고 속삭였다.

 

기분이 나빠서 대꾸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두 사람은 아줌마가 이쁘다느니, 동네에서 자신들한테 잘 보이지 않으면 장사 절대 못한다느니하면서 술을 마셨다.

 

술을 다 마시고 계산을 하고 나가던 할아버지(허벅지를 만지던)가 내게 악수를 하자고 하기에 예의상 했더니 나를 강제로 끌어안고 내 얼굴에 입을 대려고 했다. 난 놀라서 뭐하는거냐며 소릴 질렀고 바로 놓아주질 않는 영감(그렇게 부르고 싶었다)을 밀쳤다.

 

그 영감은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이 웃으며 갔고 난 부엌에 와서 바보처럼 눈물만 흘렸다. 사람들은 이런 내게 강하게 대처하라고 하는데 아직 나는 그 방법을 터득 못했다.

 

다음 날, 다시는 오지 않을 줄 알았던 그 영감 둘이서 다시왔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지만 오는 손님을 내쫒을 수도 없고해서 역시나 안주도 없이 시키는 술을 내 놓았더니 같이 앉아서 한 잔 하자고 했다. 어제의 기억이 온 몸에 벌레처럼 기어다니는데 차마 앉아 마실 수가 없어서 바쁘다고 핑계를 대고 다른 일을 했다.

 

그 영감은 내게 장사하는 여자가 도도하다느니, 그렇게 장사하면 여기서 못할 거라고 하며 내게 들으라고 큰 소리를 쳤고 옆에 있던 친구는 한 술 더 떠서 금*집 건물을 사서 나를 내쫒으라고 했다. 부엌에서 듣고 있던 나는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코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조금 있다가 내가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내 허벅지를 만지던 영감과 마주쳤다. 우리 가게 화장실은 남녀가 같이 쓰는 화장실이라 가끔 부딪칠 때가 있는데 하필 그 영감과 마주칠 게 뭐람. 나는 외면하고 나오는데 영감이 내 팔목을 잡고 끌어안으려고 했다.

난 순간적으로 놀라서 뿌리치려는데 힘이 생각보다 샌 영감이 놓아주지 않으려 했고 난 더욱 필사적으로 힘을 써서 빠져나왔다.

 

'늙으면 곱게 늙으라는 말'

나는 솔직히 그게 가슴 속에 크게 와 닿지를 않았었다. 이 영감들을 보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본인들 나이는 70세이고 딸들은 50살이 다 되어가는데 아주 효녀란다.

39살인 나는 그들에게 무엇일까.

 

그 후에도 두 번인가 더 오더니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다른 손님들이 있는데도 큰 소리르 치고 욕을 하고 가더니 이젠 오지 않은 지 며칠 째다.

 

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야하는 술집 아줌마인 나는 기도를 한다.

 

"나는 줘도 절대 받기 싫은 돈이 있습니다. 그 돈은 제발 금*집에 던져주지 마세요."라고.

 

그 영감은 마지막 날 가면서 투덜거렸다.

 

"내가 술집에 와서 아줌마랑 뽀뽀 안하고 가기는 이 집이 처음이네 이런 젠장!"

 

도대체 할아버지는 어떤 술집을 다녔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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